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한국불교언론인협회․참여불교재가연대 공동주최 긴급토론회서
300만 불자가 감소한 현실을 직시해 불교계가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12월 2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소재 우리함께빌딩 2층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열린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와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허태곤) 공동주최 긴급토론회에서 제기됐다.
‘2015 통계청 종교인구 집계 발표에 따른 한국불교 현실의 진단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한국인구주택총조사 집계 결과에 따른 불자 감소 원인을 진단하며 이 같이 주장했다.
“모든 사부대중 주인 되는 공동체 돼야”
이날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한국종교의 30년간 변화와 종교사적 과제’란 제하의 주제 발표에서 “10년 전 사회 상황과 조사 방법이 달라졌다”면서 “전반적으로 종교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를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운을 뗐다.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한 표본조사 방법 등에 대해서는 방식에 집착하기보다는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사회상황에 대해서는 ‘환경’과 ‘웰빙’이 부각된 10년 전과 성과나 생존 경쟁 위주의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시대 상황은 너무나 다르다면서 이에 따라 종교도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 두 가지에 대해서는 현대의 종교가 내부적 결속으로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근본주의 신앙과 제도 종교를 벗어나 수련과 명상을 중심으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영성 종교라면서 “기독교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신도관리가 철저해 유지돼 오늘날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그렇지 못한 불교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불교가 타격이 큰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위계가 승랍 중심인 ‘비근대성’을 들며 “내부 제도나 전체 시스템이 전통에 근거함으로써 근대 조직으로서의 힘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불자 감소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로 조사방법에서 문제를 찾기보다는 합리적이고 근대적 제도로 탈바꿈하는 공동체 조직을 주문했다.
즉, 일본의 재가불교, 대만의 봉사활동을 중심으로 한 불교조직과 같이 승려를 포함해 모든 불자가 주인이 되는 새로운 공동체가 되지 않는 한 종교인구의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윤 이사는 “현대 사회에서 승려 집단만 종교 권력을 독점하는 불교는 한국불교밖에 없다”면서 “적어도 재가 신도들이 의무와 책임을 지는 자리에 종단 내 위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불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는다면 더욱 불리한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감소세 현실 직시, 불교적 삶의 의미 끊임없이 모색해야”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 대로 불자수가 300만 명이 줄어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성찰하지 않으면 대안도 제시할 수 없다”면서 조사과정과 통계방법 등 외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일각의 지적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번 집계 결과를 바탕으로 무력감을 극복하고, 불교의 가르침의 일상생활 속의 실천으로 진짜 불교가 살아남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종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경계인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대안들이 제시되면서 제도종교의 인구 숫자가 줄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어 “제도종교의 신뢰가 떨어지고 근본적 종교적 열망을 품어내지 못하면 다양한 종교적 대안으로 넘어간다”면서 이때 불교의 기능과 역할을 주문했다.
그 역할에 대해서는 “단순한 교리 공부가 아니라, 불교적 관점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고통의 해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을 계기로 왜 출가하고, 왜 수행자가 됐는지, 왜 사부대중공동체에 살고자 하는지에 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많은 사람과 얘기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각각에 주목하고 경청하는 것이 화쟁 정신인데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대충 뭉뚱거리는 것이 화쟁인양 오염시켰다면서 화쟁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불자 감소, 바닥인지 시작인지가 더 중요”
김경호 지지협동조합 이사장은 “불교인구 감소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면서 “이것이 바닥인지, 반전의 계기가 있는지, 이제 시작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이미 예전부터 진행돼 온 불자 감소에 대한 대응이 견실한 불자공동체를 위한 전법포교 및 교육의 강화가 아닌, 규모 있는 사찰의 주지직을 맡기 위하는 등의 종단 정치 강화로 해결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처님은 1등 종교 혹은 지배종교여야 한다는 말을 안 했는데, 꼭 1위 종교여야만 하느냐”면서 “모범종교로 선도적이기보다 숫자로 1등이 돼야 한다는 것은 비불교적이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또 불자감소에 이른 데 대해 “불교란 이름으로 행한 반불교적, 비불교적 행위가 영향을 준 인과”라면서 “1등 종교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본래적 가르침에 충실한가를 반문하며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도 감소 추세’를 지적한 1997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이 발간한 조계종 지도자 대회 자료를 인용, “20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반성해야 한다”면서 “종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10년 후 불자가 안 늘더라도 반생명적이고 무자비한 자본의 횡포에도 불교적 가치관으로 바르게 사는 불자들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토론회에는 불교계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재가자는 “승단과 재가자와의 거리가 너무 멀다”면서 “같은 높이에서 대화하고, 불자를 마케팅 고객으로 제대로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광서 종자연 대표는 “불교를 평생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인식돼 경계선에 있는 분들은 불자가 아니라고 할 가능성이 많은데, 부처님 가르침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이제 불교는 3개월만 공부하고 현장에서 불교적 삶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도 정치, 예술, 학문 등의 배경에 불교를 바탕을 두고 모든 분야에서 봉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숙 동국대 교수는 “냉정하게 불자가 많고 적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이번 기회에 무엇이 불자다운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고 질적으로 뛰어난 불자가 돼야 한다는 각오를 가져 많은 숫자보다는 보다 영향력 있는 불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