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이방인처럼 딱딱하고 굳은 표정으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청량한 미소를 선사했던 지하철 게시판 『풍경소리』의 글과 그림을 모아 엮었다.
처음 게시된 후 2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이미 4권의 책으로 묶여 나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이번이 다섯 번째 권이다.
『어느 가을날, 마당을 쓸던 설총이 원효 스님에게 말했습니다.
“스님, 낙엽들을 깨끗이 치웠습니다.”
원효 스님은 말없이 낙엽 한 뭉치를 집어 흩뿌리며 말했습니다.
“가을은 원래 이러 하느니라.”
우리는 매사에 너무 완벽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본래의 즐거움을 놓치고 사는지 모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바뀌는 지하철 역 <풍경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가 하면, 때로는 탐욕과 이기심에 물든 마음에 번쩍 ‘방할’의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가 하면, 주인공으로서의 삶을 살라고 경책하기도 한다.
『많은 물을 가두어 놓고
혼자만 쓰겠다는 농부에게
다들 손가락질하지만
많은 재물을 쌓아두고
혼자만 쓰려는 사람은
왜들 그리 부러워할까요.』
60여 개의 맑은 글과 어우러진 그림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작품이며, 우리의 눈과 마음, 정신을 어루만져 치유해준다.
짧은 글들이지만 그 여운만은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 삶을 다시 한 번 성찰해보고, 영원히 다시 마주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생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조금이라도 커 보이려고 까치발을
들고 사는 인생은 피곤합니다.
까치발을 내려놓는 순간 모두가 편안해질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게 되니까요.』
풍경소리 지음 ∥ 조병완 그림
자유문고 ∥ 13,800원
저자 : 풍경소리
‘풍경소리(사단법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설 비영리단체)’는 우리 삶에 녹아 있는 지혜를 감동적인 글로 엮어 내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복잡한 도심의 상징인 지하철을 통해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나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엮었습니다.
그림 : 조병완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동양화보다는 한국화라는 이름을 더 좋아하여 한국화가로 불리길 바라며, 먹그림이든 색그림이든 꾸밈없는 그림을 추구한다. 우리네 문화 속에서 늘 드러나는 소박미, 졸박미, 단순미라 부를 만한 것들을 눈여겨보고 애지중지하면서 그림에 담는다. 일상과 예술은 섬유질 사이사이로 무수한 구멍이 뚫려 있는 한지처럼 이쪽과 저쪽이 서로 통하며 같으면서 다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간섭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