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사진 장명확
법화경의 일불승설(一佛乘說) 1
부처님은 한결같이 괴로움을 멸하는 길을 설하고 계신다. ‘사제(四諦)를 닦아라. 그러면 너희에게 괴로움의 멸(滅)이 있게 될 것이다.’ 십이연기설에서도 무명의 멸진은 곧 생사괴로움의 멸진에 이른다고 한다. 대승불교의 육바라밀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살은 오온(五蘊)이 공함을 비춰보고 일체의 괴로움을 건너간다고 설해진다. 불교는 괴로움을 문제로 삼고 괴로움의 멸함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게 어찌된 일인가. 부처님은 법화경에서 다음과 같은 놀라운 말씀을 하시고 것이다. ‘부처가 세상에 출현함은 오직 한가지 일 때문이니, 그것은 중생들에게 부처의 지견(知見)을 얻게 하고자 함이니라. 오직 하나의 부처되는 길, 곧 불승(佛乘)이 있을 뿐 그 밖의 다른 길은 없느니라. 그러나 오탁(五濁) 악세의 중생들은 번뇌가 무겁고 괴로움이 심하여 부처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부득이 방편을 써서 일불승(一佛乘)을 셋으로 분별하여 삼승(三乘)을 설하는 것이니라.’<법화경 방편품>
부처님의 이 말씀에서 먼저 우리들은 불교의 궁극적 목적을 표현하는 말이 ‘괴로움의 멸’에서 ‘부처의 지견’으로 달라진 것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괴로움이 사라진 열반을 얻고는 거기에서 다시 부처의 깨달음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람은 부처의 제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리하여 부처나라를 건설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부처님의 사명을 끊임없이 설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되는 점은, 사제 십이연기 육바라밀과 같은 교설들은 괴로움을 받는 중생들을 먼저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편으로, 사실은 일불승을 그렇게 갈라서 설했던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삼승(三乘)은 거짓(權)이요 일승(一乘)은 진실(實)이라고 말할 수가 있고, 거짓을 열어 진실을 드러낸 것이요. 삼승을 모아 일승에 돌아간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삼승을 모아 일승에 돌아간 것을 ‘일불승설’이라고 하는데, 이 법문이 처음으로 베풀어질 때는 놀라운 선언이었던 것이다. 사리불이 세 번이나 청하였고, 5백인의 퇴장을 거친 뒤에 비로소 설해졌다는 데에서 당시의 그러한 소식을 엿볼 수가 있다.(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