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을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이 왕릉 훼손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신대 국사학과 유봉학 교수는 9월28일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의 바람직한 보존방안’이란 주제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전국에서 벌어지는 조선왕릉 훼손의 주범으로 문화재청을 무사 안일한 행정을 지목할 예정이다.
유 교수는 24일 사전 배포한 ‘조선왕릉의 역사적 가치’란 주제문을 통해 “조선왕릉의 훼손이 매우 심각한데도 문화재청은 보존은 커녕 조선왕릉 주변 개발을 허가 하는 등 책임 있는 행정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융건릉 주변을 개발하는 태안 3지구를 실 예로 들었다.
태안 3지구 개발 사업은 대한주택공사가 태안읍 송산·안녕리 일대 118만 8000㎡를 택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 2003년 사업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개발 예정지가 정조의 초장지(처음 묻힌 곳.사적 206호)와 불과 50여m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재실(제사를 위한 건물)과 정자각(왕릉 앞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봉분 앞에 丁자 모양으로 지은 집) 터가 발견되는 등 역사적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학계뿐 아니라 시민, 종교계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유봉학 교수는 “발굴조사 결과 건릉 재실터는 구조가 ‘정조건릉산릉도감의궤’에 보이는 도면과 일치한다”며 “이 의궤에 의하면 재실 터 북쪽에는 정조가 처음에 묻혔던 건릉의 봉분 터와 정자각 터가 있었고, 지금도 지하에 이런 흔적들이 있을 것”이라며 문화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 “택지개발사업이 융건릉의 주변 경관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사업 예정지에서 발굴조사 결과 드러난 정조대왕의 초장지 관련 유적까지 파괴할 것”이라며 “재실 터 주변은 최고 18층에 이르는 아파트 단지들로 변모하게 되고, 재실터를 제외한 다른 왕릉 터 관련 유적들은 파괴를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융건릉 지역은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가운데 ‘능역’ 전체의 보존상태가 가장 양호하며 가장 많은 문화유산과 문화콘텐츠를 가지고 있어 장차 무한한 활용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라며 “문화재청이 정조대왕 왕릉터를 무참히 파괴되도록 방조한다면 지금은 국민을 속여 넘갈 수 있을지라도 장차 역사의 심판까지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태안 3지구는 최근 개발 허과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가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결과 들어나 문화재청이 재발방지 주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불구하고 태안3지구 내 재실터와 정자각 등을 사적지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융건릉에서 재실터까지 연결녹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최병선 문화재청 궁능관리과장(조선왕릉 보존계획),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조선왕릉 보존의 현실), 민학기 변호사(문화재보호법의 문제점과 융건릉 능역의 실태), 정해득 한신대 외래교수 겸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연구실장(융건릉의 현안문제와 보존방안), 이달순 전 수원대총장(융건릉의 세계화 및 문화관광의 경제적 효과) 등이 주제 발표하고 이남규 한신대 국사학과 교수의 사회로 토론이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