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인 이슈와 더불어 가장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에 대한 이슈다.
대한항공의 모체인 한진그룹의 창업자 조중훈 회장과 월정사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월정사는 칠불보전과 당우등 21채가 6,25때 전소 되었다. 월정사 중건주 만화스님은 적광전 불사를 계획해놓고도 자금이 없어 몇 년을 고민하다가, 부자가 많이 사는 서울에 가면 무슨 길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무작정 떠났다. 그때 탁발을 돌다가 들어간 부잣집이 바로 조중훈 회장 집이었다.
아직 사업이 작았던 당시 조중훈 사장은 전날 밤 꿈에 ‘한 스님이 찾아와서 시주를 청할 것인데 시주를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꿈을 꾸었다. 예사로 여기며 새벽에 일어나 마당을 쓸고 있는데 밖에서 염불소리가 났다.
집주인이 나가자 그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 사는 중인데 불사를 하기 위해 탁발을 왔다”며
시주를 청하는데 꿈에서 본 그 스님 얼굴이었다.
“월정사가 6.25때 불타 대웅전을 지어 부처님을 모셔야하는데 돈이 없다.”
월정사 불사에 큰 보시를 한 한진그룹 조중훈회장 공덕비. 탄허스님이 비문을 썼다.
조 사장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월정사로 갔다. 사실이었다. 조 사장은 돈이 얼마가 드느냐고 물었으나 조그만 기업체 사장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되든 안되든 지원을 약속하겠다.”고 했다. 불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꿈의 영험인지 불사가 시작되면서 조 회장의 사업은 날로 번창해졌고 갈수록 시주금액도 늘어났다. 이제 고인이 된 조회장은 계속해서 월정사와 인연을 맺어 적광전 불사뿐만 아니라 월정사 범종, 박물관 등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만화스님의 상좌로 은사스님의 뒤를 이어 조회장과 인연을 맺은 현해스님은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꼼꼼하며 검소했던 조회장이지만 월정사 불사에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금도 월정사의 일주문 근처에 조회장의 공덕을 칭송하는 비가 서있다.
공덕을 지어서 좋은 과보를 받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사에 큰 보시를 한 이가 사업은 크게 번창했으나, 사업에 도움이 되는 관료와 사돈을 맺고 자식을 지혜롭지 못하게 키운 과보로 자손들이 사회에 누를 끼치고 괴로움을 당하고 있다.
4년 전 큰 딸 조현아의 ‘땅콩회항’, 아들 조원태의 ‘막말사건’, 둘째 딸 조현민의 ‘물컵갑질’, 아내 이명희의 ‘갑질히스테리’에 이어 자회사의 비행기를 이용한 ‘밀수의혹’ 등이 세인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급기야 오늘 7시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세종문화회관 옆 계단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 및 경영진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광화문 촛불집회’를 갖는다.
직원들은 ‘도대체 왜 대한항공의 직원들은 자발적 노예를 자처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메신저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여 부조리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우리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직원들은 있을지 모를 사내 불이익의 두려움에 영화 <브이 포 벤데타> 가면을 쓰고 참가한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 한 "이 가면 뒤엔 육신을 넘어선 신념이 함께 하고 있지. 그리고 신념은 총알에 뚫리지 않아"라는 말을 되새기며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촛불집회를 연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불교계에서도 불미스런 일들이 많다. 한 공영매체의 방송을 두고 성명전이 공중에서 난무하고 있다. 올해는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봉축표어를 채택했다. 월정사 적광전 안의 비로자나 부처님은 무어라고 하실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