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택 교수, 6일 조계종포교원 주최 제68차 포교종책연찬회서
지난 100년 간 한국불교는 변화를 거듭해왔음에도 교리는 전혀 새롭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어 불교 교리에 대한 재해석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현시대의 불교신행 운동 왜 필요한가’란 주제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포교원장 지홍 스님) 주최 제68차 포교종책연찬회에서 조성택 고려대 교수(사진)에 의해 제기됐다.
조성택 교수는 이날 ‘현 한국불교 신행운동의 현황과 지향’이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수백 년 된 낡은 경전해석을 전통의 미명으로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불교인 대부분에게 불교가 일상적 관점으로 이해되거나 실천되지 못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출가 스님이나 재가자들 모두 불교를 불교로만 배우고 가르치고 있는 교육 문제 때문이라면서 “교리 해석이 전통적 해석으로부터 오늘날 근대적 해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부처님 법에 대한 해석은 시대에 따라 늘 새롭게 변모돼 서로 다른 다양한 해석들이 공존했다. 그러나 제도적·외형적 변화 속에서도 한국불교의 교리에 대한 이해는 전통적 이해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조성택 교수의 주장이다.
조 교수는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한국불교는 참여나, 깨달음이냐의 소모적 논쟁에 몰입해왔다고 밝혔다. 깨달음 지상주의와 신화 등에 대해서도 “막연하게나마 불교의 근본 목적이 깨달음에 있다는 깨달음 지상주의도 비불교적인 것이지만, 깨달으면 마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 대한 신화 또한 미신”이라면서 “이제 대승·소승·최상승·상근기·하근기 등의 말의 주술에서 벗어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교리에 대한 이해에 대해 “수준이나 깊이 면에서는 오히려 전통적 이해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전통의 껍질을 전통의 이름으로 고수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수백 년 간 사상적 정체를 극복하고, 부처님 가르침을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 이제 21세기 새로운 교학이 등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교리의 해석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까. 조 교수는 “가장 정확한 불교경전의 해석은 절실한 마음과 정직한 실천으로, 이것이 열려 있는 21세기 한국 불교의 교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행은 곧 정직한 마음과 정직한 실천을 한 마디로 압축하고 있는 원(願)을 세우는 것”이라면서 “오늘날 한국불교는 원을 신행의 중심으로 세워 한국불교의 사회적 문명적 리더십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불교는 다양한 지역불교 전통이 함께 소통·공존하며 새로운 불교의 역사를 써야 할 ‘다불교적인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21세기 새로운 교판과 교학을 만들어내면 한국불교는 21세기 세계 불교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 연찬회는 세계종교의 흐름 속에서 현대 종교가 나아갈 방향을 점검하고, 한국불교 신행문화와 운동을 진단하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서재영 불광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연찬회에서는 오강남 리자이나대학 명예교수가 ‘세계종교의 흐름과 현 주소’를,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이 ‘별원 이후 포교원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토론자로는 능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명법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원 법인 스님, 손석춘 건국대 교수, 김용환 한마음과학원 기획조정실장 등이 참여했다.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날 세계적으로 젊은 층들의 탈종교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한국불교 또한 급속도로 고령화돼 젊은 세대들은 거의 불교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불교가 새로운 대안 종교로 각광받는 서구사회와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불교가 아무런 자기 변화 없이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소수종교로 변하거나 옛 시대의 유물 관리자로 남을 것 같아 절박한 심정으로 신행혁신운동을 제안하게 됐다”면서 “모두 열린 자세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불교신행 혁신의 길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