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과 한국불교 위기에 대해 원로스님들께 드리는 간청의 글

 

삼보 귀의하옵고, 존경하는 원로의원 큰스님에게 삼배를 올리며 우리 종단과 한국불교의 위기에 대해 경책의 말씀을 해주실 것을 간청드립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석가세존의 자각각타 각행원만한 근본교리를 봉체하며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함을 종지로 하여 배불훼석排佛毁釋의 정치적 법난에도 불요불굴不撓不屈하고 그 종맥을 면면부절綿綿不絶하게 이어 온 종단입니다. 해방이후 교단의 청정과 승풍을 진작하려는 종도들의 원력에 의해 마침내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하게 되었으며, 이후 교단의 청정성과 삼보호지의 기본 틀이 다져지고, 수행납자의 승풍이 진작되었으며, 포교와 가람불사에 힘을 기울여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으로서 유례없는 교세 확장을 이루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불교는 자승총무원장 집행부가 들어 선 지난 8년간 300만의 불교인구가 감소하였으며, 더 나아가 인천의 사표라 불리우던 일부 스님들이 음행과 폭행, 도박과 은처, 금거선거와 언론탄압등 각종 불법과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이 되어 종단의 안팎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거대한 시련과 도전에 직면해 있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비난에 대해 종무행정의 수반으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자승총무원장은 비록 사실관계의 오인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참회의 뜻을 공개적으로 표시하여 종단의 위기상황을 인정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승총무원장은 종단의 위기상황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참회의 뜻을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차기 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본사주지, 종책모임에 이어 종정예하를 예방하여 차기총무원장 후보를 거론하는 등 선거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도들의 뜻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추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교역직 종무원의 엄격한 중립을 천명한 선거법 위반의 소지까지 있어서 정작 종단의 수반이 종단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 현실입니다.

 

더구나 자승총무원장이 추대하려고 한다고 알려진 수덕사 방장이신 설정스님은 지난 9월 8일 지금까지 알려진 서울대 원예학과 출신이라는 학력에 대해 와전된 것이라고 하여 사실상 허위학력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설정스님은 와전된 것이라고 변명을 하였지만 본인이 스스로 작성한 이력서와 각종 언론 인터뷰, 불교텔레비젼의 개국20주년 프로그램등에서 서울대 원예학과 출신이었음을 밝힌 바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서도 10쪽에 걸쳐 ‘서울대에 들어가다’라는 소제목으로 서울대에 입학한 경위와 학교생활을 상세히 적었으며, 이 책을 펴낸 출판사도 보도자료에서 “1977년 서울대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 벽초 스님(수덕사 2대 방장)이 ‘지금 수덕사가 위기에 처해 있다. 네가 여기서 출가해 자랐으니 이제 여기 있으면서 수덕사를 지켜라.’”라고 적어 언론사에 보냈습니다. 설정 스님의 의도가 없었다면 방통대가 서울대로 ‘와전’될 수 없다는 것이 여러 증거들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허위학력’이 아니라 ‘학력위조’로 볼 여지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설정 스님은 학력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논란을 일으킨 부덕을 참회한다고 하면서도 총무원장 출마 뜻을 고집하였습니다. 그리고 계기가 되면 종단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치겠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허위학력은 사회에서도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수많은 고위공직자들이 허위학력이 들통이 나서 공직에 진출하지도 못하고 심지어 공직에서 퇴출된 이후에 법적인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사회에서도 이렇게 엄격한 도덕적인 기준을 가지고 허위학력에 대해 처벌을 하는데 대한민국사회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야 할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행정수반 후보자가 허위학력자이고 만약 그 분이 총무원장으로 선출된다면 사회에서 우리 종단을 어떻게 보겠습니까?

 

지난 8년간 한국불교는 온갖 비난과 조롱을 들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외국 언론인 이코노미스트에서도 ‘한국불교, 몽키비지니스’라는 제목으로 비판적인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난과 조롱을 듣는 것은 한국불교가 청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세속적인 가치에 탐욕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학력을 속인 수행자가 와전이라는 말을 내세워 형식적인 참회를 하고 총무원장이라는 명예와 지위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느 누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려고 하겠습니까? 더구나 설정스님은 허위학력 이외에도 다른 추문이 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가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밝혀진다면 한국불교의 위상이 얼마나 더 추락을 하겠습니까? 이것은 또 다른 종단의 위기입니다.

