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연구소HK연구센터가 연 26~27일 ‘지론종’ 국제학술대회 성료
돈황 문헌 연구 등 12편 논문 통해 5~6세기 중국불교사상의 흐름 추적

5~6세기 출토된 돈황본 문헌을 통해 중국불교사를 재구성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HK)연구센터 주관으로 지난 3월, 26, 27일 양일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한중일 3국의 불교학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지론종(地論宗) 문헌과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을 주제로 열린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세계 학계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는 돈황 출토 사본을 중심으로 중국불교사를 재검토하는 자리였다. 즉, 돈황에서 발견된 고대 사본과 정영사 혜원에 관한 연구로, 수당 불교 이전의 중국불교 사상사의 재구성을 목표로 한 학술대회였다.

현대 한중일 3국 불교의 불교사상과 종파는 모두 500 년대 중국불교를 모태로 하는 만큼 500 년대 중국불교의 근간인 지론종을 연구하는 것은 현대 한중일 동아시아 불교의 근원을 파헤치는 의미 있는 시도로 세계 불교학계 새로운 흐름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7~8세기 수, 당대에 성립하여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는 천태종, 화엄종, 선종, 정토종 등 종파불교 연구가, 종파 성립 이전 6세기에 나타난 원형적 불교사상, 즉 지론사(地論師) 문헌에 나타난 원형적 불교사상을 다룸으로써 불교사상사 재구성의 단계까지 이르는 단초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지론종은 500년대 중국 북쪽의 사상흐름이다. 여기에서 성립된 문헌들을 작성한 지론사들은 1~2세기 후 종파를 수립하는 사람들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문헌들은 종파불교의 근본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모두 12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논문 제1부터 제7편까지가 지론종의 역사와 문헌에 관련된 것이고, 논문 제8부터 제12까지가 정영사 혜원에 관한 연구결과이다.

성카이 교수(청화대 철학과 부교수)는 논문 ‘승현(僧賢)과 업성(鄴城)불교-’대제고사문대통승현묘명을 중심으로‘를 통해 중국 지론종의 업성(중국북쪽 지역의 수도 이름)불교를 주로 역사적인 사료를 근거로 밝혔다. 승현은 승조의 제자로서 사문도,사문통에 임명되어 대총지사와 대흥성사를 관장했던 저명한 지론사였다. 상카이 교수는 “승현은 승조의 선학사상을 계승하여 <열반경>의 사념처를 중시하였고, <화엄경>과 <법화경>을 제창하였으며, <승현묘지> 등의 석각에 사용된 용어는 지론학파의 판교사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타케 스스무 박사(일본 하나조노대학 강사)는 논문 ‘지론종의 불신론’을 통해 지론종에서 보는 불신에 관한 흥미로운 관점을 다뤘다. 오타케 스스무 박사는 “지론종은 보리유지를 통해 인도의 삼신설을 흡수하였으며, 인도의 삼신설과 지론종의 삼신설의 차이는 삼신이 상(常)인지 무상(無常)인지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로서 나타난다”고 밝혔다. 스스무 박사는 “<금강반야바라밀경론>에 대한 보리유지 문하의 강의를 집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금강선론(金剛仙論)>은 삼신의 상과 무상에 대해 인도의 삼신설과 다른 사유방식을 보여준다”며 “<금강선론>에서는 보신상주설(報身常住說)과 법신유색설(法身有色說)이 표리일체로서 설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런 보신상주설과 법신유색설은 그 후 지론종에서 특징적인 설로 계승되었다”고 주장했다. 

