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사띠가 이어져야 도와 과를 이룬다
담마마마까에서의 수행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정진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짐을 느낀다.
담마마마까에서 수행을 할 날이 나흘 남았다. 새벽 앉음수행 1시간 동안 호흡관찰에 주력했다. 집중력을 갖고 공기의 흐름과 일어남과 사라짐, 사라짐과 일어남 사이에 노팅(noting-point) 포인트를 두고 마음을 모았다. 몇 차례 망상이 찾아와 사띠를 놓치는 일이 있었고, 감기 든 몇몇 요기들의 기침소리에 집중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은근 신경질이 났지만, 기침소리에 집중이 흐트러진 것은 나의 집중력과 정진력이 아직도 태부족임을 보여주는 것이니, 어쩌겠는가.
30분쯤 지나니 등에서 통증이 슬금슬금 일어나기 시작한다. 사실 통증은 쑤심, 저림, 찌름, 마비 증세 등인데, 달리 표현하면 다양하게 나타나는 느낌들이다. 그러므로 통증을 관찰하는 것은 곧 느낌을 관찰하는 수행이다. 그러므로 ‘통증을 사띠한다’는 표현보다는 ‘제각각 나타나는 느낌을 관찰한다’는 자세를 갖는 게 세밀한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려나. 등이 쑤셔온다. 예리한 물건에 찔리는 느낌, 동시에 뻐근한 느낌이 등의 오른쪽을 괴롭히고 있다. ‘또 시작이구나.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녀석들이니 일단 반갑게 맞이하자.’ 처음에는 쑤심이 시작되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일어남 사라짐을 관찰했다. 그러나 고통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강해져 하는 수 없이 노팅 포인트를 등으로 다시 옮겼다. 무릎 저림과는 다르게 등을 쑤시는 증세는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다. 통증! 위빠사나 수행에서 가장 큰 난관이 통증이라더니, 역시 만만치 않은 녀석이다. 50분 수행 시간 중 절반은 몸에서 나타나는 온갖 느낌들을 사띠하는 데 보내고 말았다.
*통증 관찰의 진전 과정은?
담마마마까의 법요집에는 통증과 관련해 비교적 상세한 해설이 나온다. 수행자가 사띠파타나 위빠사나 수행을 실천하는 데 있어 통과의례와 같은 통증 해결을 위해 그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이렇다.
1) 통증이 찾아오면 통증을 관찰한다.
2) 더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3) 극대화된 통증이 수그러드는 것을 느낀다.
4) 미세하게 통증들의 움직임을 느낀다.
5) 한 번 사띠에 통증이 갑자기 강해지거나 갑자기 약해지는 빠른 변화를 경험한다.
6) 통증을 사띠하자마자 바로 사라져서 통증의 생멸을 본다. - 통증을 크게 느낄 새가 없게 된다.(고를 어느 정도 극복해나가는 단계)
7) 통증을 보자마자 바로 사라진다. - (고를 거의 극복한 단계)
8) 통증이 무상하고, 통증을 관찰하는 마음도 무상함을 본다.
이렇게 한 번 두 번 반복하여 사띠하면 집중력과 지혜가 더욱 강해져서 사라짐의 지혜(방가냐나)에 이르게 된다. 이때 쑤심, 저림, 찌름을 관찰하면 한번 사띠에 손으로 집어내듯이 통증이 모두 사라져 가는 것을 눈으로 보듯이 선명하게 만난다. 한번 사띠에 바로바로 사라져 가는 것을 보는 것은 통증도 영원하지 않은 무상임을 아는 것이다. 이때 두려움 없이 조용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통증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사라짐의 지혜에 도달한 수행자는 스스로 실제성품을 봄으로써 현상의 좋고 나쁜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병이 있더라도 약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사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스스로 확신한다. 그리하여 집중력과 지혜가 더욱 힘이 생겨서 사라짐의 지혜가 무르익은 수행자들은 쑤심을 사띠하면 쑤심이 바로 사라지고, 쑤심을 관찰하던 마음도 사라져가는 것을 스스로 경험한다.
