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석공주와의 뜨거운 3일밤을 보낸 원효대사는 요석궁에서 나온 뒤 분황사로 돌아가지 않고 그 길로 전국을 유랑하기 시작했다. 그는 머리를 기르고 스스로 소성거사라고 부르며 사람들에게 ‘나무아미타불’을 따라하도록 했다.

“나무아미타불, 이 말만 간절히 하면 서방정토에 갈 수 있다. 나무아미타불.”

신라의 민중들은 그를 통해 처음으로 염불을 배웠고, 그 염불 소리는 오늘날까지 불자들의 입에서 입으로 끊이지 않고 내려오고 있다.

염불. 부처님을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그 명호를 부르는 것을 염불이라고 한다. 염불선승들은 “염불이 만세의 티끌 번뇌를 뛰어넘는 묘한 길이요 부처가 되고 조사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그 공덕을 소개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한국 불교계에서는 염불을 경시하는 풍조가 이루어지고 있다. 간화선을 못하는 하근기 중생들이 하는 낮은 차원의 수행, 자기 힘으로 성불하기 힘든 이들이 다른 이의 힘에 의재해 수행하는 것 등 염불은 근기가 하열한 우둔한 이들이 행하는 법처럼 회자되곤 한다.

하지만 염불은 부처님께서 설하시고 찬탄한 법이며, 옛부터 고승대덕들이 수행한 법이기도 하다.

염불수행의 의미와 방법, 공덕을 이야기한 책이 출간됐다. 송성수 조계종 역경위원의 『100일 염불수행』. 약 30여년간 경전을 한글로 번역해온 칠순의 역경위원이 평생토록 수집해온 염불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이 책은 100일 동안 하루에 한편씩으로 나누어 편집돼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염불수행을 100일만에 완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염불은 배우는데는 1분도 안걸리지만, 사실 염불도를 이루기에는 평생토록 해도 모자란다. 그처럼 긴 인내와 두터운 원력으로 이어나가야 할 염불수행자들에게 100일동안 염불의 참의미를 생각하도록 도와주는 안내서에 가깝다.

이 책은 염불의 의미, 정토염불의 필수조건, 염불의 절차, 정토삼부경, 정토에 왕생하는 법 등 염불의 직접적인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명보살부터 이름없는 노파에 이르기까지 일념으로 염불을 행했던 선지식들의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스토리들을 전달한다.

이 책에 따르면 <염불경>에는 염불의 공덕에 대해 10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 ‘다시는 부처님과 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가슴깊이 와닿는다.

염불을 하는 목적이 부처님을 염하고, 부처님과 헤어지지 아니하며, 또 언젠가는 부처가 되는 것이라면, 『100일 염불수행』은 부처님을 만나러 가는 이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100일동안 등불을 켜주는 좋은 길동무가 될 것이다.

불교시대사.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