박보람 박사(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강의초빙교수)는 논문 ‘지론종 육상설 고찰- 각 상(相)의 관계와 의미의 변천을 중심으로’에서 지론종의 육상설.이 훗날 화엄의 육상설까지 발전하는 과정을 밝혔다. 박보람 교수는 “<십지경> 초지의 10대 서원 중 제4 서원에 보이는 문구에 기원을 둔 육상설(六相說)은 세친이 <십지경론>에서 ‘육종상(六種相)으로 이름붙이고 중시한 이래 동아시아불교, 특히 화엄종에서는 이를 법계연기의 양상을 밝히는 이른바 ’육상원융설‘로 변용하여 적극 활용하였다는 점, 이 과정을 통해 육상설은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서 여러 가지 변화를 겪데 된다는 점을 밝혔다. 박 교수는 결론적으로 ”<십지경>에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이름 없는 문구는 <십지경론>이 ’육종상‘이라는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비로소 잊혀지지 않는 의미가 되었으며, 이 의미는 동아시아에 전해 지론종에서 마치 빅뱅과 같은 폭발력을 가지고 다양하게 변화하며 팽창하다가 이윽고 화엄교학에서 대방광불의 법계를 장엄하는 여섯 종류의 잡화(雜華)가 되었다“고 정리했다.  

창루 박사(북경 중국불학원 강사)는 논문 ’지론사(地論師)에 대한 고찰‘에서 지론사라고 통칭되는 천태종을 비롯 여러 종파을 일군 이들의 스승들이 만든 문헌 안에 지론사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들과 현재 발견된 돈황사본에서 나오는 비슷한 내용들을 찾아서 비교 연구했다. 창루 박사는 “돈황의 지론학파 문헌을 검토 고증하여 혜달, 지자, 길장 등이 기록한 ’지론사‘ 사상이 기본적으로 원본의 ’지론학파‘ 사상을 따르고 있음을 발견하였고, 그리하여 지론학파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이케다 마사노리 교수(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HK교수)는 논문 ‘돈황 출토 지론종 교리집성문헌 스타인 613Ⅴ 제21장 <경변오주지번뇌의(經辯五住地煩惱義)>에 보이는 아비달마 교리서에 대해’에서 아비달마 교리를 분석하고, 그 내용을 남북조 불교사상사에 위치시키고자 시도했다. 이케다 교수는 <경변오주지번뇌의>의 ‘장(章)’부분에서 무명의 정의와 견일체주지(見一處住地)의 정의 중에 보이는 ‘사제평등(四諦平等)’이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이것은 <성실론>의 멸제단혹설(滅諦斷惑說)에 기반한 것이며, <대반열반경집해>의 보량석(寶亮釋)이나 서위대통 5년(539) 서사된 <대열반경의기> 권 제4에도 동일한 용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제평등의 개념에 대한 남북조시대 <열반경> 주석서의 주석내용을 비교하면 <대반열반경집해>→대통 5년(539) 서사 <대열반경의기> 권 제4→돈황사본 <열반경소>(BD00260)→혜원 <대반열반경의기>의 순으로 <성실론>에서 ‘비담(毘曇)’으로의 해석이 이행되는 흥미로운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케다 교수는 설명했다.
 
