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익진 박사(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의 저서 『현대한국불교의 방향』을 요약 게재합니다.
2. 괴로움에 제약된 존재
인간은 강력한 의지적 존재로서, 어떤 것에도 예속될 수 없는 극히 자유로운 주체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은 내적으로 괴로움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또한 밝히고 있으니, 이것을 우리는 원시불교의 인간관에서 주목해야 할 두 번째 특질로 들 수가 있다.
인간존재에 대한 원시불교의 분석적 고찰은 육근설(六根說)에서 다시 오온설(五蘊說)로 전개되고 있는데, 이에 의하면 여섯 부문으로 구성된 인간존재는 그 하부조직으로서 다시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으로 이름붙일 수 있는 다섯 개의 근간적인 부분(蘊)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하부조직의 속성을 ‘괴로움’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육근설에 이어 설해지는 오온설은 인간의 의지가 극히 자유로운 주체성을 지닌 것이로되, 그것은 보다 근원적인 괴로움에 제약되어 있다는 뜻을 나타낸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괴로운 존재는 끊임없이 편한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고,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는 인간의 의지에 선행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의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유혹이나 강압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수가 없고, 그러한 괴로움이 감당할 수 없는 극한상황에 이르면 자체 붕괴를 면할 수가 없다. 강력한 의지적 존재이면서도 안으로는 이렇게 덧없는 나약함을 지닌 것이 바로 인간의 존재라는 것이다.
원시불교 또한 인간적 의지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를 주고 있는 원인을 ‘범(梵)이나 숙명과 같은 외적인 것에서 찾지 않고 인간 내부에서 발견하고 있으니, 원시불교의 인간관이 매우 주체성을 띠었음을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