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전국 곳곳의 벚꽃 명소들은 여행객들로 붐빈다. 주말이 되면 더 많은 인파가 몰리는데, 극심한 교통정체로 꽃구경도 하기 전에 지치기 십상이다. 꽃놀이를 제대로 즐기려면 기상정보도 확인해야겠지만, 교통정보 확인도 필수다. 꽉 막힌 도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출발 전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에서 제공하는 교통예보를 참고하면 이러한 걱정을 덜 수 있다.

■ 교통예보, 빅데이터를 만나다

과거의 교통예보는 현재 어느 구간이 막히고 있는지, 부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등의 단순한 교통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통예보는 다르다. 현재 시각의 교통상황 뿐만 아니라 미래의 교통상황까지 예측하며, 그 정확도는 95%를 넘나든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이유는 고속도로에서 수집되는 방대한 통행 정보 덕분이다. 전국 300곳이 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는 통행료수납시스템(TCS, Toll Collection System)이 설치돼 있다. 통행료수납시스템은 입구 요금소에서 통행권을 발행하고 출구 요금소에서 해당 통행료를 징수하는 시스템으로, 차종별 진·출입 시간을 기록한다. 여기에 차량검지시스템(VDS, Vehicle Detection System)이 수집하는 차량 속도와 교통량 등의 정보가 더해진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지기는 루프검지기와 영상검지기다. 루프검지기는 센서(루프코일)를 도로 아래에 묻어 그 위를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와 교통량을 체크한다. 영상검지기는 영상처리기술을 이용해 교통상황을 카메라로 모니터링 한다.

최근에는 하이패스 단말기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하이패스교통정보도 중요한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다. 하이패스는 고속도로 기지국과 주행하는 차 안에 설치된 하이패스 단말기로 교통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고속도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전국 고속도로에 설치된 5760대의 CCTV 카메라에 기록된 영상 정보와 기상청의 날씨 예보 등도 교통예보에 중요하게 활용된다.

이처럼 다양한 경로로 하루 390만 대 이상의 차량이 생산하는 7000만 건의 데이터가 수집된다. 이는 연간 8테라바이트(TB), 즉 8000기가바이트(GB)에 달하는 방대한 정보이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한국도로공사 교통센터와 도로교통연구원의 컴퓨터에 모인다. 몇 년간 축척된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도로별 통행 패턴을 통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고, 나아가 미래의 교통상황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7년 3월 23일 오후 7시경 서울시 도시고속도로 상황. 초록색은 원활, 노란색은 서행, 빨간색은 정체구간을 나타낸다. (출처: 서울도시고속도로 교통정보)
 

■ 운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교통예보

운전자들은 가장 빠른 길을 안내받기 위해 교통예보를 활용한다. 하지만 교통예보가 노리는 것은 따로 있다. 정확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교통량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전에 차가 많이 막히니 오후에 이동하는 것이 좋다’는 교통예보가 나가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오후에 출발하기로 결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도로 정체가 완화된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10명 중 2~3명이 원래 가려고 했던 통행 경로를 바꾸면 전체적으로 교통흐름이 원활한 상태에 도달한다고 한다.

교통예보는 운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운전자들의 마음이 움직이면 차량의 흐름이 변한다. 미래의 교통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예측하는 것과 같다. 교통예보는 교통예보관과 운전자들의 심리전인 셈이다.

글 : 송지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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