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이 프랑스 수도원에서 수행한 내용을 담은《프랑스 수도원의 한국 스님》이 금시조출판사에서 최신개정증보판으로 2019년 5월 23일 출간 했다.
프랑스 가톨릭 수도원 생활을 체험하고 돌아온 후 그때의 소중한 체험을 기록으로 정리해 2009년 6월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프랑스어 책으로 절판된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을 개인적으로 감동스러웠던 일화와 수도원을 나온 이후 프랑스 대학에서 저널리즘 공부를 해보기 위해 어학공부 하던 시절 회상한 글을 첨부해 《프랑스 수도원의 한국 스님》으로 고쳐 다시 발간하게 됐다.
《프랑스 수도원의 한국 스님》은 향적 스님이 지난 1989년 12월부터 1990년 8월까지 약 1년 동안 프랑스 삐에르-끼-수도원 체험을 회고하며 쓴 ‘해인에서 삐에르-끼-비까지’를 비롯해 유럽 문화 체험을 위한 만행萬行 ’, ‘수도원 체험을 마치고’, ‘정휴스님의 발문’, 삐에르-끼-비 ‘수도원 원장의 추천사’ 순으로 묶여 있다. 특히 이 책의 백미인 ‘해인에서 삐에르-끼-비까지’의 수도원 생활은 조계종 소속 스님이 머나먼 이국의 수도원에서 수행한내용을 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승려가 프랑스 수도원에서 생활한 내용을 책으로 출간한 것은 최초의 일이어서 다종교사회인 우리나라의 종교화합에도 일조를 할 전망이다. 향적 스님은 프랑스 수도원 체험을 회고하면서 “묵언수행을 해야 하는 삐에르-끼-비 수도원의 나날은 고행이었으나, 국적, 얼굴색과 말이 다른 가톨릭 성직자들과 생활하면서 종교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같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적 스님은 삐에르-끼-비에서 보낸 1년간의 값진 체험을 통해 ‘모든 종교는 대자연과의 소통을 추구하고 대중을 위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몸과 마음으로 깨달은 것이다.
향적 스님의 수도원 체험기를 읽은 후 발문을 쓴 정휴스님은 “수도원 체험은 향적 스님의 안목과 지평(地平)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는데, 바로 이때가 향적 스님의 견성체험(見性體驗)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비록 종교적 교의가 다르고 의식과 문화가 많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적 스님은 근원에서 서로 같은 점을 찾아내고 있다. 향적 스님은 수도원의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정신과 사상적 넓이를 확대하면서 불교적 자아를 형성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때 그는 종교적 배타성을 버리고 마음속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수용(受容)의 골짜기를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불교의 자비와 가톨릭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생명관을 통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나아가 하찮은 미물까지도 그 안에 하느님의 영혼이 살아 있고, 부처님의 생명이 있음을 깨닫고 있다. 사랑과 자비가 경전이나 성서 속에서 강조될 것이 아니라 가슴 속으로 충일되어야 만신자비(滿身慈悲)가 된다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는가 하면, 절대고독과 명상과 사유를 거치지 않은 그리움은 진실한 그리움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극찬하고 있다.
종교를 넘어 우정을 나누고 있는 이해인 수녀도 향적 스님의 글을 읽은 뒤 “세월이 흐를수록 향기와 기품을 더해가는 수행자의 모습이 곳곳에 스며있는 책”이라고 했다. 또한 이해인 수녀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타종교의 문화를 폭넓게 수용하는 스님의 글들은 연꽃처럼 둥글고 아름다운 지혜로 우리를 초대한다”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하기도 했다.
”삐에르-끼-비 수도원 룩(F. Luc, abbé) 원장도 추천사를 통해 “향적 스님은 삐에르-끼-비수도원의 아시아 종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아시아그룹’과 함께 활동하면서 한국불교의 전통을 우리들에게 소개했다”며 “동양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서양 가톨릭 수도원의 생활이었으나 향적 스님은 겸손함으로 우리 수도사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더불어 우리 수도원의 의식과 생활을 함께 했다”고 향적스님의 수도원 체험 시절을 회상했다. 또한 룩 원장은 “우리는 서로 다른 종교를 신봉하지만, 상호의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삐에르-끼-비의 모든 수도사들은 이번에 향적 스님이 출간한 《프랑스수도원의 한국 스님》이 프랑스 가톨릭과 한국불교를 상호이해 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추천사를 통해 알 수 있듯 향적스님의 삐에르-끼-비 수도원 체험기는 ‘종교 본질의 성찰 담은 만행기(萬行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프랑스 수도원의 한국 스님
저자 향적 스님 ∥ 금시조
정가 15,000원
향적스님은
가야산 해인사에서 출가해 교(敎)를 배우고 선(禪)을 참구했다. 언론매체를 통한 문서포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인식해 월간지 을 창간하고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가톨릭 수도원 삐에르-끼-비에서 불교와의 수행방법을 비교하고 돌아와 조계종교육원 초대 교육부장직을 수행하면서 승가 기초교육을 체계화했다. 해인사 성보박물관 초대 관장을 맡아 박물관을 개관하고, 조계종기관지 사장으로서 직필정론과 불법홍포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현재는 법보종찰 가야산 해인사 주지면서 지족암에 안주安住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