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암 원택 스님 “『선림고경총서』 새 한글번역 편집본 내년까지 15권 펴내겠다”
1권 『산방야화』, 2권 『동어서화』 발간

성철 스님 상좌 원택 스님이 20일 ‘성철 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 시리즈 발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선(禪)을 공부하는 수행자들에게 선어록 읽기는 필수다. 현대 한국불교의 거목 성철 스님은 1987년 ‘장경각’ 출판사를 등록하고 6년 여 작업 끝에 <선림고경총서> 37권을 완간했다. 책의 제목은 한문이었고, 친절하게 부록으로 한문 원문도 실었다. 하지만 한문을 아는 이가 갈수록 줄어드는 시절인연에 이 책들은 널리 읽히지 못했다. 종이책은 10여 년 전에 절판됐고 교보문고의 전자책으로만 겨우 명맥을 유지했다.
성철 스님은 ‘참선을 통한 깨달음의 길’을 대중들이 쉽게 걸어가길 바라셨을 터. 상좌 원택 스님은 ‘이제는 한글세대를 위한 선어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성철 스님이 가려 뽑은 한글 선어록’(이하 한글 선어록) 시리즈이다. 한글 선어록은 15권으로 기획돼 올해와 내년에 걸쳐 완간된다.
20일 교계기자들과 만난 원택 스님은 “선의 대중화를 염원하셨던 성철 큰스님의 유지에 따라 <선림고경총서> 37권 중 대중들이 쉽게 볼 수 있고 선의 핵심이 들어있는 책들을 선별했다. 한글 선어록 시리즈가 제방의 수좌스님들은 물론 참선정진에 열심인 재가자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책 발간 경과와 의의, 내용 등을 설명했다.
시리즈 첫 번째 책은 『선을 묻는 이에게 - 천목중봉 스님의 산방야화』(이하 산방야화). <선림고경총서> 중 『산방야화』를 한글로 풀어 펴낸 것이다.
천목중봉(天目中峰, 1263~1323)은 『원각경』, 『능엄경』 등을 비롯한 경론과 『전등록』을 비롯한 선서에도 해박했고, 유(儒)와 도(道)를 비롯한 제자서(諸子書), 나아가 시(詩)와 부(賦)에도 뛰어난 스님이다. 『산방야화』는 참선하는 납자들이 실제 수행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입장에서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문제에서부터 사찰의 살림살이에 이르기까지 불자들이라면 의심해 볼 만한 것들을 밀도 있고 설득력 있게 풀어 놓았다. 특히 생사의 문제는 다른 사람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몸소 깨달아야 한다는 점을 간절하게 일러주고 있다.
『산방야화』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수행에 관한 납자들의 다양한 물음에 중봉 스님 자상하게 대답하는 대화체 형식으로 꾸며졌다.. ‘교외별전의 참뜻은 무엇입니까?’, ‘언어나 문자로도 견성을 할 수 있습니까?’, ‘공안의 뜻과 그 기능은 무엇입니까?’, ‘수행을 하면 깨달을 수 있습니까?’, ‘선사들도 계율을 지켜야 합니까?’와 같은 수행 관련 문답은 물론 ‘주지의 소임은 무엇입니까?’, ‘명예욕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사찰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와 같은 사찰 운영에 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두 번째 책의 제목은 『선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 - 천목중봉 스님의 동어서화』(이하 동어서화). 『산방야화』가 대화체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 『동어서화』는 주로 설명체로 되어 있다. 중봉 스님이 『산방야화』를 세상에 내놓자 그 책에 대한 비난과 오해가 많아 그것을 해명하려고 내놓은 책이 『동어서화』다. 동어서화(東語西話)란 이런저런 이야기라는 뜻. ‘책을 조리 있게 체계적으로 서술하지 못했다’는 저자의 겸손함에서 나온 이름이다. 중봉 스님은 선풍이 날로 쇠퇴해 가고 신심은 더욱 얕아져 가는 시절에 달마 스님의 바로 가리키는 선을 종(宗)으로 삼아 돈오돈수(頓悟頓修) 사상을 널리 펼쳤다. 또한 유생들의 불교 비난에 대해서도 근거 있고 설득력 있게 비판하고 있다.
『동어서화』는 ‘동어서화 상’과 ‘동어서화 하’, ‘동어서화 속집 상’과 ‘동어서화 속집 하’ 등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마음이 부처라는 말의 참뜻은 무엇인가?’, ‘근본적인 수행의 태도는 무엇인가?’, ‘불교의 비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평상심이 도라고 하는 말뜻은 무엇인가?’, ‘올바른 정진의 태도는 어떤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은 공부의 생생함을 더해 준다.
한글 선어록 시리즈에는 『참선경어』, 『선림보훈』, 『원오심요』, 『인천보감』, 『나호야록』, 『마조록과 백장록』, 『전심법요』, 『임제록』, 『태고록』, 『종용록』 상, 『종용록』 하, 『벽암록』 상, 『벽암록』 하 등이 포함돼 매달 순차적으로 발간된다.
원택 스님은 “참선에 관한 좋은 인문학 서적이 부족한 시대에 이 책이 맑은 참선 지도서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금강경오가해』에 나오는 야보선사의 게송 한 구절을 소개했다.
대나무 그림자가 섬돌을 쓸어도 먼지 하나 일어나지 않고
달빛이 연못 속 밑바닥에 닿아도 물에는 흔적 하나 없구나.
竹影掃階塵不動 月穿潭底水無痕
(죽영소계진부동 월천담저수무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