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한 동행
종연 지음, 뜨란
288쪽, 1만5000원
종연 스님(아래 사진)은 인천시 남구 승학산 자락의 작고 소박한 절 수미정사의 회주다. 경인불교대학 학장, 사단법인 미추홀공덕회 이사장이면서 최근엔 인천불교총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홀가분한 동행』은 인천 불교의 리더 종연 스님의 아름다운 산문집이다.
종연 스님은 인도 부다가야 성지 순례 도중 부처님이 성도하신 보리수 아래 앉아 ‘출가 수행자로서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겠노라.’ 다짐했다. 그 뒤로는 슬프고 힘든 사람만 눈에 들어왔다. 폭넓은 수행법을 배우고자 미얀마로 건너가 2년 가까이 위빠사나 수행을 하고 돌아와 인천에 자리를 잡은 다음에는 목탁을 들고 법당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소외된 이웃들을 만나 마음을 나누고 그들에게 쌀과 밑반찬을 배달하고, 도배를 해드리고, 따뜻하게 손잡고 축원을 해드렸다.
아프고 힘든 이들의 곁을 지켜온 종연 스님은 홀가분함과 나눔이야말로 행복의 조건이라고 말한다. 버리고, 덜고, 비울수록 자유로워지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족이나 이웃과 함께할 때 삶의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출가 수행자로서 나눔과 베풂의 삶을 실천해온 스님은 ‘홀가분함’과 ‘동행’ 사이에 자유로운 삶의 비밀이 들어 있음을 깨닫고, 그 깨달음의 정수를 담백한 문체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혼밥과 혼술이 유행하고, 각자도생의 외침이 사회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이 시대에 스님의 책은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책의 앞쪽은 △지혜 △수행 △인연 △나눔 등 4부로 구성됐다. 이어 5부 ‘출가 수행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불교 전문 작가 박원자 씨와 종연 스님의 대담을 엮은 것이다. 30년 가까이 많은 스님들을 인터뷰하고 글을 쓰면서 수행하는 삶을 사랑하게 된 작가와 스님은 작년 6월부터 올 3월까지 여러 번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박원자 작가가 정리한 대담을 통해 우리는 종연 스님이 출가 수행자로서 지닌 삶의 원칙, 신도들을 위한 교육과 수행, 대중을 위한 복지 활동 등에 대한 진솔한 생각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작가는 대담을 정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님을 만나 뵙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님의 마음이 늘 중생들의 삶에 머물러 있구나.’하는 것을 거듭 느꼈다. ‘어떻게 하면 뭇 생명 모두가 행복할까?’가 평생의 화두인 수행자이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 가운데 “어느 순간, 나를 온전히 버리고 중생만을 위해 살기로 서원했다.”는 말씀이 마음에 가장 감동적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출가자 본연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빛깔로 부처님 법대로 잘 살아가고 계신 스님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 자신을 철저히 버린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경쾌함과 겸손함에 잠시나마 물들 수 있어서 무엇보다 감사했다.] (‘언제나 중생과 함께’ 281~2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