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산사의 소박한 밥상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살이의 욕심은 바닥에 내려놓아야 할 것만 같다. 절간의 공양을 맛볼 때면 자연이 느껴지고 거짓이 스러진다. 공양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공양을 준비하는 공양간은 아무에게나 열리지 않는다.

그 속에는 무엇이 있기에 그토록 비밀스러운 것일까.

사찰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어서 일까. 앞으로 얼굴을 들어내지 않아서 일까.

후원이라 불리기도 하는 공양간.

일반 가정집에서도 부엌은 함부로 공개하지 않는데 수행도량인 사찰의 공양간이라면 오죽할까. 하지만 산사의 밥상이 우리에게 육신의 양식이 된다면 공양간의 모습은 우리 마음의 양식이 된다.

북촌생활사박물관 이경애 관장은 공양간에서 피어나는 부처님의 향기를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에 담아냈다.

먹거리와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해결책을 불교에서 불교의 먹거리에서 찾으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찰음식들만 본다면 이 책은 단순히 요즘 유행하는 참살이를 위해 나온 여러 책들과 함께 묶어 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책속에서 공양을 준비하는 공양간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속에 스민 부처님의 향기가 느껴질 것이다.

저자가 젊은 시절 출가하고자 찾았던 지리산 대원사와의 인연이나 승주 선암사 스님들의 발우공양을 이야기 할 때는 경건함이 느껴진다.

“깨끗하고 맛있게 만들되 나누어 모자라지 않을 만큼의 양을 정하는 것, 이것이 제일 중한 소임”이라는 도봉산 원통사 별좌보살의 말이나 “절집 잔치는 맛을 즐기는 게 아니라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고르게 나눠 먹을 수 있도록 양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김룡사 공양주의 말을 듣노라면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차별 없고 공평한 세상을 바라시던 부처님 말씀이 떠오르기도 한다.

산사의 아름다운 밥상은 공양간의 모습만 아니라 덤으로 가죽장아찌, 초피잎 장떡, 표고버섯 장아찌 등 공양간에서만 맛볼 수 있는 30여종의 사찰음식들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까지 해주고 있으니 한번 따라해 본다면 우리의 부엌이 곧 부처님 향기 스민 공양간이 될 것이다.

도서출판 아름다운인연 / 이경애 글 / 하지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