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윤리적 교설

1. 선업과 악업

   3) 사무량심

우리는 ‘남’이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은 나의 생존 경쟁적 적대자가 아니라, 나의 안락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반자이다. 따라서 나를 사랑한다면 그 이상으로 남을 또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사랑을 불교에서는 ‘자 (慈 maitrī)'라고 부르는데, 원어는 우정(friendship)이라는 뜻이다. 남을 나의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랑에는 남의 괴로움을 나의 괴로움처럼 슬퍼하고(悲 karunā), 남의 즐거움을 나의 즐거움처럼 기뻐하고(喜 muditīā), 남이 비록 나의 뜻을 몰라줘도 평정을 잃지 않는(捨 upeksā) 마음이 뒤따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우정 슬픔 기쁨 평정의 네 가지 마음은 몇몇 사람에게 한정되지 않고 일체 중생에게 파급되어야 한다. 육도윤회를 설하게 된 이상, 일체 생류生類가 윤리적 관계를 맺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네 가지 마음을 사무량심이라고 하여 업설과 함께 자주 설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시되는 것은 근본적인 우정 곧 사랑일 것은 물론으로, 남에 대한 무한한 사랑은 유교의 인仁이나 기독교의 사랑과 비교해 볼 만한 것이다.(계속)

 고익진 저             불교의 체계적 이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