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국제선원장 대해 스님, 『화엄경』한글60권본 펴내

<108생명법> 담은 인성교육 카드게임 <법왕자>도 출시

『화엄경』은 언어로 묘사할 수 없는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깨달음의 경지를 그대로 드러낸 경전이다. 불교경전 가운데에서 가장 방대하면서도 그 내용이 깊고 오묘해 최상승의 경전으로 불린다.

대한불교조계종 대해사 국제선원 선원장 대해 스님이 한역 80권본 『대방광불화엄경』을 번역해 한글 60권본(아래 사진)으로 출판했다.

기존에 출판된 3종의 한글 번역본 『화엄경』은 스님들 교재용으로 거의 한문어투 그대로 편집돼 있다. 방대한 분량을 적은 권수에 빽빽하게 담아내다 보니 몇 줄만 읽어도 금방 지치게 되는 등 일반인들이 접근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서울 종로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대해 스님은 “번역상의 정확도를 기하면서 동시에 일반인들이 읽고 이해하기 쉬운 어투로 번역했다. 장시간 책을 읽어도 눈이 피로하거나 지치지 않도록 가장 편안한 서체와 충분한 여백, 최상의 종이의 질 등을 고려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맞게 문단마다 번호를 매겨 찾고자 하는 지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점도 이 책의 커다란 특징의 하나다. 방대한 양이기에 문단마다 일련번호를 매기는 것은 내용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데 꼭 필요한 장치이다.

경전 내용과 현실의 수행이 별개로 돌아가고 있는 현재 한국불교의 풍토와 관련, 대해 스님은 컴퓨터와 설명서의 비유를 들어 이해를 구한다.

“우리의 마음이 컴퓨터라면 경전은 설명서입니다. 설명서를 가지고 컴퓨터 사용법을 익히듯이 경전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고, 마음의 바탕인 본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죠. 컴퓨터를 완전히 마스터하기 전까지는 설명서가 꼭 필요하듯이 깨달을 때 까지는 경전이라는 설명서가 꼭 필요하죠. 그런 점에서 화엄경은 최고급 버전의 <인간사용설명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해 스님은 “자신의 본질을 모르고 현상계에만 얽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쉽게 본질을 알고 현상에 속지 않고 힘들지 않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화엄경』을 번역했다.”고 밝혔다.

대해 스님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체계화한 <108생명법>을 바탕으로 개발한 인성교육 카드게임 <법왕자>를 공개했다. <108생명법>은 생명 본질의 특성을 논리적으로 체계화해 108개의 매우 간결한 단어로 쉽게 표현한 것이다.

카드는 크기별로 3종이 출시됐다. ‘소’자는 어린이들이 가지고 놀기 좋은 크기로 만들었고, ‘중’자는 학교에서 어린이와 학생들을 가르치기에 적합한 크기로 되어 있다. 아이들이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하고 찾아볼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을 때 카드를 줘서 아이들이 보고 스스로 깨우치게 할 수도 있다. ‘대’자는 어른들이 하루에 한 장씩 카드에 담겨 있는 <108생명법>을 보면서 공부하기 좋은 용도로 만들어졌다.

대해 스님은 “개발단계에서 인성교육 지도자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70여 개 초·중·고교의 선생님들과 6천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제 교육해 본 결과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게임에 대해 매우 크게 흥미와 재미를 느끼고 또한 교육효과도 대단히 탁월한 것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작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은 예(禮), 효(孝),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의 8대 덕목을 명시하고 있다. 스님은 이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체득시키기 위한 방법도 설명했다.

“인성교육은 반복적인 사고의 주입이나 행동교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8대 덕목의 바탕이 되는 근본원리는 무엇인지, 그것은 왜 지켜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행하는 것인지, 8대 덕목을 지킬 경우에 어떤 결과나 이득이 있는지,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어떠한 지 등을 아이들에게 정확하게 이해시켜야 그대로 실천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