여기서 지혜가 아주 좋은 수행자는 세 가지를 알게 된다. 즉 통증과 통증을 아는 마음의 무상함과, 모두 사라져가는 것을 아는 데서 비롯한 괴로움, 그리고 그들은 제 성품대로 사라져가는 것일 뿐 자신이 명령하거나 조절할 수 없는 무아라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통증이 무상하고, 고통스럽고, 무아라는 지혜가 일어나서 무상·고·무아의 지혜가 분명해져 갈 때 자신들이 원하고 희망하는 거룩하고 성스러운 담마에 도달할 수 있다.
내가 오늘의 점심공양 공양자로 표시되어 있다. 수행센터에 입소할 때 약간의 자율보시금을 수행센터에 전달했는데, 끝날 때쯤 순서가 돌아온 모양이다. 미얀마는 이렇듯 늘 시주자들의 공양이 밀려 있다.
오늘 점심공양 시주자의 이름을 보니, 내 이름이 떠 있다. 공양실의 전면 벽 전광판에는 오늘의 점심 공양자로 ‘LEE HAK JONG’이라는 활자가 선명하다. 공양 시간 전에 스님들의 공양을 차린 상을 미리 한 미얀마 노스님을 모시고 7~8개의 상을 돌며 공양 올리는 의식을 진행한다. 이때 사야도에게 올리는 상은 그대로 놔둔다. 그러고 나서 공양의식을 여법하게 진행한 후 합장을 한 채 비구들이 입장할 때를 기다린다. 비구들이 차례로 입장하면 미리 공양을 올리지 않았던 사야도의 공양 상으로 다른 한국인 수행자 3~4명과 함께 가서 둘러앉아 상을 살짝 들어 올리고 사야도의 선창에 따라 간단한 공양의식을 올린다. ‘이당매 디네 닙바나싸 뺏세요 호두’라는 미얀마 어를 사야도의 선창에 따라 복창하는데, 그 의미는 ‘이 공양 공덕으로 닙바나(열반)에 이르기를!’라는 뜻이다. 사야도의 축원처럼 공양을 올린 공덕으로 열반에 이르렀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후 2시, 오늘도 어김없이 한국관에서 사야도의 법문을 경청해야 한다. 사야도의 법문을 듣기에 앞서 오후 1시부터 50분 동안 앉음수행을 했다. 법당도 비교적 한산하고, 기침소리도 많이 들리지 않아 한결 집중이 잘 되었다. 어제부터 오늘 새벽까지 몇몇 미얀마 수행자들의 기침소리에 언짢은 마음을 냈던 것이 조금 후회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고 법당이 떠나가도록 대놓고 기침을 하는 행위는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오늘 에인다까 사야도 설법의 주제는 ‘끈이 끊어짐이 없는 사띠가 도와 과를 이루게 한다’이다. 놀랍게도 이 법문 내용 가운데 법당 안에서의 기침소리에 언짢은 마음을 냈던 나를 경책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오늘 법문은 부처님께서 까시국에서 많은 비구, 비구니와 재가의 제자들에게 한 설법 내용이다. 요지는 이렇다.
