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 신진환 씨
11월 2~8일 가나아트스페이스서 미륵부처님오시다展

 
미륵불이 법문을 하자 아이들이 몰려든다. 과일을 나눠주자 아이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내걸린다. 미륵불을 태운 호랑이도 입이 함박만하다. 이들을 중심으로 강에 가득찬 물고기들이 휘몰아 헤엄친다. 신진환 화백의 작품에서다.

또 다른 그의 작품에는 미륵부처님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컴퓨터를 하며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미륵불도 나타난다.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 신진환 씨는 11월 2일부터 8일까지 가나아트스페이스에서 이 같은 현대 불화작품을 선보이는 ‘2016 서울 미륵부처 오시다’전을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나무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며 새로운 불화를 공개한 바 있는 신진환 씨는 이번 전시에서 10년 간 틈틈이 구상‧제작한 미발표작 ‘호랑이 타고 오는 미륵불’ 40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가무형문화재로서 금강산 신계사 벽화를 비롯, 40여 년 동안 국내 명찰과 대찰의 단청과 불화를 그려온 작가로서는 파격적인 작품들이다.

이에 대해 신 씨는 “평생 천 년 전, 오백 년 전의 불화와 벽화만 그려온 제가 천 년 뒤 불모들은 어떤 불화를 그리겠느냐는 동국대학교 이사장 자광 스님의 질문에 식은땀을 흘렸다”면서 “천 년 뒤에도 고려‧조선 불화만 그린다면 이 시대의 불모로서 부끄럽겠다는 생각에 천 년 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 현대불화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삼베 모시 바탕에 천연석채와 천연염료 등 불화의 전통방식을 고수한 그의 작품에서는 대부분 미륵불이 등장한다. “어려운 시기, 철학과 가치관의 혼란을 겪는 현대인들이 미륵의 지혜를 얻고 즐겁고 행복하기를 서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게 신 씨의 설명이다.

“후삼국 시대 혼란기 궁예가 미륵을 자처하고, 그 후 이 땅에 국변이 있거나 난정이 일어나면 백성들이 미륵부처에 의지해왔죠. 중생의 고통을 다 없애 이 세상을 경사스럽게 해주실 미륵불을 모시고 싶었어요.”

다수의 작품에서 미륵불은 호랑이를 타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삿된 기운을 몰아내고 좋은 소식을 이끌고 오실 때 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흰 코끼리를 타고 온 석가모니 부처님과 달리 우리 미륵부처님은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호랑이를 타고 아이들, 새, 꽃, 첨단기기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용화세계를 만드시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이번 작품전을 준비했어요.”

‘천년 뒤에 남을 수 있는 현대불화를 창작하고자’ 40여 년 간 그려온 전통화풍을 내려놓은 그의 작품은 30×34㎝의 소작부터 210×180㎝의 대작까지 다양하다.

전시 출품작에 대해 미술사상가 김영재 박사는 “모시의 거친 바탕에도 유려한 운필과 거침없는 화법, 누적된 단속선과 다양한 색채의 필선으로 이뤄져 있다. 글씨를 단숨에 죽 내리 쓰는 생생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이러한 작품을 모은 전시를 미국에서 열어 최고 경지의 불교문화를 알리고 싶은 것이 꿈이라는 신진환 씨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불화를 가볍게 보고, 따뜻함을 얻으며 행복한 생각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막식은 11월 2일 오후 3시.

신진환 씨는 2008년 제2회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향전(서울미술관), 2010년 제1회 개인전 가람안팎전(경인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를 동참‧개최해왔다. 제36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제27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118호 불화장 이수자, 문화재 단청수리기술자 제288호, 한국단청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