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민연(民硏)-금강대 불문연(佛文硏), 10일 출판기념 학술회의 개최
금강대 최은영 교수 “한국 중심으로 한 동서문화교류사 연구에 큰 역할 기대”
종교·예술·역사·문학 등 인류문화사에서 보기 힘든 귀중한 문화유산의 보고로 인정받는 돈황학(敦惶學)을 집대성한 <돈황학대사전>(소명출판사, 220,000원)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총 185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사전이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원장 조성택 교수)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4년여에 걸쳐 기획하고 번역한 '돈황학대사전(敦煌學大辭典)' 한국어판이 출판됐다고 발표했다.
‘돈황학’은 좁게는 돈황 막고굴 예술과 돈황 장경동(藏經洞) 출토 자료에 관한 학문이지만 넓게는 돈황을 중심으로 한 실크로드 혹은 동서 문화교류에 관한 전반적인 학문이다.
<돈황학대사전>(1998. 12. 상해사서출판사 펴냄)의 주편(主編)을 맡은 중국 문화교류사 연구의 대가 지센린의 “돈황은 중국에 있지만 돈황학은 세계에 있다(敦煌在中國, 敦煌學在世界)”라는 유명한 말처럼 돈황은 그 자체가 동서문화 교류의 중심지였으며, 돈황에서 발견된 수많은 자료들 역시 문화교류와 직접 연관이 있다.
<돈황학대사전>은 몇 가지 기념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세계적 학문의 대상이 된 돈황학을 정리한 최초의 작업이라는 점이다. 둘째는 각 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낸 뛰어난 연구자들이 모여 이뤄낸 연구성과로서 탁월한 학술적 가치를 갖는다는 점이다. 셋째는 각 방면의 전문가들이 지혜를 집중하여 표제어 형식으로 돈황학의 구체적 내용과 연구상황을 반영한 전면적 내용의 결실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는 이 대사전이 돈황학 연구를 위한 공구서이자 읽기 위한 입문서라는 점이다.
한국의 돈황학 역시 단순히 돈황이라는 지역과 한국의 역사적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실크로드학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 왔다. 그래야 불교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선조들이 동서문화의 교류에 있어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황학대사전>은 중국·대만·러시아의 돈황학 연구자 120명이 13년에 걸쳐 자료 수집과 집필을 거쳐 지난 1998년에 중국에서 처음 출판됐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돈황학대사전의 번역 필요성에 공감하여 지난 2012년부터 공동 번역 작업에 착수했다. 총 22명의 역자와 10명의 감수자가 참여한 끝에 4년 만에 돈황학 연구 성과의 집대성이라고 할 수 있는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한국어판은 총 60여개 분야 6,925개 표제어, 채색그림 123폭, 텍스트에 딸린 삽도 626폭과 10개의 부록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돈황, 돈황학, 돈황석굴, 돈황유서 등 돈황학 전체를 관통하는 기본 개념과 지식들을 '총론'으로 넣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여기에 포함된 돈황의 역사적·문화적·지리적 배경, 주요 석굴에 대한 개괄, 돈황사본에 대한 기초적 정보들은 방대한 <돈황학대사전>의 세부 내용을 읽을 때 수시로 참고가 된다. 그런 다음에는 약 30여 개의 주제 항목으로 나누어 각각의 표제어를 해당 분야의 전문 연구자가 분담 집필했다.
