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 그 네 번째 이야기

철수 오빠는 순발력이 매우 뛰어나다. 거짓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내는 데에 민첩하기로는 007시리즈에 나오는 숀 코네리나 로저 무어보다 뛰어날 것이다. 엉터리 공사를 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르게 해놓고서도, “모든 것을 원칙대로 했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 아!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 때에 대비해서 이런 거짓말을 하는 잡일은 아랫사람을 시킨다 – 그 빠르기가 벼락 치듯 한다.

여기에 붙어먹는 이들도 쏠쏠하게 재미를 본다. 공사를 엉터리로 한 것이 들통 나서 여론화되니 보수공사를 해야 하고 그러니 이 공사를 해서 떡고물을 받아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철수 오빠가 공사를 날림으로 하게 한 것도 단순히 돈을 챙기는 데에만 목적을 두는 근시안近視眼적이고 소인배小人輩 같은 짓이 아니라 보수공사를 자주 하게 해서 여러 사람에게 금전적 이득을 주고 지금 정부에서 가장 신경 쓰는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거시적巨視的이고 ‘세계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영웅의 풍모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어쨌든 우리 철수 오빠는 대단한 분이다. 이제 기상이 꺾일 때도 되었고, 실제로는 그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데 아직 자신이 총리급은 된다고 믿고 있고, 무식한 이 나라 사람들과 특히 불교인들은 자신의 지도를 앞으로도 오래도록 받아야 한다는 착각을 하고 있으니 옛날에 ‘대우(大愚)가 대현(大賢)’이라고 했듯이 우리 철수 오빠는 정말 현명한 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바보처럼 착각 하며 살 수 있겠는가.

 

 * <미디어붓다>는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6월 9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종교평화연구원장으로 활동하는 필자(사진)는 오랜 기간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와 함께 생활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남다르게 주목하고 발언해왔습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이번엔 엽편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아시다시피 엽편소설이란 인생에 대한 유머, 기지, 풍자가 들어 있는 가벼운 내용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지칭합니다. 필자가 펼치는 새로운 글쓰기 마당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이병두 엽편(葉片)소설 ‘철수와 영희’>를 좀 더 재미있고 풍성하게 쓸 수 있도록 재료를 제공해주실 분은 필자의 E-메일 <beneditto@hanmail.net>로 연락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