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1년전인 1947년 10월부터 1950년 3월까지 문경 봉암사의 승려 50여명이 법당과 전각에서 칠성탱화와 산신탱화를 뜯어내고 나무로 만든 발우, 비단으로 지어진 가사와 장삼을 모두 불태웠다. 부처님의 법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신도들에 대한 천도재도 지내지 않았다. 공양주와 부목도 모두 절 바깥으로 내보내고 청소며 밥해 먹는 일이며, 나무하는 것도 모두 스님들 손으로 직접 하기 시작했다.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 아래 진행된 이 결사는 후일 대한불교조계종 재건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 결사에 참여한 이들 중 4명이 종정(성철, 청담, 혜암, 법전)이 되었고, 7명이 총무원장(청담, 월산, 자운, 성수, 법전, 의현, 지관)이 되었다. 현대 불교사의 흐름이 이 사건, 봉암사결사를 통해 뒤바뀌어진 것이다.
봉암사결사 6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10월에 개최됐던 불학연구소 학술세미나 결과물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봉암사결사와 현대 한국불교』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부천대 김광식 교수의 ‘봉암사결사의 재조명’, 순천향대 송현주 교수의 ‘봉암사 결사의 의례적 차원: 특징과 의의’, 동국대 김호성 교수의 ‘봉암사결사의 윤리적 성격과 그 정신’, 불학연구소 서재영 선임연구원의 ‘봉암사 결사의 정신과 퇴옹 성철의 역할’, 조계종 원로의원 혜정 스님의 ‘봉암사 결사와 청담대종사’, 동국대 목정배 명예교수의 ‘봉암사 결사와 자운 성우대율사’가 게재됐다.
또 책 말미에는 성철 스님이 직접 봉암사결사를 회고한 법문이 부록으로 수록됐다.
지금까지 봉암사결사를 학문적으로 다룬 전문서적이 단 한 권도 없었다는 점은 오히려 의아하기까지 하다. 이 책의 출간으로 봉암사결사 연구는 물론 한국 현대불교사의 연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