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을 위한 마지막 여정에서 만난 제자들이며 재가의 불자들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부처님께서 보여주신 그 끝을 알 수 없는 사랑을 느끼며 마지막 열반지 꾸시나라의 열반상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이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당시, 부처님의 이 마지막 여정을 영화로 그린다면, 얼마나 감동적이고 멋진 영화가 될 것인가라는 바람이 있었다. 그리고는 기억처럼 당시의 바람도 시나브로 스러져갔다.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있을 때, 소설가 정찬주씨<<STRONG>사진>로부터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들기 전 3개월의 이야기를 감동적인 소설로 생생하게 그려내는 소설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 소설이 드디어 작가의 모교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우리시대 독보적인 불교 소설가로 자리매김한 정찬주 소설가가 펴낸 작품 『니라바나의 미소』(한걸음 더)가 서점가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정 스님의 1주기인 3월 11일과 부처님의 열반재일 3월 19일(음력 2월 15일)을 맞아 펴낸 ‘열반’ 소설이어서 그 의미가 더하다.

소설은 부처님이 웨살리에서 비구들을 모아놓고 당신의 열반을 선언하신 때부터 끝내 꾸시나라의 변두리에 있는 살라나무 숲 속에서 눈을 감으신 열반의 순간까지 3개월의 노정을 따라 진행된다. 늘 곁에서 부처님을 시봉한 제자 아난다가 부처님의 마지막 행적과 말씀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야기는 부처님께 귀의한 유녀 암바빨리의 눈물로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이 소유한 망고동산을 부처님의 거처로 기부하면서 부처님이 더 머물러 있기를 간청했지만 부처님은 미소로 이를 거절했다. 마치 요정 대원각을 법정스님께 시주한 길상화 보살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법정스님은 기부 받은 대원각을 여법하게 도심 속의 수행도량 길상사로 탈바꿈시켰으나 정작 스님은 강원도 산골에서 나오지 않으셨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매우 다채롭다. 사리뿟다, 목갈라나, 마하갓사빠 등 기라성 같은 부처님의 10대 제자들을 비롯해서 부처님께 황금 옷을 공양한 뿍꾸사, 최고의 요리를 공양하려다 부처님을 사경에 들게한 쭌다, 출가해서도 부처님과의 속가 인연을 들멱이며 늘 안하무인인 전직 부처님 전속 마부 찬나, 부처님의 열반소식을 접하고 땅바닥에서 뒹굴며 오열하는 말라족 사람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개별적으로 하나씩의 애틋한 스토리를 완성하는 동시에 부처님의 열반이라는 주제를 극적으로 승화시키는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탁발을 나가기도 힘들 정도로 기력이 쇠한 부처님은 어느 날 당신 스스로를 낡은 수레에 비유하는 것으로 시봉제자 아난다에게 열반을 암시한다. 25년간이나 부처님을 곁에서 시봉한 아난다는 방황한다. 아직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에 그의 혼란과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다. 게다가 사사로이는 부처님의 속가 사촌이 아닌가. 아난다의 입을 통해 전개되는 이 소설은 그래서 절절하다. 마치 부처님의 열반 당시로 돌아가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듯 생생한 광경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비구들이여, 이제 너희에게 말하노라. 모든 현상은 소멸해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이것이 여래의 마지막 말이다.”

부처님은 생애 마지막 순간인 살라나무 사이에서 누워있을 때에도 이미 깨달은 자보다는 아직 깨닫지 못한 제자들을 향해 눈길을 한 번 주셨다. 목소리가 잔뜩 잠겨드는 와중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한마디라도 더 가르침을 설하고자 하셨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감동적인 삶이 어디에 또 있을까.

결국 부처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 맨 먼저 천지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천둥이 울리는 것으로 부처님이 열반에 드셨음이 세상 구석구석까지 알려졌다. 하늘이 열리며 천상의 신들이 내려왔고, 부처님의 법신 주변으로 만다라 꽃비가 쏟아져 내렸다. 부처님의 열반이 슬픔이 아닌 위대한 대법문이자 무량한 자비로움을 머금은 기쁨임을 하늘과 땅의 신들이 증명한 것에 다름 아니었다.

작가 정찬주는 소설 전반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부처님의 위대한 생애는 찰나와 같이 마감되었지만, 그 마지막 남긴 평화롭고 아름다운 미소는 우리들에게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