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언협, 11월 4일 ‘언로가 막히면 민심이 동요한다’ 성명 발표

한국불교언론인협회가 조계종의 ‘해종언론 규정 1주년’을 하루 앞두고 조계종 총무원의 참회와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 제정 논의 중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 이하 불언협)는 3일 성명을 발표해 “11월 4일은 조계종 중앙종회가 불교닷컴, 불교포커스를 ‘해종·훼불·악성 인터넷 매체’로 규정, 출입·취재를 금한 언론탄압 1년째인 날”이라면서 조계종의 참회와 책임자 처벌, 소통 가능한 언론관 마련 위한 대화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불언협은 또 조계종이 최근 추진 중인 ‘출입기자 등록·운영에 관한 규정(안)’에 대해 “나머지 언론사들조차 통제 관리하려는 야욕이 담겨 있다”면서 “45년 전 군사독재정권의 조치와 다르지 않은 규정안 논의를 중단하고, 기존 내규 역시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한국불교에서 파계승에 대한 비판은 반역이자 해종이며, 이는 그 집단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표”라면서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때 종교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게 아니라 손을 내밀어 함께 불교중흥에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하 성명 전문.

이장폐천(以掌蔽天ㆍ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다)할 수는 없습니다.

최순실을 필두로 벌인 대한민국 국정농단은 관련자들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할 때 우연한 하나의 사건을 통해 나비효과처럼 실체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국정 농단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100억 대 해외도박’ 정운호 네이처 리퍼블릭 대표 사건이 몇 단계를 거치자 진경준, 우병우, 최순실을 넘어 박근혜 대통령에 이르는 연결고리가 낱낱이 밝혀졌습니다.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농단의 몸통인 최순실의 긴급체포를 끌어낸 것은 언론의 비판적 시각과 끈기 있는 보도로 형성된 여론이었습니다.

작년 11월 4일 철저하게 기획된 시나리오대로 조계종 중앙종회를 시작으로 총무원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대해 출입, 취재, 광고, 접촉, 접속 금지를 자행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단권력이 비판언론의 피해자인양 선동되고, 비판이 해종이 되어, 두 언론사가 조계종단으로부터 불가촉언론으로 탄압받은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난 1년 동안의 탄압에 거센 역풍을 맞았음에도 조계종총무원은 참회는커녕 언론탄압에 더욱 재미가 들린 듯 ‘대한불교조계종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만들 궁리에 몰두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규정안에는 <불교포커스>, <불교닷컴>등 비판언론을 영구히 추방하고 나머지 언론사들조차 통제 관리하려는 야욕이 잘 담겨 있습니다. 등록허가제를 신설해 종단 출입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는 언론, ‘불교 또는 유사조계종’ 명칭을 사용하는 언론, 기사로 벌금형 이상을 받은 언론 등 온갖 몰상식한 구실을 만들어 등록을 거부하거나 등록을 취소하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입니다. 등록을 허가한 언론사 기자에 한해 출입카드를 발급해주되 출입카드를 패용하지 않으면 취재를 제한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1년 4월부터 언론자유수호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그해 말 박 정권은 프레스 카드제를 실시해 기자들을 문공부에 등록토록 했습니다. 신문협회의 언론자율정화 결정이라는 미명이 등장했습니다.

신문협회 대신 운영위원회, 프레스카드 대신 출입카드, 자율정화 대신 불교계 여론형성…. 45년 전 군사독재정권의 조치가 조계종의 이번 규정안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아 놀랄 따름입니다.

박정희는 이를 바탕으로 제4공화국 들어서 언론통제를 종합적이며 노골적으로 진행합니다. 자승 총무원장 체제가 언론을 통제하려는 저의가 다른 데 있음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입니다.

“언로가 순탄하면 민심이 안정되고 언로가 막히면 민심이 소요한다” 율곡 이이의 말입니다.

그런데 종교계는 어떻습니까? 1473년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갈릴레이가 나타난 1610년까지 무수한 시간을 허비하고서야 천동설이 무너지고 지동설이 인정받았습니다.

지금 한국불교에서 파계승에 대한 비판은 ‘지동설’을 주장하는 것으로 간주돼 반역이자 해종입니다.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지 못하고, 불교중흥을 위한 여실지견이 해종으로 매도되는 것은 그 집단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표입니다.

한국불교언론인협회는 조계종총무원의 진정성 담긴 참회와 1년 동안 사태를 끌어온 책임자 처벌, 소통이 가능한 언론관을 마련하기 위한 대화기구 구성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대한불교조계종 출입기자 등록 및 운영에 관한 규정안’ 논의를 중단하고, 기존 내규 역시 폐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정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엄중한 시절을 맞아 종교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게 아니라 손을 내밀어 함께 불교중흥에 매진해야 할 때입니다.

불기 2560(2016)년 11월 2일
한국불교언론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