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美 제프리 홉킨스 교수, 달라이라마 방한 추진과 관련해 ‘일갈’
“방한반대 명분 약해…일단 허가하면 중국 반발 별 일 아닌 것 알게 될 것” 

제프리 홉킨스 교수. 티베트 불교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함께 티베트어 영역(英譯)의 표준을 제공하고 있는 당대 최고의 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홉킨스 교수는 1972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라마 존자를 처음 친견한 후 크게 감복한 이래, 10여년 간 달라이라마 존자의 영어 통역을 전담했고, 어록과 저술을 펴내는 등 달라이라마 존자와 티베트 고승들의 가르침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하고 있는 인물이다.

홉킨스 교수는 버지니아 대학 종교학과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인도-티베트 불교를 연구해 티베트 불교학 정립과 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한 세계적 석학이기도 하다. 그는 많은 저술들은 한국에서도 다수 번역 출간되었다. <달라이라마의 행복찾기>, <마음 길들이기: 달라이라마의 명상 로드맵>, <달라이라마 하버드대 강의>, <마음: 세상을 품은 마음에서 사랑이 피어난다>, <달라이라마, 삶을 이야기하다>, <달라이라마, 죽음을 이야기하다>, <자비명상> 등이다.

그런 그가 최근 한국에 왔다. 방한 목적은 6월 2일 오후 1시부터 열리는 ‘한국불교와 달라이라마 국제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그를 1일 시내 한 찻집에서 만났다.

-한국방문의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국제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기 위해서이고, 내용적으로는 달라이라마 존자(이하 존자)의 한국방문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달라이라마 존자와의 인연은? 

“존자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72년이다. 존자께서는 작은 소책자를 주시면서 번역을 의뢰하셨다. 그 때부터 인연을 맺고 있다. 특히 1979년부터 1989년까지 10년간 존자님의 통역을 해왔다. 지난해에도 존자님의 글을 번역했고, 녹취도 번역했다. 올해 4월에 <명상의 정수>라는 책도 펴냈다. 지금까지 총 16권을 존자님 관련 책을 펴냈다. 이 책들은 15개국 언어로 번역돼 출간됐다. 1972년 소책자부터 시작하여 38년간 존자님의 가르침을 번역 출간해온 것이다.”

-최근 펴낸 책 <명상의 정수>는 어떤 책인가?

“지난 4월에 출간한 <명상의 정수>라는 책은 1984년 런던에서의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존자께서는 나를 직접 당신의 집무실로 불러서 가르침을 주셨다. 몇 년 전에 존자님의 가르침을 디지털화했는데, 나는 그 파일을 존자님께 전달해드리면서 이 책의 출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는 존자님의 공식 영어통역사로 10년 간 봉사하면서 존자님과 함께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를 다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존자께서는 위스콘신 메디슨에서 칼라차크라 만달라의 안정을 주기 위해서 직접 관정을 주시고 설명을 하셨다. 이 책에 담긴 존자님의 코멘트는 매우 유용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가지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관정에 대해 알 수 있었고, 나의 추가설명으로 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각국의 여러 사람들이 각각의 다른 유럽의 언어로 통역했다. 

-존자님의 미국방문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들었는데…

“그렇다. 당시의 이야기는 현재 한국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자세히 설명하겠다. 존자님의 미국방문을 추진할 당시 중국은 달라이라마 미국방문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미국정부가 존자님께서 티베트를 탈출할 때 간접적 지원을 했지만, 정작 달라이라마가 미국에 오려고 할 때에는 선뜻 동의하지 않았다. 중국정부가 미국정부에게 달라이라마 방미를 막아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재의 한국 상황과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내 친구가 백악관을 방문해 카터 대통령을 만나보자고 제안했다. 내 친구는 30대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재정관련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었다. 그 친구의 사무실은 백악관 옆 아주 큰 건물에 있었다. 그 친구는 나와 같은 불교 선생님에게 불교를 배운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 친구가 백악관에 있는 몇몇 친구와 같이 미국정부가 존자님의 방미를 허가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려움이 많았다. 종국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만일 달라이라마의 방미를 못하게 한다면 사임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내 친구는 카터 대통령의 핵심친구들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카터 행정부의 핵심 수장은 달라이라마 방미에 대해 좀 더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카터 대통령 보좌했던 핵심 친구는 1977~1981년까지 백악관의 국가안보담당 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였다. 그럼에도 정부를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친구가 브레진스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그것을 혼자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나를 불렀다. 그때가 1978년이었는데 버지니아 대학에서 조교수로 있던 나는 즉시 백악관으로 달려갔다. 당시 내 나이가 38살이었다. 검문소를 통과해서 대통령 집무실에 갔는데 방 두 칸이 있었다. 그곳은 아주 높은 사람밖에 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나도 갑자기 높은 사람이 된 것이다. (조크) 내 친구가 나를 그들에게 소개를 해주었다. 친구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하는 한 여비서에게 나를 소개시켜주면서 백악관에서 아주 오래 일하고 있는 여비서라고 했고, 그 여비서는 자신이 링컨 대통령 때부터 백악관에 있었다는 조크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한 끝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는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 브레진스키와 내 친구가 존자님의 방미와 관련해 이야기 하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리고 나는 내 친구와 함께 백악관의 대기실로 갔다. 브레진스키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나를 쳐다보고는 문을 닫았다. 친구가 그 문에 대해 설명했다. 저 문은 단순히 문처럼 보이지만 문을 구성하는 나무 사이에 납이 가득 차 있다고 했다. 나는 브레진스키의 수행관과 함께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나서 브레진스키가 왔다. 그와 내 친구가 10분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단 한 마디만 했을 뿐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티고 나서야 브레진스키가 달라이라마가 미국에 올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은 아니고 6개월 있다가 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더 좋았다. 존자를 맞을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존자님의 방미 복잡하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달라이라마 초청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하려하는 것이다.
설사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지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존자의 방문을 정부로부터 허락받은 것은 아주 힘든 일일 것이다. 그 당시 내 나이가 38세였지만 나는 존자께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미국에 좋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튼 정부 고위관료 가운데 누군가 믿을 만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백악관을 비롯해 상원이나 정부 관료 가운데 많은 존자님의 방미 지지자가 있었지만 브레진스키는 처음에 ‘지금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미국정부가 지금 중국정부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중국정부가 달가워하지 않을 일을 하려면 적어도 6개월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정부가 달라이라마의 외국 방문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왜 중국정부가 존자님이 다른 나라를 찾아갈 때마다 반대를 하는가를 이해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그런 행동은 어리석은 일이다. 어리석다고 말한 것의 가장 큰 이유는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외국 방문을 막아야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다른 나라에 가서 하는 말씀은 다른 것(정치적 발언 등)이 아니라 자비를 강조하고 그 사회를 이롭게 하는 자세에 대한 가르침이 아닌가.”

