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
정목 지음, 꿈꾸는서재
280쪽, 1만4000원

정목(正牧). 바른 방향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라는 뜻이다. 유나방송과 BTN불교TV, BBS라디오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있는 비구니 정목 스님은 법명에 따라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삶을 살아왔다. 누군가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삶을 놓으려는 결심을 돌이킬 수 있다는 생각에 전화 상담기관 ‘자비의 전화’를 만들었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아픈 어린이 돕기 운동 ‘작은 사랑’을 펼친 지가 20년이 넘었다. 그것으로는 세상 은혜를 다 갚지 못한다며 ‘길 위의 메아리 학교’를 만들어 청소년들이 여행을 통해 꿈을 찾는 일을 돕고 있다.

정목 스님은 한 해, 한 해 나이 드는 것을 실감하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정신적으로는 더 지혜로워지며 남을 도울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임을 체험하고 있다. 세상과 이별해야 될 순간 소중하게 여겼던 것들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엔 아름다운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모임인 ‘아노모(아름다운 노년을 위한 모임)’ 활동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종교를 초월해 지친 이들의 삶을 보듬어주는 정목 스님의 에세이가 4년 만에 출간됐다. 고단한 생의 걸음걸음을 옮기는 이들에게 보내는 잔잔한 응원의 메시지다.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만나는 이 한 사람 한 사람은 물론 생명 있는 모든 미물을 아끼는 스님의 마음을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았다.

“창밖의 작은 뜰에 꽃 피기 위해 애쓰는 꽃나무들이 보입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그렇게 피어나기 위해 애를 씁니다.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는 시구절을 읽으며 세상 모든 애쓰는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책을 내며, 11쪽)

항상 누군가를 돕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내가 더 많이 배웠다”라고 말하는 스님은 나눔의 기쁨에 익숙하다. 스님은 새해가 되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복을 나눈다. 만 원짜리 한 장, 천 원짜리 한 장을 넣은 봉투를 준비해 새해에 만나는 인연들에게 세뱃돈으로 나누어준다. “천 원에다 또 만 원을 보태니 천만 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천만 원의 세뱃돈, 26쪽)라고 말하는 스님은 택배기사, 환경미화원, 도시가스 검침원, 택시기사나 식당 주인은 물론 종업원까지 새해 인사를 빼놓지 않는다. 세상 모든 사람이 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지 항상 주위와 세상을 살피는 정목 스님의 성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님과의 전화 한 통으로 죽기로 결심했던 이가 마음을 돌린 사연, 알코올중독자 치료소에서 죽어가던 이가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남에게 뭔가를 베풀고 싶다며 스님에게 곶감 한 상자를 전한 사연 등이 100여 편의 글에 녹아 있다. 따뜻한 아랫목에서 듣는 정겨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공부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불 같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