“수행자 여러분, 부처님께서 하라는 대로 정확하게 실천하면 다음 생에 갈 것도 없이 금생에서 도와 과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사띠가 한 순간도 끊어지지 않고 수행을 하는 이를 압빠마다(Appamada) 수행자라고 합니다. 압빠마다는 사띠와 같은 의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첫째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잘 간수하는 것, 둘째 음식을 잘 조절하는 것, 셋째 사띠가 24시간 이어지게 하는 것의 세 가지를 완전하게 갖춘 수행자는 아라한이 될 수 있는 수행자, 즉 압빠마다 수행자라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로 안이비설신의 육근을 잘 간수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사띠 없이 눈으로 여기저기 쳐다보면 공덕이 일어나는 것보다 번뇌가 훨씬 더 많이 일어납니다. 눈으로 언제나 자신의 몸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걸어 다닐 때는 1~1.5미터 정도 앞에 눈길을 두고 자신을 알아차리면서 걸어야 합니다. 탁발하러 다닐 때에도 이곳저곳을 쳐다보지 말고 오직 자신의 눈앞을 보며 걸음걸이에 집중하면서 걸어야 합니다. 눈은 문과 같아서 열어두면 온갖 것들이 들락거리게 됩니다. 문을 열어놓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것과 같이 눈을 열어놓으면 수많은 번뇌가 들락거립니다. 보지 않으면 일어나지 않을 번뇌가 보면 일어납니다. 막상 보이면 바로 ‘보임’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그러므로 눈을 잘 간수해서 번뇌가 들어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앉음수행을 할 때에 눈을 감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눈을 감으면 눈으로 번뇌가 들어올 일이 없습니다. 걸음수행 때에도 자신의 걸음걸이에 집중하면 번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수행의 핵심 목적은 번뇌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탐·진·치 삼독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눈을 잘 다스려야 하는 것입니다.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영상이나, 불가피하게 봐야 하는 장면은 보는 즉시 바로 ‘보임, 보임’하십시오. 여기저기 쳐다보면 자기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마음은 밖으로 달아나는 속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보지 않고, 볼 수밖에 없으면 ‘보임, 보임’하고 몸으로 돌아오라는 것입니다.
귀 또한 눈과 같아서 많은 대상들이 들어옵니다. 늘 열려있는 귀는 소리를 막을 수 없으므로 ‘들림, 들림’해서 탐·진·치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수행자들의 수행과정을 점검하다보면 소리 때문에 화가 난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앉음수행을 하는 법당에서 기침을 하거나, 멀리서 들려오는 노래 소리 등 기타 여러 가지 소음으로 도저히 수행을 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그 소리가 너무 좋아서 집중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스럭거리거나 볼펜을 딱딱 거리는 소리가 거슬려 집중을 못하겠다고 호소하는 수행자도 있습니다. 그럴 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지 말고 저 소리가 내 수행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제 성품대로 하는 것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소리가 들릴 때마다 ‘들림, 들림’하면 오히려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일단 어떤 것이든 소리가 들리면 좋다거나 나쁘다는 마음을 내지 말고, 바로 알아차리고 주 관찰대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띠의 집중력이 약한 수행자는 소리에 민감해서 화도 내고 짜증도 일으킵니다. 그런데 아라한이 되고자 하는 수행자가 작은 소음에 화를 내면 아라한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귀가 있으면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으나, 그 소리에 좋고 나쁨의 마음을 내지 말고 바로 알아차린 후 주 관찰대상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을 귀를 잘 다스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수행을 하다보면 향기가 나거나 악취가 풍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그 냄새를 알아차림해서 그 마음에 대해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바로 몸 관찰로 돌아와야 합니다. 냄새에 좋거나 싫다는 마음을 일으키면 수행을 하지 않는 사람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냄새가 나면 알아차림하고 바로 몸 관찰로 돌아와야 합니다. 냄새를 세말하게 사띠하면 그 냄새로 인해 위빠사나 공덕이 쌓입니다. 그러면 냄새의 실제본성을 알게 되어 무상·고·무아를 알게 되는 지혜가 일어납니다.
음식을 먹을 때 입 안에서 가지가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음식을 씹을 때 사띠하지 않으면 역시 탐·진·치가 일어납니다. 좋아하는 음식에는 탐심이, 싫어하는 음식에는 진심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음식을 자꾸 씹으면서 관찰하면 변화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위빠사나 공덕이 쌓여 무상의 지혜가 일어나 도와 과를 이룰 수 있습니다. 도와 과를 원한다면 음식을 먹을 때 사띠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혀를 잘 간수하는 것입니다.