 

이러한 종단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앞으로 다가 올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여법하게 치루기 위해서는 사부대중 모두가 종헌종법을 준수하여 청정한 사부대중공동체를 이루도록 정진을 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지난 세월 조계종단을 이끌어 오신 원로스님들께서 종단의 위기상황을 통찰하시어 더 이상 우리 조계종단의 청청한 수행가풍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번뇌에 얽매인 속세의 생활을 버리고, 수행자의 생활로 들어가는 것을 출가라고 합니다. 출가는 단순히 집을 떠나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교적으로 의미를 갖는 출가는 세속적 생활방법, 이를테면 명리나 권세, 욕망과 번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겉으로 아무리 삭발염의하고 수행자의 모습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속으로 세속적 번뇌와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는 출가수행자라고 이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원로의원 큰스님께서 이러한 종단의 위기를 바로잡고 진정한 출가수행자의 위상을 바로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선 자승총무원장의 지난 8년간 불교신도를 300만이나 감소시킨 적폐에 대해 지적을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자승총무원장이 차기총무원장후보 추대에 개입하려 했던 것에 대해 잘못을 지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또한 허위학력등 여러 가지 의혹이 있는 차기 총무원장 후보, 설정스님에 대해 원로회의 차원에서 검증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종단의 적폐청산을 위한 비구니스님들의 단식 동참을 지지하며

비구니승가의 참종권 확대를 적극 요구합니다

 

 

 

총무원장선거가 다가오면서 그 어느 때보다 종단을 바라보는 눈길이 매섭다. 직선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총무원장은 총무원장 선출 방안에 대한 대중들의 논의를 모아 달라고 했었다. 그리하여 대중공사에서 오랜 논의 끝에 사부대중의 61%가 직선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법랍 10년 이상의 비구와 비구니를 대상으로 중앙종회가 주관한 설문조사에서 81%가 직선제에 찬성한 바 있다.

 

하지만 종단이 대중들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총무원장선거법과 관련된 열띤 논의들은 물거품이 되었고, 총무원장 직선제와 조계종 적폐 청산을 발원하는 사부대중은 지금도 촛불법회를 이어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명진스님을 필두로 여러 스님들의 단식이 이어졌고, 두 비구니스님도 이에 동조하며 단식에 들어가셨다. 두 스님은 금권선거의 폐단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총무원장 직선제가 반드시 성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총무원장 직선제를 제도화할 분이 총무원장이 되어야 한다며 단식의 동기를 밝혔다.

 

현행 총무원장 선거제도는 321명의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그동안 금권선거 및 부정선거 등으로 인해 종단 내외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되어 왔다. 이러한 선출 방식은 승가의 과반수에 달하는 비구니승가를 차별할 뿐만 아니라 재가불자를 소외시키는 것으로, 부처님의 평등사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성차별, 신분차별을 합리화하면서 불합리한 독점 권력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되어왔다.

 

현재 비구니 승가는 수행과 정진, 가람수호, 사회봉사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비구 스님과 동일하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헌종법으로 차별받고 있다. 종정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총림 방장, 본사 주지, 법규위원회 등이 ‘비구’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능력이 아니라 ‘단지 비구라는 이유 때문에’ 종단에서 지도부가 된다면, 이것이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인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35대 총무원장선거 역시 간선제로 치러지면서, 총무원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비구니는 중앙종회비구니의원 10명을 제외하고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성차별이 사회에서는 범죄로 처벌받고 있는 현실에서, 현실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종단의 성차별에 많은 여성불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누가 총무원장이 되더라도 비구니 참종권 확대를 위한 종헌종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우선 종법에서 “비구”라는 자격을 “승려”라는 성중립적인 용어로 바꾸고, 비구니승가가 교단의 발전을 위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비구니 승가에 대한 차별적 배제는 비구니 승가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승가로 나아가는 데 커다란 걸림돌일 뿐이다. 동시에 비구니승가를 차별하는 것은 비구니승가를 따르는 여성불자들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것과도 같다. 직선제의 폐단과 불합리한 차별을 바꾸고자하는 비구니스님들의 간절한 열망은 평등하고 정의로운 종단을 지향하는 사부대중의 열망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비구니로서 나서기 어려운 조건을 무릅쓰고 평등한 교단을 바라며 단식에 동참하신 두 비구니스님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을 밝힌다.

 

 

 

2017년 09월 19일

 

비구니승가의 참종권 확대를 주장하는 여성불자 및

교단자정센터, 나무여성인권상담소, 바른불교재가모임, 본마음심리상담센터,

불교상담학회, 불교환경연대, 아카마지, 종교와젠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