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 이코모스 보고관, 20일 원주시 주최 · 강원문화재연구소 주관 학술심포지엄서

원주 지역 옛 절터였던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역사적 의미와 유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 폭넓은 연구 조사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주장은 5월 2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원주시 주최 강원문화재연구소 주관 ‘원주 폐사지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검토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에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ICOMOS Korea) 조유진 보고관(건국대 세계유산학과 박사과정, 사진)로부터 제기됐다.

조 박사는 이날 ‘세계유산의 등재과정과 절차–원주사지를 중심으로’란 제하의 주제 발표에서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아직 이른 상황으로 장기적 안목을 갖고 필요한 사업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거돈사지, 법천사지, 흥법사지는 원주 지역과 남한강 수계 내에 자리 잡고 있다. 세 사찰이 불교국가였던 고려 시대에 가장 번성해 조선 전기까지 존속하다 임진왜란을 전후로 폐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세 사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걸작, 교환, 증거 등 세계유산협약 운영지침에 명시된 등재기준 10가지 중 최소 1가지를 충족시켜야 하기에 세 사찰의 더 많은 공통점을 규명하거나, 가능성을 확대한 폭넓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조 박사의 주장이다.

조 박사에 따르면, 만약 세 사지가 화엄종이나 다른 종파의 사찰건축과 대비되는 특징을 갖고 있고, 다른 국가와 지역의 법상종 사찰에서 공통점이 나타나는 연구가 선행되면 법상종의 확산과 교류 측면에서 등재기준 일부를 충족할 수 있다. 또 세 개 사찰 발굴조사의 결과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의 건축과 다른 특정한 단계의 고려 건축 건축에 주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조 박사는 남한강 수계의 교통로 연구와 조창제도, 조운 체계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유산인 흥원창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등도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내에서 비슷한 시대, 형태, 유형의 유산을 목록화하고, 이들의 특징을 정리해 원주 사지에 적용할 수 있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정리하는 비교 연구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거돈사지와 법천사지의 경우 발굴조사가 이뤄져 전체 사찰 규모나 건축 공간 구성을 알 수 있지만 흥법사지는 현재 사유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아 상세한 사실 확인이 어렵다며 보존관리계획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흥법사지의 경우 승탑비의 귀부와 이수, 삼층석탑과 남아 있는 일부의 석축만을 갖고 법상종의 사상사적 발전이나 고려시대 가람 배치의 특징을 가치로 도출하기는 많이 부족하다면서 조속한 사유지의 매입과 발굴,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법천사지는 수년간 십여 차례의 발굴을 거쳐 상당히 넓은 범위의 유적이 노출돼 있다면서 발굴을 통한 성격 규명에 이어 원칙적인 유구의 보존 정비 계획이 세워지길 주문했다.

또 세 개의 사지 중 사찰의 규모, 역사, 가치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판, 방문객 편의시설, 유산 주변의 기존 시설과 유산 정보 안내 등의 구축을 요구했다.

한편 ‘원주 폐사지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검토 연구’란 주제의 이날 심포지엄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이혜은 동국대 교수의 ‘사지의 세계유산적 가치’ 기조강연으로 시작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발굴사지와 도상자료를 통해 본 중국 사찰배치(국립문화재연구소 현승욱) △일본의 세계 불교문화유산 현황(오세덕 경주대) △동남아 불교사원을 통해 본 남방불교문화의 특징과 변천(주수완 고려대) △신라 하대 ~ 고려 초기 가람의 배치구조에 대한 인식(양정석 수원대) △남한강 유역의 교통로 : 법천사지, 거돈사지, 흥법사지를 중심으로(서영일 한백문화재연구원) 등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진다.

이번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은 ‘원주 폐사지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검토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