몸에 어떤 물질이 닿거나 옷이 닿거나, 살이 닿을 때 좋다거나 나쁘다는 마음을 내지 말고, 느껴지는 대로 관찰해야 합니다. 부드러움, 따뜻함, 시원함 등의 느낌이 일어날 때 바로바로 사띠하지 않으면 좋을 때 탐, 싫을 때 진이 일어납니다. 몸이 대상과 부딪치는 느낌에 좋고 나쁨을 일으키지 말고, 그때그때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래야 위빠사나 지혜가 일어나 도와 과를 성취하게 됩니다. 모든 감촉, 촉감을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리는 것, 이것이 몸을 잘 간수하는 것입니다.
수행하다보면 망상이 일어나고 마음이 밖으로 달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즉시 알아차려서 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생각이 일어날 때, 좋고 나쁜 마음을 내면 탐·진·치가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망상을 따라서 휘둘리지 말고 즉시 알아차리고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 마음을 잘 간수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마음도 무수히 일어나고 사라지는 무상의 존재임을 알게 되어 무상·고·무아라는 것을 아는 위빠사나 지혜가 일어납니다. 정말로 도와 과, 열반을 원한다면 일어나는 생각이 길게 이어지지 않게 하고, 일어나는 즉시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렇게 안이비설신의 6개의 문[六門]을 잘 다스리면 어떤 번뇌도 일어나지 못합니다.
두 번째로 수행자는 음식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수행자는 음식을 먹기 전에, 이 음식은 힘을 기르기 위해서, 또는 아름다워지기 위해 먹는 다는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합니다. 오직 이 음식을 수행을 하기 위해 먹는 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마음을 갖지 않으면 음식을 통해서도 불선업(不善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음식으로 인해 선업이 일어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음식을 먹기 위해 가져올 때에는 적절한 양을 가져오는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과식을 하면 졸음이 찾아오고, 먹기 싫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적게 먹으면 기력이 떨어져 수행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당한 양을 섭취해야 합니다. 또한 음식을 가져올 때 입이 원하는 음식이 아닌 몸이 원하는 음식을 가져와야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 불선업을 짓지 않기 위해서는 음식을 수행을 위해 먹는 다는 마음, 공양을 올린 자에게 행복하고 건강하고 이 공덕으로 도과를 성취하라는 자애의 축원(사마타로 먹는 법), 음식을 가져와 먹을 때 수저를 드는 것부터 시작하여 뜨고 넣고 씹고 맛의 변화를 살피고 삼키는 것까지 전 과정을 알아차려야(위빠사나로 먹는 법) 합니다. ‘도와 과, 열반을 원하는 사람은 먹을 때에도 사띠하라.’ 이것이 음식을 잘 조절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항상 끊어지지 않고 사띠하는 것입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사띠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처음에는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나 반복해서 시도하면 가능합니다. 이것이 성취되었을 때의 기쁨과 행복은 정말로 대단합니다. 항상 사띠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정진력이 높아져야 하고, 집중력이 커져야 합니다. 그러면 위빠사나 지혜가 발현되어 도와 과, 열반을 성취하게 됩니다.
육문을 잘 간수하고, 음식을 잘 조절하고, 사띠를 놓치지 않고 늘 챙기는 수행자가 아라한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수행을 아주 잘 한 수행자가 부처님의 이복동생 난다였습니다.”
담마마마까 수행센터는 마하시 사야도가 주창한 순수위빠사나 수행도량이다. 이런 법통을 상징하듯 사무실 벽에 마하시 사야도와 에인다까 사야도의 사진이 걸려 있다.
