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와 섹슈얼리티 = 붓다의 가르침은 인간평등과 해방 사상이 들어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여성친화적이지만, ‘여성 업설’이나 ‘여성불성불론’처럼 열등한 여성관은 매우 성차별적이다. 이러한 이중적인 가르침은 무엇이 올바른 붓다의 가르침인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준다.
붓다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불교 내 성 평등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와 젠더연구소(소장 옥복연)가 2012~2013년 ‘붓다에게 여성을 물어보다’라는 주제로 불교와 젠더 포럼을 열었다. 이 책은 그때의 내용을 선별해 펴낸 것이다.
총 3부 중 1부에서는 불교라는 종교가 탄생한 시대적 배경과 함께 인도 사회의 성별 역학 관계 속에서 여성의 위치를 살펴보고(류경희), 초기 경전 니까야에 나오는 사례를 통해 여성이 어떻게 탄생하며 이러한 여성관이 어떻게 왜곡·전승되는지 알아본다(옥복연).
2부에서는 불교 경전에서 드러난 성 평등한 가르침을 살펴보고, 오늘날 유통되고 있는 부정적인 여성관이나 성적 욕구, 임신과 출산 등이 포함된 교리가 가부장적 가치관에 오염됐음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검증한다(전재성).
3부에서는 여성의 삶 속에서 성 평등성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불교 사찰에 들어와 있는 산신각, 칠성각 등을 통해 불교와 무교의 관계를 여성의 관점으로 재해석한다(김정희). 또한 여성 특유의 고통에 대한 불교적 접근 사례를 낙태아 천도재를 통해 알아본다(우혜란). 이어 불교사에서 여성이 항상 타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동아시아 여성 선사들을 통해 살펴본다(조승미).
불교학이나 종교학, 여성학 등 여러 분과 학문의 배경을 가진 학자들에 의해 쓰였기 때문에 다양한 학문적 관점으로 불교와 섹슈얼리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울, 312쪽, 2만9000원
◆ 불교사회사상의 이해 = 이병욱은 고전적인 불교사상을 공부하고 연구해온 학자다. 그가 어느 날 불교사상의 응용부분인 불교의 사회사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거의 관점이 아니라 오늘날의 관점에서 불교사상을 바라볼 때 불교사상을 연구하는 의미가 더욱 빛날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편 한 편 써나간 것이 어느새 책 한 권 분량이 됐다,
이 책은 불교사회사상의 이론적 토대, 한국에서의 변천 과정, 그리고 그 구체적 적용으로서 불교의 평화관, 폭력관, 자연관, 문화관, 통일관 등을 고찰해 불교사상의 현대적, 한국적 지평을 본격적으로 연 최초의 책이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지배적 사상인 서구 철학의 관점에서 불교사상을 성찰해보고 있다. 불교사상 속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사상적 요소를 이끌어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1부의 제목은 ‘불교의 사회사상’. 1장에서는 제도로서의 불교의 사회사상에 대해 살펴본다. 불교가 그 초기부터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를 추구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공과 중도의 관점이 자리하고 있음도 밝힌다. 2장은 한국 근현대 불교의 사회참여사상의 변화과정에 대한 고찰이다. 신라의 의상, 고려의 의천, 조선의 서산과 사명, 근대의 만해 한용운, 현대의 민중불교운동, 도법과 법륜 등을 살펴본다.
2부는 ‘불교의 평화관과 폭력관’을 고찰한다. 3장에서는 평화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요한 갈퉁의 평화개념을 빌려와 불교의 평화관에 대해 살펴본다. 즉 폭력과 전쟁을 반대한다는 당위적 선언을 넘어서 군사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 등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불교의 폭력관에 대해 좀더 상세히 살펴본다. 물론 불교에서는 기본적으로 폭력에 반대하지만, 한편으로 폭력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3부의 제목은 ‘불교의 자연관과 자본주의 문화 비판’. 5장에서는 불교의 자연관에 대해 검토한다. 불교의 자연관은 불교사상에서 자신과 산하대지가 하나라고 말하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이러한 불교의 자연관을 허응당 보우의 사상과 전통사찰의 구조와 역할을 통해 살펴보고 있다. 이를 심층생태학과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6장에서는 현대 한국 사회의 시류 중 ‘경제지상(물신)주의’와 ‘속도지상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불교사상에 근거한 자발적 가난과 느림의 삶에 대해 고찰한다. 여기에는 마조의 즉심즉불과 화엄종의 일즉일체 사상이 토대가 된다.
4부(7, 8, 9장)에서는 ‘불교의 통일관’을 다루고 있다. 먼저 원효의 화쟁사상에 근거해서 남한과 북한의 사상을 통합하는 길을 모색한다. 그리고 북한의 불교학계를 대표하는 학자인 최봉익의 저서를 중심으로 북한학계의 불교학 연구를 검토하고, 그의 불교관의 특징도 살펴본다.
운주사, 364쪽, 1만8000원
◆ 세계의 불교학 연구 = 작년 3월 문을 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세계불교학연구소에서 ‘세계의 불교학: 그 동향과 과제,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기획한 제1차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들을 담아낸 학술서이다. 발표 논고들 9편이 들어 있다.
울산대 인문과학연구소 배경아 연구교수의 <한국 ㆍ 동아시아 불교학의 연구 동향과 과제>는 한국 동아시아 불교학 연구의 핵심 이슈와 동향 및 과제에 대해 살피는 글이다. 동국대 불교학과 고영섭 교수의 <한국불교학의 세계화와 세계 불교학의 한국화 방안>은 국내외 불교학 연구의 공유와 소통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고용섭 교수의 다른 글 <동아시아 한 ㆍ 중 ㆍ 일 삼국의 근대불교학 연구방법론>은 삼국 근대불교학의 해석학과 문헌학과 훈고학적 방법론과 성과물을 검토한 글이다.
고려대 철학연구소 조준호 연구원의 <인도의 불교학 연구 동향>은 인도 남아시아 불교학의 연구동향과 과제를 핵심이슈로 살펴보고 있다. 독일 보훔대 동아시아학 박사과정 이민성 선생의 <독일의 불교학 연구 프로젝트 현황>은 독일의 뮌헨 대학, 하이델베르크 대학, 보훔 대학, 괴팅엔 대학에서 현재 진행 중인 불교학 관련 프로젝트 연구 사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 명상심리학과 문진건 강의초빙교수의 <호적과 스즈키의 논쟁>은 미국 선학의 역사에서 1953년에 스즈키 다이세츠와 호적 사이에 있었던 선 연구의 방법론에 대한 논쟁을 분석하고 있다. 동명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김수아(소운) 스님의 <미국에서의 한국불교학의 역사와 동향>은 40년 동안 미국에서 한국불교학을 위해 연구와 열정을 바친 학자들과 그들의 활동을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불교와 불교학은 그 내포가 워낙 단단하고 그 외연이 워낙 넓어 짧은 시간에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다. 아직 연구자 층도 두텁지 못하다. 더욱이 해외에서 유학한 불교학자들의 숫자가 많지 않아 세계의 불교학 연구와 동향 및 과제를 점검하고 검토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한류가 다양한 형태로 퍼져 나가면서 K-드라마/영화 → K-팝 → K-컬처(한식, 한복, 뷰티) → K-클래식(한국문학, 한국역사, 한국철학)으로 확장되어가고 있어 외국의 한국학자들과 함께 불교학의 지적 향연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씨아이알, 412쪽, 3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