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보문품 문구·기·송』도 펴내

가상대사 길장(嘉祥大師 吉藏, 549~623)은 중국 삼론종의 개창조사로 알려진 당대의 걸승이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적 요구를 수용해 대중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그는 화엄경을 중시하는 그 시대의 학풍에서 반야사상에 입각해 법화경을 해석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단일 경전에 관한 그의 저서 중에는 법화경에 관한 책이 많다. 현재 남아 있는 유관 자료로는 법화경에 관한 주석서인 <법화의소>·<법화현의>·<법화통략>·<법화유의>가 있다. 이들 저서 중에서 가장 만년에 저술한 것이 <법화유의>다. 사상적으로 가장 원숙한 경지에 들어갔을 때의 작품이란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차차석 교수(사진)가 국내 최초로 『역주법화유의』(우리출판사)를 펴냈다. 만학으로 최근 박사학위를 받은 남륜(이현규) 스님과 공동편역했다. 이 책의 1장인 ‘법화유의의 성립과 전개 배경’은 남륜 스님의 학위 논문 중에서 해당 부분을 옮겨 윤문한 것이다.

4월 22일 열린 출간 기념 교계기자간담회에서 차 교수는 “법화경과 유관한 종단이나 신앙형태를 감안하면 대략 6백만에서 7백만 명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법화경에 의지해 불교적인 신앙을 영위하고 있다고 본다. 이들이 보편적인 시각을 지닐 수 있도록 다양한 법화이론서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차 교수는 이어 “이 책이 올바른 법화정신을 현창할 뿐만 아니라 남종선에 익숙한 한국불교에 잘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한국불교, 특히 한국의 법화계열 교단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차 교수가 편역해 함께 펴낸 책은 『관세음보살보문품 문구·기·송』(우리출판사).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있지만 문구와 기, 송은 원래 각각 별도의 책에 수록되어 있던 것을 보기 좋게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즉 천태지의가 법화경을 주석한 책인 <법화경문구>(대정장34)에 나오는 ‘관세음보살보문품’ 해석과, 당나라 중기에 활동한 천태종의 중흥조사인 형계담연이 다시 주석을 붙인 책인 <법화문구기>(대정장34)에 나오는 ‘관세음보살보문품’ 해석, 그리고 송나라 때 활동한 자운준식이 저술한 <관음경보문품중송>(만자속장경35)을 한 책으로 묶은 것이다. 자운준식이 고려승 의통보운의 제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불교와도 인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관음보살이란 동일한 주제를 중심으로 세 분의 각기 다른 견해를 보기 좋게 묶었다는 점에서 관음신앙의 총결이라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신앙 대상으로서의 관음보살을 철학적, 수행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의 불자들이 관음신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