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암과 귀면암
만물상입구에 들어서면 골 왼쪽에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는 “삼선암”이 늘어서 있고 그 서북쪽에 둥그런 돌 하나를 이고 선 “귀면암‘이 있는데 이 바위들에는 그럴듯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리철민 그림 만물상 계곡
멀고 먼 옛날에 산수를 즐기는 세 신선이 한곳에 모여 강산을 돌면서 구경하기로 약속하고 한패가 되어 명승지들을 찾아 떠났다.
세 신선은 관서지방의 명산들과 관서팔경, 관북, 영남의 아름다운 산수들과 관도팔경을 돌아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금강산을 찾게 되었다.
내금강, 개금강의 명소들을 일일이 돌아본 신선들은 한하계를 거쳐 외금강의 만물상 입구에 이르렀다.
만물상을 찾기전 다른 곳에서도 더러 있기는 한 일이었지만 신선들이 만물상 입구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온 산이 구름에 휩싸여 만물상의 자연경치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신선들이 이제나 저제나 하고 안타까이 기다리고 있는데 구름이 바람에 휘말려 순식간에 없어지더니 만물상절경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김홍도. 군선도 부분
잠간사이에 은빛, 금빛 광채를 뿌리는 기괴한 봉우리들과 천태만상을 이룬 기암괴석들이 황홀경을 펼치었다. 게다가 만물상 골안 마다에는 각종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그 사이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며 그 속에서 뭇짐승과 뭇새들이 즐기고 있었다.
“야! 참으로 만물상은 천하명승 금강산 절경가운데서도 으뜸가는 명승지로구나.”라고 감탄하면서 만물상을 바라보던 신선들은 절경을 이룬 높은 봉우리들에 오르고 싶었다. 그래서 신선들은 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영마루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점점 놓은 곳으로 오르면 오를수록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화폭이 펼쳐졌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 덧 만물상의 봉우리들이 눈앞에 또릿또릿하게 보이는 곳까지 오르게 되었다. 바로 이때였다. 갑자기 만물상 골 안으로부터 하늘에 잇닿은 무지개가 서더니 아름다운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만물상의 천선대로 내려오고 있었다. 신선들은 날개옷을 휘날리며 선녀들이 내려오는 모습이 어찌도 황홀했던지 그만 넋을 잃고 봉우리에 오를 생각도 다 잊어버렸다. 그러는 사이에 해는 벌써 서산에 기울어져 신선들은 오르던 길로 되돌아섰다.
만물상 골 안을 따라 얼마쯤 내려오다가 한 신선이 “우리가 본 것에 의하면 만물상에는 이 세상에 모든 것이 다 있는 것 같은데 아마도 없는 것이란 귀신과 용이 아닐까?”라고 하니 다른 한 신선이 “이곳에 신선은 있는 것 같소?”라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참 선녀는 있는데 그와 같이 놀아줄 신선은 없군그래,”라고 하면서 모두 크게 웃었다.
이어 세 신선은 손을 굳게 잡고 “여기가 과연 우리들이 모여 있을 곳이요, 우리 모두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이곳에서 살면서 선녀들을 맞이하기요.”라고 하였다.
세 신선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곳 ‘산신령“이 환영의 경각 소리를 울리었으며 온갖 새, 짐승들이 모여들어 풍악소리에 맞추어 노래 부르고 춤추며 축하의 뜻을 표시하였다.
금강산 귀면암. 북한 작가
어느 덧 세 신선들이 만물상 어구에 내려왔을 때에는 해가 서산에 지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였다. 이때 뜻하지 않게 만물상 구경을 하러 들어오는 귀신들과 맞다들게 되었다. 원래 신선이라면 팔다리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귀신패거리들은 세 신선들을 보자마자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순간 몸이 날랜 한 신선이 얼굴이 아주 험상궂은 귀신 하나를 잡아 세워 놓았는데 그 귀신은 신선들이 들고 다니는 서슬 푸른 날창 앞에 넋을 잃고 그만 돌로 굳어졌다. 그것이 바로 “귀면암”이라고 한다. 그리고 세 신선은 금강산 만물상이야말로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천하절경이라고 탄복하면서 만물상을 지키는 무사인양 날창을 세우고 돌고 굳어져 “삼선암”으로 되었다고 한다.
공훈예술가 오용우. 삼선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