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응스님 칼럼] ‘종단 문제성찰 없는 명상마을, 참 공허하다!’
“부디 노동하는 禪센터로 만들라. 멋만 부린 건물이어선 안 된다”

팔공총림 동화사에서 봉행된 7일간의 ‘2016 간화선대법회’가 회향되었다. 법회 6일째에 진제 종정예하가 1천만 원을, 그리고 다음 날엔 부산 안국선원장 수불스님이 거금 3억 원을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회장 의정스님)에 기탁했다. 문경 봉암사 인근에 지어질 것이라는 세계명상마을 건립을 후원한 것이다. 이 법회에 앞서 지난 9월 10일에는 조계종 청사 국제회의장에서 ‘선(禪)건축의 언어와 표정’을 주제로 국제 선 건축 세미나가 개최되기도 했다.

교계 매체(불교신문)에 보도된 그대로 스님들의 말씀에 따르자면, “현대물질문명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마저도 불확실하게 만든다. 이에 서구에서는 명상과 선수행이 21세기 인류문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전국수좌회와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 봉암사는 한뜻이 돼 간화선 수행의 구심점 마련을 위해 문경 세계명상마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이된 일인지 답답함이 엄습해 온다. 간화선대법회도 마찬가지다. 7일간 기라성 같은 선사들이 사자후를 토했으나 공허함을 감출 길이 없다.

나는 의문이다. 얼핏 ‘간화선’과 ‘명상’이 별반 다를 것 없는 것으로 등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화선 르네상스’를 운운하는 대목에선 오리엔탈리즘의 냄새까지 진하게 풍긴다. 서구에서 동양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저 그렇고 세간에서 명상이 유행하지 않았더라면 어찌할 뻔 하였는가? 시류에 영합하는 것과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이고 다른 차원이다.

불교텔레비전(BTN)를 통해 방영된 일곱 분 선사들의 법문을 들어보았고 <불교신문>의 기사도 정독했다. 대부분 선사들이 ‘화두 타파’야말로 세상의 모든 난제를 해결하는 최고의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신다. 나는 선 수행이 필요 없다거나 혹은 화두를 타파한 경지를 가치 없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고래로부터 여기에 목숨을 건 이들이 어디 한 둘이었나? 다만, 마치 시계가 중세의 어느 시점에서 멈춰버린 듯 늘 들어왔던 이야기들을 아무런 감흥 없이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답답함을 토로하는 것이다.

화두를 타파하면 그 타파한 어떠한 인과 관계로 인해 이토록 불평등하기 짝이 없는 구조로 촘촘하게 얽히고설켜 고통을 자아내는 현대사회의 구조를 새롭게 구축해 갈 수 있다는 것인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세계의 난제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인지,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선 수행의 무엇이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는지 따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나 통찰을 발견하지 못했다.

멀리 갈 필요가 뭐 있겠는가? 당장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자. 현대물질문명의 대안으로 간화선을 이야기 하면서 수억 또는 그이상의 자산을 가진 특수한 개인들과 머물 곳 없어 떠도는 다수의 개인들이 조계종이라는 같은 종단 안에 ‘도반’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자본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 종단 내부의 양극화에 대해 어떤 성찰도, 자구노력도 없이 선원수좌선문화복지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세계명상마을 논의는 공허할 따름이다. 도반,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벗이 아니던가!

불교에서 수행의 목적은 결국 세상을 올바르고 맑고 아름답게 하자는 것이다. 진리에 대한 믿음과 깨달음을 바탕으로 중생에 회향한다는 측면에서 어느 부파의 불교든 궁극적 목적은 같다고 할 것이다. 불교에서 선 수행은 그 하나의 길로써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어느덧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이다.

복지는 ‘잘 나누는’ 것이다. 삶의 질을 결정짓는 복(福)이 어느 한 곳에 치중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두가 두루두루 행복하도록 잘 나누는 것이다. 불안함으로 흔들리는 승가의 현실에 대한 고려도 없고,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위정자들, 권력에 빌붙어 호가호위하는 자들, 비록 일부라 하나 문제가 있는 고위급 승려와 일부 종교계 인사들을 향한 한 마디 할도 없이 물질문명의 대안 운운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소위 세계명상마을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규모로 보나 추진을 주도하는 면면으로 보나, 한국 선불교의 현재상을 제시하며 현대 선 건축의 정점으로 서게 되리라는 것만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기왕이면 바라기를, 선이 명상과 어떻게 다른지 그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축이 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외국의 명상시설을 모델로 하는 설계가 선 건축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부디 노동하는 선 센터로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일상에서 근육노동을 배제한 생활이 선사의 삶이 될 수는 없다. 멋만 부린 건물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또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자본주의의 대안으로서 역할을 해야 할 간화선이 외려 자본주의 수혜 속에 점점 더 상업화로 나아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고, 와해 위기에 놓인 승가의 현실을 돌아보면 쓸쓸함과 공허함으로 가슴이 헛헛해져 올 뿐이다. 병자의 얼굴에 분칠을 한다고 병색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