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철수 오빠는 프랑스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에는 ‘프랑스를 사랑하는 이유’를 ‘예술과 문화의 전통 …’ 어쩌고 하지만 그가 프랑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오빠 개인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어느 사건과 관계가 있다. (이 사연은 나중에 말하기로 한다.)

어쨌든 프랑스를 사랑하는 마음에, 그 나라의 압력을 받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경질하는 어느 분과 비슷하게 철수 오빠도 당신이 전권을 갖고 있는 재단 예산 20여억 원을 투입해 남부 프랑스 시골에 ‘수련원’이라는 명목으로 허름한 농가 주택을 사놓고 거기에 외국인 직원 한 명을 채용해놓았다.

이 시설을 유지하는 데에 오빠 돈이 한 푼이라도 들어간다면 올케 언니한테 꾸중을 들을 수 있겠지만 재단 예산으로 운영하고, 가끔은 순시 차 해외 출장까지 다녀오고 그럴 수 있으니 집에서도 그냥 넘어간다. 아니 반긴다. 두 분의 아렴풋한 추억이 있는 곳이니까 ….

앞으로 이곳이 제대로 ‘수련원’ 역할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점에서 철수 오빠가 존경스럽다. 공적인 기능을 하나도 할 수 없는 일에 공금을 써서 자신의 옛 추억을 다시 돌아보는 여행을 할 줄 아는 이런 뱃장 두둑한 인물이 우리 철수 오빠 말고 어디에 있겠는가? 이런 분이 국무총리, 그게 아니면 최소한 외무부장관을 해야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들은 편안할 터인데 정말 안타깝다.

‘공금은 내 돈이고, 내 돈은 당연히 내 돈’이라는 '공사불이(公私不二)'의 확고한 믿음을 갖고 그에 맞추어 살아가면서도, 바깥사람들 눈에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생태 위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지성인’인 척 하는 연극을 할 줄 하는 그 타고난 연기력! 이런 분을 존경하지 않고 그분에게 돌팔매를 던지는 사람이 있는가보지만, 이건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위선(爲善, 僞善)에 대한 모독이라고 나는 믿는다. <계속>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