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스승과 제자의 길
부모가 육신을 낳아준 분이라면 스승은 정신을 낳아준 분이다. 부모에 대한 효가 있다면 스승에 대한 도리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부처님은 ‘선생(善生)이라는 젊은이에게 부모와 자식 사이에 행해져야 할 다섯 가지 일을 설해준 다음, 스승과 제자 사이에도 행해져야 할 다섯 가지 일이 있음을 설하고 계신다.
“선생자(善生子)야, 제자는 다섯 가지 일로써 스승을 섬겨야 하나니, 필요한 것을 마련해 드리고, 예절을 바로하고, 존경하고 가르침을 받들어, 잊지 않는 것이다. 스승 또한 다섯 가지 일로써 제자를 가르쳐야 한다. 바르게 지도하고,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고, 묻는 것을 잘 답해 주고, 착한 친구를 사귀게 하고, 아낌없이 전해주는 것이니라.”
고려 문종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출가하여 불교로써 크게 국가에 이바지한 대각국사 의천의 지극한 효심은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그의 사제 간의 길에 대한 진지함도 남다른 바가 있다. 문화에 ‘덕칭’이라는 새로운 제자가 들어 왔을 때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스승과 제자의 길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니 너는 그것을 아느냐. 스승된 자는 학문의 길을 얻어 그곳에 입각해 있을 때 비로소 진실하여 거짓이 아니다. 만일 학문의 길을 잃고 이름만 훔치고 있다면 거짓이요 진실하지 않다. 제자된 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그 일을 실행할 때 비로소 옳음이요. 아첨이 아니다. 가르침만을 빼앗고 그 은혜를 저버린다면 그것은 아첨이요 옮음이 아니다. 거짓과 아첨은 다 같이 군자가 부끄러워해야 할 바이다. 내가 만일 너를 거짓으로 이끈다면 내 너를 속임이요. 너 만일 아첨으로 나를 구한다면 너는 나를 속임이니라. 세상 사람들은 스승과 제자라는 이름은 알고 있지만 그 참다움을 모르는 경우가 있으니 너는 부디 이것을 명심해야 하느니라.”<대각국사문집 권16>
핵가족인 사회에서 효(孝)에 대해 생각과 함께 정신을 낳고 길러주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에도 그에 못지 않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특히 최고 학문을 전수하는 대학에서의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는 거짓과 아첨이 아닌 진지한 정신적인 관계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