*들림을 사띠하는 방법
앉음수행을 하다보면 주위의 소리들이 가장 큰 장애가 된다. 앉음수행을 할 때에는 눈을 감고 있으므로 소리에 가장 예민해지게 마련이다. 기침소리, 문을 여닫는 소리, 옷 부스럭거리는 소리, 발걸음소리, 지퍼 여닫는 소리, 바깥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자동차 경적소리, 도마뱀 우는 소리(남방의 경우) 등 다양한 소리가 신경을 곤두세운다.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텐데 사띠를 하는 상태에서는 작은 소리도 들려오므로 소리로 인한 수행의 장애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수행지도자들이나 선배 수행자들은 일단 어떤 소리든 ‘들림’하고 알아차리고 주 관찰대상, 즉 몸으로 돌아오라고 조언한다, 무슨 소리인가 분별하지 말고 들림만 사띠하고는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소리를 따라서 마음이 달아나지 않도록, 소리를 분별하지 않도록 들리는 즉시 들림만을 사띠해야 한다.
집중력과 지혜가 점점 힘이 생길 때 들림을 사띠하면 들리는 소리들이 아득히 멀리서 나기도 하고, 귀 가까이에서 나기도 하고, 소리가 가까이에서 크게 나기도 하다가 희미해져 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소리는 들리지만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소리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들림을 어렵지 않게 사띠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수행은 더욱 빠르게 발전한다.
이렇게 반복해서 수행하다보면 집중력과 지혜가 힘이 생기게 되어 들림을 사띠하자마자 소리와 파장들이 하나가 사라지고 다시 하나가 사라져 감을 알게 된다. 그때의 소리들은 연속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수행자’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 들림을 사띠하면 ‘수’가 따로 사라져가고 ‘행’이 따로 사라져 가고 ‘자’가 따로 사라져서 소리가 불연속이므로 소리의 의미에서 벗어난다. 오직 사라지고 사라져가는 것만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소리가 연속적이지 않구나!’ 관찰하는 마음도 도두 사라져 감을 보고, ‘이 마음도 영원하지 않구나!’ ‘들리는 소리도 영원하지 않고, 관찰하는 마음도 영원하지 않고 무상하구나! 모두 사라져 가는 것들이 너무나 빨라서 가슴이 슬퍼지니, 모두가 괴로움, 참으로 고통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이렇게 모두 사라져가는 고통스러운 것들을 어떤 방법으로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저 사라질 뿐 자신의 명령이나 조절이 통하지 않음을 절감하게 되고 무아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들림을 사띠하면서 무상의 지혜, 고의 지혜, 무아의 지혜들이 더욱 분명해져서 고귀한 담마, 성스러운 담마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저녁 6시와 8시의 앉음수행에도 참여했다. 두 시간의 수행 모두 등에 찾아온 통증을 사띠하다가 보냈다. 통증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사띠를 해도 잘 가라앉지 않는다. 사띠의 힘이 미약한 탓이겠지만 이러다가 지치지나 않을까 염려도 된다. 마지막 앉음수행 시간에는 얼마나 사투를 벌였던지, 수행을 마친 뒤 30분이 지나도 등짝이 얼얼하다. ‘위빠사나 수행을 하다가 포기하는 사람들의 99%가 통증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본다.’는 신성조 거사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는다. 실제로 미얀마에서도 위빠사나 수행센터에는 조금씩 수행자들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한다. 점차 사마타 수행센터로 사람들이 옮겨가고 있는 경향이라는 것이다. 사마타 수행도 매우중요한 수행과목이기는 하지만, 불교수행의 최종 목적은 반야의 지혜를 완성해 궁극적으로는 열반을 성취하는 데 있는 것이니, 통증을 극복하지 못해 위빠사나 수행을 포기하는 것은 정법을 만난 불제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럴수록 더 분발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느낌을 사띠하는 집중력과 정진력이 갖춰지면, 그리하여 흔들림 없는 위빠사나 사마디가 형성되면 사실 쑤심이나 찌름, 저림과 같은 느낌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나 저나 중요한 것은 사띠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