-한국정부에 대해 존자의 방한과 관련해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간략하게 말하자면, 존자의 한국방문을 두려워할 것이 없다. 아무것도 무서워할 것이 없다. 설사 한국정부가 중국정부의 부탁을 어기더라도 조금의 소란이 있을지는 몰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달라이라마는 방한을 해서 중국정부를 곤란하게 만들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정부가 존자님의 방한에 화를 내고 큰 문제를 일으킬 것처럼 행동하겠지만 사실은 그것이 그렇게 큰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방한을 허락하고 나면 곧 알게 될 것이다."

-달라이라마 존자 방한추진위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의 경우에는 존자의 방미와 관련 백악관에서 긴밀하게 움직였던 3명이 있었다. 나는 티베트 불교학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티베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정부 안에 지지하는 이가 누가 있는지, 상원에는 누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또한 영화계에는 누가 있는지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 아주 중요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존자의 방한을 지지하는 이들이 반드시 불교신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한국은 달라이라마 존자가 방문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하는데…

“세계의 많은 종교지도자들, 많은 시민운동가들, 많은 정치인들이 인정하는 종교지도자가 한국에 오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한국정부로서도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 정부 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재도 창피한 일을 많이 하고 있기는 하다.”

-어떤 형식으로 존자의 방한을 도울 생각인가?

“이 방한 자체는 한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존자님의 방한 성사를 위해 저를 부른 것이다. 제가 스스로 힘을 보태러 온 형식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방한해서 이번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는 것이 존자님 방한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볼룬티어(봉사)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랫동안 존자님을 지근거리에서 도우면서 어떤 (인간적) 매력을 느꼈는가?

“내가 1972년 처음 다람살라에 갔을 때의 목적은 실질적인 수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교학공부는 그 당시 많은 티베트 학자들이 여러 가지 교학체계를 분류하고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에는 충분했다. 존자님을 만나 내가 크게 놀라고 또 감동한 것은 어떤 주요 토픽을 말할 때 하나의 교파나 종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교학을 통해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이었다. 처음 존자님을 만났을 때 그분이 그렇게 불교에 대해 해박할 줄은 몰랐다. 사실 나는 그 전에 9년 동안 매우 학식이 높은 두 명의 티베트승과 공부를 했다. 그래서 저는 존자에게 교학에 관한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곧 정말로 정말로, 또 날이 가면 갈수록 존자가 아주 심오한 학식을 가지고 있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당시에 존자님께 예컨대 마음의 본성이 무엇인가? 에 대해 물었다. 1972년도의 저의 해외 여행 목적은 달람살라에 존자를 잠깐 보고 위스콘신에서 한 번 본 적 있는 인도의 성자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그런 사람을 만나서 실질적인 명상수행을 하려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다람살라에서 존자를 만나 감복을 하고는 거기에 머물렀다. 그때가 1972년이고 지금이 2016년이니까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사실 몇 년쯤 있다가 내가 만나보고자 했던 인도의 성자라는 분이 제 친구의 부인을 계속 따라다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끔은 티베트의 라마들도 똑같은 짓을 한다. (조크).

-존자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인가? 한국사회의 갈등에 대해 존자는 어떤 역할이 있을 수 있을까?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은 자비다. 만일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함으로써 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에 당신이 진짜로 이기적이라면 최소한 다른 생명들은 해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인간들, 아니면 다른 뭇 생명들을 해치지 말라. 최소한. 자신을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뭇 생명들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자기중심주의 역시 자비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존자께서는 자주 ‘현명하게 이기적이 돼라’고 말씀하신다. 현명하게 이기적이려면 최소한 다른 생명들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 메시지가 굉장히 대단하다고 본다. 현명함을 활용하는 것을 통해서 자비를 고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자기 자신의 지혜를 통해서 다른 생명을 돕는 것이다. 결국 존자께서는 우리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것을 바란다고 말씀하신다. 이런 위대한 스승을 감히 어떤 정부가 막을 수 있겠나?“

-존자를 도우면서 어떤 불이익을 당한 것이 있나?

“별로 없다. 티베트에 있을 때에는 한 스파이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와 친구가 되었다. 두려워 말라.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왜 두려워하는가? 존자님의 방한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과 인류 전체에 아주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