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바라밀’ 중 최소한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실행하는 수행의 기초를 닦자 -
필자
■ 이병두 칼럼 ■ <종교평화연구원장, 종교 칼럼니스트>
불제자들은 흔히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듯이, 이 말은 “우리가 죽은 후 다시 태어날 때 인간의 몸을 받을 확률은, 온 땅덩이가 바다로 변했을 때 수명이 무량겁(無量劫)인 눈 먼 거북이가 바다 밑을 헤엄치다가 숨을 쉬기 위해 100년에 한 번씩 물 위로 올라오는데 우연히 그곳을 떠다니던 나무판자에 뚫린 구멍에 목이 낄 확률보다 더 작다”는 뜻이다.
이처럼 태어나기 어려운 존재인 인간으로 이 세상에 와서, 사람으로 태어나기만큼이나 만나기 어렵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만났으니 어찌 그것을 소홀히 하겠는가?
태어나기 어려운 사람으로 세상에 나와 부처님 가르침을 만난 복을 누리려면 쉬지 말고 정진하여야
“대지가 모두 물로 덮여 있는데, 어떤 사람이 구멍이 뚫린 멍에를 하나 그 물에 던져 넣었다고 상상해봅시다. 그 멍에는 바람에 휩쓸려 북쪽으로, 남쪽으로, 동쪽으로 그리고 서쪽으로 떠다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눈먼 거북이 100년에 한 번씩 수면에 떠오른다고 합시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눈먼 거북이 100년에 한 번 수면에 떠올라 그 멍에에 있는 구멍에 머리를 끼워 넣겠습니까?”
“세존이시여, 그런 일은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자, 인간으로 태어나게 될 가능성도 그와 똑같이 어려운 일이오. 여래(如來)ㆍ거룩한 분ㆍ완벽하게 깨달은 붓다가 세상에 출현할 가능성도 그와 똑같이 어려운 일이오. 그리고 여래가 설한 진리[법法]와 규율[律]이 [세상에서] 가르쳐지게 될 가능성도 그와 똑같이 어려운 일이오.
그러나 그대들은 이제 인간으로 태어났고,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여, 진리[法]를 가르쳐 왔소. 그러므로 정진하여 ‘네 가지 거룩한 진리[四聖諦]’를 깨달으시오.” (Bhikkhu Bodhi translated, 《The Connected Discourses of the Buddha - A Translation of the Samyutta Nikaya》, Wisdom Publications. 1872쪽; 전재성 옮김, 『쌍윳따니까야』11, 382~383쪽 참조)
실제로 부처님께서 붓다가야에서 ‘위 없는 깨달음’[無上正等正覺]을 이루신 뒤에 첫 번째 제자가 될 기회를 만났지만 “부처가 출현했을 리가 없다”며 스스로 그 기회를 버린 사람도 있었고, 나중에는 여러 차례 부처님 진신을 보여주어도 몰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부처님의 첫 번째 제자가 될 기회가 왔지만 “진짜 깨달은 부처일 리가 없다”면서 떠난 우파카
붓다가야에서 ‘위 없는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함께 수행하다가 떠나간 꼰단냐(憍陳如) 등 다섯 수행자들을 만나러 바라나시로 가는 여정 초반, 붓다가야와 가야(Gaya) 사이에서 아지바카 교파에 속하는 우파카(Upaka)라는 수행자를 만났다.
우파카가 물었다. “그대의 표정은 고요하고, 안색이 맑고 밝습니다. 그대가 출가하기 전의 이름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대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그대는 누구의 법을 따르고 있습니까?”
이 물음에 부처님이 이런 게송으로 답하였다.
“나는 모든 것을 이겼고 모든 것을 알았으며
모든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났고 모든 것을 버렸으며,
갈애(渴愛)가 없어진 해탈을 얻었소.
내 스스로 깨달았으니 누구를 스승으로 따르겠소?
나는 스승도 없고 나와 동격인 사람도 없소.
인간의 세계에서나 신들의 세계에서나
나와 비교될 존재는 아무도 없소.
나는 거룩한 이고, 최고의 스승이라오.
나는 홀로 모든 것을 깨달아
적정한 경지에 이르렀고 열반을 성취하였소.
나는 진리[法]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암흑의 이 세상에 영원한 북을 울리러 바라나시로 갈 것이오.”
우파카가 물었다. “그러면 그대는 영원한 승리자로 존경받을 만하다는 말입니까?”
부처님이 답하였다. “나처럼 번뇌를 모두 소멸시킨 사람은 승리자요. 모든 그릇된 법을 부수었으니 나는 승리자요.”
우파카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고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다른 길로 가버렸다. (《남전율장Vinaya》 <대품Maha Bagga> 1:6)
이처럼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해서 법을 설할 때 모든 사람들이 그분을 알아보고 그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믿음만으로는 궁극적인 해탈을 얻는 데 필요한 지혜를 증득할 수 없다
어느 날 부처님과 시자 아난다가 슈라바스띠[舍衛城] 입구에서 어느 불쌍한 노파를 만났다.
연민의 마음이 일어난 아난가가 부처님께 그녀를 구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부처님께서는 그녀 가까이로 가소서. 그녀가 여러 가지 상호(相好)들과 찬란한 빛을 가지신 부처님을 뵈면 환희심을 내어 구제될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 여인은 구제되는 데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지 않았소”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난다가 거듭 간청하자 부처님은 그 노파에게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려고 했다. 그녀의 정면으로, 뒤로, 옆으로, 위로, 아래로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노파는 그분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녀가 머리를 숙여야 할 때에는 머리를 들었고, 머리를 들어야 할 때에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는 끝내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려버렸다. 노파는 부처님이 그곳에 와있는 사실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부처님은 “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느냐? 모든 것이 소용없다. 구제될 인연이 없고, 부처를 볼 수 없는 이런 사람들이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대지도론(大智度論)》, 大正藏 1509; 에띠엔 라모뜨 지음, 호진 옮김, 《인도불교사》1, 시공사. 104 & 105쪽에서 재인용)
이처럼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그의 가르침에 찬성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구제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인 해탈을 얻는 데에 필요한 참된 지혜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믿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늘 한국의 불제자들은 최소한 ‘부처님 출현’과 그 분의 가르침에 대해서 믿기는 한다. 문제는 가르침의 존재를 믿기만 할 뿐 그 가르침을 체득하기 위해 수행 정진하고, 이웃들을 위해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존재 자체도 몰라 봤던 이들에 비하면 우리들에게는 해탈의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이다.)
불기 2561년,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우리들은 ‘부처님의 존재’를 단순하게 믿는 단계를 넘어 “불제자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6 바라밀’ 중 최소한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실행하는 수행의 기초를 닦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되길 기대하고 주문한다.
* 네이버 블로그 <香山의 세상이야기 - 葉落糞本>에 실린 글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미디어붓다>에도 게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