"월인석보와 훈민정음 보급사업"
                                                                

 

                                                                   열린논단

 

 104회 모임(10/17) 초대
 
10월은 하루 놀고 하루 쉬는 공휴일이 겹쳐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거기다 조국장관 임명을 둘러싼 양측의 대결이 두 달 넘게 계속되다보니 어수선도 이런 어수선이 없는 요즘입니다. 이런 중에서도 불교평론과 경희대 비폭력연구소가 공동주관하는 열린논단은 우리가 잊고 있는 문제들을 찾아내 공부하는 행보를 멈추지 않을 요량으로 이번 달에도 흥미로운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10월 주제는 <월인석보와 훈민정음 보급사업>이며 발제는 동국대 정진원교수입니다.
 
지난달 우리는 한글창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이견을 어문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나랏말싸미와 신미대사’를 주제로 공부한 바 있습니다. 이번 달은 그 연장선상에서 세종조에 창제된 한글이 어떤 과정을 통해 보급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우리가 이처럼 두 차례에 걸쳐 한글창제와 보급문제를 다루는 것은 그동안 불교의 역할을 과소평가해온 관련학계의 분위기가 옳은 것인지를 돌아보기 위해서입니다.
 
한글은 물론 세종의 주도로 이루어졌지만 유학자들의 반대로 부딪쳐 그 미래의 운명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때 왕실과 불교계는 한글을 이용해서 부처님의 생애를 정리한 <석보상절> 24권과 그 공덕을 찬양하는 <월인천강지곡> 600수를 제작합니다. 이는 훈민정음 반포(1446) 1년 뒤의 일입니다. 그리고 다시 세조5년(1459)에는 <월인천강지곡>과 <석보상절>을 합편한 <월인석보>를 만들어 보급합니다. 세조가 어제한 월인석보 서문에는 요즘 화제가 된 바 있는 나랏말싸비에 등장하는 신미대사와 10명을 자문단 명단이 나옵니다. ‘혜각존자 신미(信眉), 판선종사 수미(守眉), 판교종사 설준(雪埈), 연경사 주지 홍준(弘濬), 전 회암사 주지 효운(曉雲), 전 대자사 주지 지해(智海), 전 소요사 주지 해초(海招), 대선사 사지(斯智), 학열(學悅), 학조(學祖), 김수온 등입니다. 한글창제와 보급에 불교가 아떤 역할을 했는가를 알게 하는 중요한 자료자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기록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관련학계는 훈민정음을 보급하기 위해 왕실은 왜 불경을 언해했는지, 언해본 불경은 한글보급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거의 무시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이번 모임에서 지난번에 다루지 못한 한글보급 문제를 <월인석보>를 간행을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발제자 정진원박사는 오랫동안 이 문제를 연구한 끝에 최근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2019.9 조계종출판사)를 낸 이 분야 전문가입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월인석보>가 있었기에 ‘훈민정음’이 날개를 달고 600년 이상 진화하고 발전하게 된 내력을 담고 있습니다. 정박사는 이번 발제를 통해 그 과정을 뒤돌아보고 <월인석보>의 내용은 물론, 왕실이 불교문헌을 언해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밀하게 살펴볼 예정입니다.
 
마침 어제(10/9)가 한글날이었습니다. 한글의 창제와 보급에 불교가 어떻게 관여하고 역할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달 모임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참고로 월인석보가 어떤 책인지를 소개한 리뷰를 별첨합니다) 열린논단은 언제나 문을 열어놓고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