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대승(大乘)의 참회
참으로 참회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죄를 지은 사람보다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참회가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죄를 지었다고 생각함은 죄를 의식한다는 말이고, 참회는 곧 죄의식이기 때문이다.
죄의식은 죄를 제거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가시가 아프게 살갖을 건드리듯이 죄의식은 계속해서 아픈 마음을 건드린다. 인간 속에서 참회보다도 더 인간적인 것은 없다. 죄 지은 마음보다도 더 뜨겁게 착한 인간을 갈망하는 마음은 없고, 더러운 죄악의 거름에서 순결한 정신의 꽃은 핀다.
이 세상에 죄가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자기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한 무지와 오만은 없다. 더구나 거기에는 참회의 씨앗마저 없다.
선과 악, 더러움과 깨끗함, 이러한 일체의 차별을 떠나는 대승불교는 그러한 무지와 오만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보다도 더 큰 죄악은 없지만,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는 선일지라도 그것을 선이라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대승불교는 남에게 무엇을 줄 때도 준다는 생각에 머물지 말라고 한다.
누가 감히 남의 허물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또 허물을 지적 받고도 자기에겐 아무런 허물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대승불교가 행해지는 불교계에서 대승의 참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웬일일까.(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