돈황 자체가 불교문화의 중심이고 돈황 장경동(藏經洞)에서 출토된 자료의 대다수가 불교와 관련된 만큼 <돈황학대사전>은 불교 관련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불경, 경변화, 불교 석굴, 사원 등에 대한 서술 뿐 아니라 역사, 문화, 음악, 무용 등의 분야에도 불교 관련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호적, 계약서, 토지매매 문서, 조세, 회계 관련 문서 등 역사학 분야의 귀중한 자료도 포함돼 있다. 또 다양한 소수민족의 언어 자료, 마니교, 경교 등 특수 종교 자료는 물론, 복식, 생활화, 문학, 음악, 무용 등을 통해서는 당시 사람들의 미감, 현실의 삶, 욕망, 문화의 생산과 소비 방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돈황학과 한국의 관계에서 가장 직접적이면서 잘 알려진 사례는 신라승 혜초(慧超)가 쓴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이다. 돈황 장경동에서 발견된 이 두루마리 사본은 20세기 초 프랑스로 반출돼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2010년에는 원효(元曉)의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가 중국, 영국, 러시아 등지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고대 돈황에는 신라의 승려들이 집단 거주하던 지역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돈황 지역의 불교 석굴 중 약 40여 개에 고대 한국인의 형상이 묘사되어 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이처럼 돈황과 우리나라는 이미 신라대부터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조성택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원장은 “돈황학과 한국의 가장 큰 접점은 불교에서 찾아야 한다”면서 “돈황의 수많은 불교 자료들에 근거해 현재 한국의 불교문화를 살펴보고, 역으로 한국의 불교문화를 통해 당대의 불교에 대한 고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돈황학대사전>한국어판 출판기념 학술회의가 6월 10일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한편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 출판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 및 학술회의를 6월 10일 오전 11시 고려대 한국학관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열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권영필 AMI아시아뮤지엄연구소 대표가 ‘국립중앙박물관의 돈황 유물’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것을 비롯해 금강대 최은영 교수가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의 출판 과정과 의의’를, 한지연 금강대 교수가 ‘돈황, 동서문화 융합과 변용의 장’을, 명지대 최선아 교수가 ‘역사적 맥락에서 본 중국의 서상(瑞像)-돈황 막고굴 서상도를 중심으로’를 각각 발표했다.
<돈황학대사전>의 주편 지센린 교수는 ‘한국어판’ 출판과 관련하여 “돈황학은 이미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학문이 되었으며, 우리는 중국 돈황학자들의 협력과 단합의 기초 위에 해외 동료학자들의 힘을 보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서로의 역량을 갈고 닦아 돈황학이라는 이 학문이 더욱 빠르고 순조롭게 발전해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다른 산의 돌로도 내 옥을 갈 수 있다(他山之石 可以攻玉)의 중국의 옛말처럼 다른 산의 돌들(한국의 돈황학 연구성과)을 환영하며,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모든 의견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오춘원 중국돈황투루판학회 회장도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 출간은 세계 돈황학계의 귀중한 성과로서 돈황학의 발전과 확산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판진스 돈황연구원 명예원장도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은 매우 풍부한 내용을 담은 한국 최초의 돈황학 공구서로서 한국의 돈황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예술 종교, 역사, 언어 등 관련 학문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에게도 일정한 참고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한국 돈황학자들의 근면함과 진지함 그리고 숭고한 학문 정신에 개인적으로 깊은 경의를 표하며, 아울러 한국어판 <돈황학대사전>의 순조로운 번역과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 출간에 역자로 참여한 것은 물론 일련의 작업을 주관해온 최은영 금강대HK교수는 “<돈황학대사전>은 한국의 문화사연구를 위한 외국의 기본자료로서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고, 특히 당대의 돈황이 불교의 중심이자 각국의 수많은 승려들이 머물렀던 곳인 만큼, 돈황을 비롯한 실크로드 핵심 도시들이 가장 발달했던 시대의 불교자료들을 살펴봄으로써 해당시기 한국의 불교문화 의례 등을 돌아보고 나아가 현재 한국 불교문화와의 연관성까지 탐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고대 한국인의 발자취가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중국 북부의 초원 지역과 돈황,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상에도 적지 않게 남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흔히 서역이라고 하는 중앙아시아의 여러 민족들의 유물과 자료들에 대한 <돈황학대사전>의 정리와 소개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서문화 교류사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택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원장도 이날 학술회의를 마무리하는 인사말을 통해 “사전은 ‘집단연구의 백미’이며, 따라서 이번의 <돈황학대사전> 한국어판 번역 출판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과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함께 한 것은 소속과 지역, 연구 분야가 서로 다른 두 기관이 협업으로 이뤄낸 기념비적인 성과가 될 것”이라면서 “특히 전 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했고 실질적으로 이 공역을 주도해온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에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