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은 쓰레기장입니다. 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
절과 수행자에 대한 색다른 해석이다. 이는 읽은 이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하다.
그에 대한 해설도 참 재밌다.
절은 마음의 더러운 것을 다 버리고 가는 곳이기에 쓰레기장이고, 그 쓰레기는 분노와 탐욕과 어리석음이다. 수행자는 그 쓰레기들을 한데 모아 처리하는 청소부가 된다. 용인 대각사 주지 정호 스님이 생각하는 절과 수행자의 모습이다.
정호 스님은 지역사회활동과 복지활동에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신도들과의 대화를 쉼 없이 이끌어 나간다. 법회에서도 신도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해 눈높이에 맞추어 설법을 한다.
이렇게 스님이 생각하는 세상, 신도들과 나눈 이야기, 사회활동하며 느낀 소회들이 책『수행자는 청소부입니다』를 통해 한데 뭉쳤다.
거식증, 알코올 중독, 강박증, 고부 갈등, 학업문제, 동성애 등 책 속에서 스님을 찾아온 사람들의 문제는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하다. 이 책에는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거리에 스님으로서, 종교인인 수행자로서 그 고민의 당사자에게 들려준 해결책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런데 이 책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즉문즉답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벗어남이 없이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준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동료에 대해 투덜대는 직원들에게 고래의 생태에 관해 언급하면서 다독이고, 평생 회한과 슬픔에 사무친 노인의 마음까지 헤아려 보듬어줌으로써 문제가 되었던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가 되도록 이끌어준다,
자식이 동성애자임을 하소연하는 부모, 자식의 죽음을 슬퍼하는 부모로 하여금 근원적으로 고통을 끊게 하는 등 사람들로 하여금 인식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삶의 질적인 변화를 도와준다.
그것도 어려운 말이 아닌 대화와 때로는 말을 멈춘 자연스런 드러남으로 그리고 적절한 비유와 예화를 통해 듣는 이 스스로가 생각하고 깨닫게 해준다.
이렇듯 스님은 대화를 통해, 때론 미소로, 때론 가차 없는 일갈로 사람들로 하여금 고통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남편․아내․자식․시어머니․못난 직장동료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고 스스로 고뇌의 고리를 풀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정호 스님/ 불광출판사/ 208쪽/ 1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