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은 훨씬 더 지난 일이다. 김현준의 『사찰, 그 속에 깃든 의미』가 출간되었을 때, 아마도 한동안은 사찰에 관한 책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책의 내공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입증이나 하듯, 김현준의 책 제목조차 아른아른해질 무렵이 돼서야 그럴듯한 사찰소개서가 한 권 나왔다. 책의 제목은 『사찰, 어느 것도 그냥 있는 것이 아니다』. 당연한 말인데도 막상 책 제목으로 달아놓으니, 뭔가 있어 보인다.

스스로 역마살이 끼었다며 너스레를 떠는 저자 목경찬은 사찰에 대해 품을 수 있는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편집 책임자에게 들으니 불교계에서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저명한 불교학자 목정배 교수님의 조카뻘이란다. 그러면 그렇지, 그 DNA가 어디 가겠는가.

사찰은 부처님을 모신 집이다. 따라서 그 어느 건물보다도 정성이 듬뿍 들어간 건물이다. 아울러 스님들과 대중들이 공부하는 현재진행형의 집(도량)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사찰의 건축 양식보다도 처음 그 사찰을 지었던 마음, 사찰 안 곳곳에 담긴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읽어내는 데 주목한다. 동시에 흔히 접할 수 있는 법당이나 탑 이외의 성물들에 대해서도 똑같은 관심을 쏟는다. 공양간이나 해우소 등 쉬이 지나쳐 버리기 쉬운 것들과 스님들의 공부법이나 절의 24시간 등 무형의 것들도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다.책에 수록된 200여장의 사진은 저자가 직접 그곳을 방문하며 틈틈이 찍어놓은 것들이다.

대부분의 사찰엔 그 역사만큼이나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가 가득하다. ‘천년고찰’이라 이름 붙은 절들엔 일주문에서부터 법당 안 구석구석까지 이른바 ‘문화재’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이 문화재로 지정된 이유, 문화적 가치 등을 수없이 배우고 들었다. 그러나 절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좀 더 근원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도대체 석탑은 왜 세워졌고, 부도란 무엇이고, 석등은 왜 만들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고, 언제나 그곳에 있다는 친근한 맘에서인지 알 듯, 모를 듯 같은 궁금증을 지닌 채 지나치기 일쑤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저자는 절로 들어서는 입구의 작은 다리 하나부터 해우소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어진 곳이 없다고 말한다. 산사 입구의 작은 다리 하나, 천왕문, 법당 마당에 놓인 연꽃무늬 기왓장까지 직접 찾아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바를 소소하게 적어 내려갔다.

산을 찾은 많은 이들이 우리의 친근한 문화 속에 담긴 부처님의 자비로운 마음까지 얻어 갈 수 있다면 아마도 산을 찾은 기쁨이 곱절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믿는다. 기존의 사찰 안내서가 기행이나 양식사 중심의 서술에 머물러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신앙의 현장으로서의 사찰에 대해 좀 더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목경찬은?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겨레신문사 문화센터에서 <사찰기행>이라는 강좌를 맡으며 학생들을 이끌고 전국 사찰을 누볐다. 현재 여러 불교대학에서 불교교리 및 불교문화를 강의하는 한편, 인터넷에 <저 절로 가는 사람>이라는 카페(HTTP://CAFE.DAUM.NET/TEMPLEGOMAN)를 개설하여 사찰 문화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불교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