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2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서 차별금지법 강조
자승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 청사를 찾은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에게 차별 받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기문 UN 전 사무총장은 20일 오전 11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했다. 반 전 총장의 이날 자승 스님 예방은 지난 3박4일 간의 지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한 뒤 갖는 종교계 인사와의 첫 회동으로, 반 전 총장의 조계종 방문은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자승 스님은 반 총장이 4층에 들어서자 로비 앞으로 나와 악수를 청하며 접견실로 안내하고, "바쁜 행보에 핼쑥해진 것 같다"고 안부를 물은 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마이크 잡는 순간부터 아수라판에 뛰어들었다"며 그의 정치행보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반 총장은 "바쁜데 접견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2010년 뉴욕에서, 2011년 인사를 올린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이어 "10년을 마무리하고 지난 며칠 간 민생을 탐방하기 위해 지방도시를 여러 군데 다녔다"면서 "오늘 정부와 종교계 주요 지도자들을 예방하는 순서로 처음 조계종을 찾았다"고 조계종 청사를 방문한 이유를 밝혔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10년이 제일 격변기로 여느 때보다 분쟁들이 있었고, 80년 만에 세계 경제위기가 찾아왔으며, 피난민 수도 6천500만이나 돼 2차 대전 이래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는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국제적 평가는 전반적으로 잘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물론 여러 공과는 역사가 판단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교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 종교지도자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에 UN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는 중에 세계의 각 종교지도자들과의 협조 등이 아주 중요했다"면서 "종교는 관용, 자비, 화해, 신뢰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오해가 깊어지면 분쟁이 생기고, 분쟁이 심화되면 전쟁, 무력 충돌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또 종교를 빙자한 테러와 과격주의자들의 득세로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면서 "시리아 전쟁이 만 6년째 되는데 그동안 40만 명 이상 죽고 5백만 명 이상 고향을 떠나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심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앞으로 불교계도 대한민국 국민 간의 화해와 관용 함양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자승 스님은 "종교간 갈등으로 분쟁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세계 곳곳에 화해를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반 총장의 성과"라고 답했다.
이어 "뉴욕에서 종교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민국가로서 민족 문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증오범죄방지법에 대해 처음 듣고는 다종교․다문화 사회인 한국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일부 종교계에서 선교활동에 방해된다고 반대해 무산됐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한 뒤 차별받지 않고 공정사회가 되기 위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차별금지는 인종 성별 연령 종교 등 모든 것을 망라하고 인간은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UN 헌장의 기본 원칙"이라면서 "사무총장으로서 세계 73억 인구가 모두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으나, 한국 내에서 이와 관련한 비판이 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또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에 대해 "UN 기본 원칙"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기독교계에서 이러한 제 입장을 오해하고 있어 기독교 대표지도자들을 만나면 말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람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면 갈등의 씨가 뿌려지며 심화되면 무력 충돌과 전쟁까지도 야기된다"면서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인간의 존엄은 존중돼야 하며, 종교지도자가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승 스님과 반 총장과의 대담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