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 스님, 28일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을 위한 공청회서
"총무원장 직선제 요구는 종단이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변화의 목소리다. 끼리끼리 정치하다 보니 자기 편은 봐주고 남의 편은 사정없이 징계하는 등 정의가 무너졌다. 이러다 보니 승가공동체가 아니라 각자 뿔뿔이 알아서 살아야 하는 공동체가 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직선제를 요구하는 81%의 뜻이다."
서산 천장사 전 주지 허정 스님(사진 왼쪽)이 직선제에 대해 이 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2월 28일 서울시민청 태평홀에서 열린 '총무원장 직선 실현을 위한 대중공사'가 주최한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을 위한 공청회'에서다.
허정 스님은 이날 '왜 지금 승단에 직선제가 필요한가'란 주제 발표에서 "직선제가 온당하지 않다는 주장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발상"이라며 "종단이 종단다워야 하며, 조계종 승복 입고 사는 사람이 자랑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 스님은 "자승 스님이 직선제를 하면 비구니 득세, 대중 많은 문중이 계속하는 문제점 등으로 후유증이 많다고 우려했지만, 직선제는 후유증이 가장 없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스님은 오히려 간선제가 금권선거와 계파 간의 밀약 등의 가능성이 있으며,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스님들이 소외감과 패배감을 갖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직선제는 대중공사 전통을 합리적으로 이어받은 갈마법이자 양성평등시대에 시대가 요청하는 민주적 제도라면서 "말 못하는 승가, 돈에 얽매인 승가, 숨죽여 살아야 하는 승가를 피 안 흘리고 혁명적으로 개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표가 율장에도 언급돼 있으며, 특히 소임자 선출은 교리와 계율에 관한 쟁사갈마가 아닌 '비쟁사 갈마'이므로 만장일치가 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직선제 뜻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상식에 어긋난 종단이 된다"면서 "81%의 대중이 원하는 것을 무시하는 단체가 세계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부작용이 있다고 말하기 전 81%가 원하는 것은 일단 해봐야 한다"면서 "종단이 존중받아야 할 대중의 뜻을 따르지 않는 것은 이 종단에서 살아가는 것을 부끄럽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뽑지도 않는 사람으로부터 '공업'이라는 말로 과보를 받지 말자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뽑은 스님으로부터 '자업자득'하는 것이 '인과응보'에도 맞다"고 부연했다.
스님은 종단이 현재 잘못된 선거 폐단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신망을 받는 사람을 다시 뽑는 기로에 서 있다면서 직선제가 되면 후보자 자격이 비구의 도덕성과 청렴성, 경과 율에 대한 해박함,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제시한 율장의 기준과 가깝게 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가 '사부대중공동체 정립과제와 총무원장 직선제'를 발표했으며,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직선제 실현을 위한 공청회 참가자들이 "직선제 오케이"를 외치며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