이상민 연구사(고려대 철학과 동양철학 전공 박사과정 수료)는 논문 ‘지론학파의 사량설(四量說)에 대해서-교리집성문헌 S.4303 「광사량의(廣四量義)」와 S.613 「사량의」, 「우해사량(又解四量)」을 중심으로’에서 현장 이전, 진나가 이량설을 고안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동아시아 불교에서는 오히려 삼량(직접지각[현량], 추론[비량], 깨달은 자의 말[聖言量/敎量]에 하나의 항목을 더한 사량이 설해졌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성언량과 교량을 구분해 사량으로 인식한 동아시아 지론파의 존재를 연구한 것이다. 그는 이 논문에서 ▲사량은 어떻게 도입되었는가? ▲사량의 의미는 무엇인가? ▲사량은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중심으로 논했다.
사량설은 여러 가지 흥미로운 이론임에도 불구하고 자료의 부족과 그것을 야기한 짧은 존속기간 등의 이유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지론파가 존재했던 기간은 100년이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상민 연구사는 “혜원이 아비달마 교학을 사용해 삼량을 다시 정리하고, 현장의 역경을 통해서 인명론이 본격적으로 유포됨에 따라 사량설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후대에 혜원의 사상이 지론학파의 정통으로 인정됨에 따라 S.4303이나 S.613과 문헌들이 전하는 지론학파의 이설(異說)들이 암묵적으로 무시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스징펑 박사(중국 중앙민족대학 철학과 종교학 대학학원 강사)는 논문 ‘돈황 유서 지론종 <열반경소>의 불성사상-BD2244, BD2316, BD2276을 중심으로’에서 현재 돈황사본 가운데 남아 있는 문헌 가운데 지론종에 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연구해 남북조시기 불성사상사에 대한 전체적 이해를 크게 확대시키고자 시도했다. 스징펑 박사는 진성의지(眞性依持) 사상을 표현한 <열반경소>의 진성의지는 지론종 남도파의 ‘진여의지’와 유사하며, 이는 열반경소가 지론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추가로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스징펑 박사는 또 “열반경소는 습종성(習種性), 성종성(性種性), 도종성(道種性), 오인(五忍) 등 <인왕반야바라밀경>, <문수사리보살문보리경론>의 사상개념을 충분히 흡수하였고 그것을 기반으로 <대반열반경>의 팔항(八恒), 사의(四依) 등의 개념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비교적 완전한 수행 단계론을 형성하였다고 밝혔다. 스징펑 박사는 이어 ”상술한 수행 단계론을 기반으로 본 소는 중생의 실제수행에서 불성이 존재하는 방식에 대하여 자세히 서술하고 있으며, 중성 수행에서 불성은 더 이상 순수하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체(理體)가 아며 불성의 현현과 중생의 발심은 직접적으로 관련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理)와 수행 두 가지 측면에서 불성을 이해함으로써 <열반경소>(의)는 불교사상사에서 앞뒤를 연결하는 중간다리의 지위를 구현하였다“고 결론지었다.

츠리메이 교수(일본 쓰루미 대학 불교문화연구소 준교수)는 논문 ‘<속고승전>의 문헌 및 그 특색- 8권에 수록된 정영사 혜원전(淨影寺 慧遠傳)을 예로 들어’에서 콘고지본(金剛寺本), 나나츠데라본(七寺本), 코쇼지본(興聖寺本) 및 이시야마데라본(石山寺本) <속고승전>의 개략적 상황을 전체적으로 관찰하고, 그 후에 그 문헌들의 특징을 파악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일본고사경본 <속고승전>이 불교 한문 대장경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확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고사경본의 특수성과 복잡성을 이해하고자 했다.

김천학 교수(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HK교수)는 논문 ‘법상(法上) <십지론의소> 「加分釋(가분석)」의 전개- 정영사 혜원과의 관련을 중심으로’에서 가분(加分)이 이후 십지법을 설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는 데 주목하고 혜원과 혜원의 스승 법상의 사상적 관계를 검토함으로써 지론사상의 계승 및 전개의 한 흐름을 파악하고자 했다. 김 교수는 “법상이 심지경론 가분 해석에서 중시하거나 교리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은 ‘삼매와 언설’, ‘육상’, ‘삼종진’ 등을 들 수 있다”며 <십지경론> 자체의 구조를 해명하고, 법상이 가분석의 처음에 주목한 삼매와 언설의 문제에 집중해 논의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법상의 가분 해석이 제자 혜원의 저술로 수용되고 전개되는 양상을 고찰한 결과, 보살이 삼매에 드는 이유에 대해서 법상 <의소(義疏)>의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수용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신행지(信行地)의 해석을 통해 계위의 측면에서는 <의소>를 따르면서도 지전(地前)에 대한 해석을 넓혀 그것이 <수현기(搜玄記)>로 계승되고 <탐현기(探玄記)>로 전개되는 양상도 증명되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혜원이 <대승의장>에서 신지(信地)와 증지(證地)의 대비를 통해 설명하는 것은 <의소>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펑환쩐 교수(중국 중산대학 철학과)는 논문 ‘돈황 유서 정영사 혜원 <지지의기> 연구’에서 혜원의 저술 가운데 대정신수대장경 안에 남아 있지 않은 돈황 사본에서 발견된 혜원의 저술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펑환쩐 교수는 “지론학파의 문헌 중에는 일실된 것이 많기 때문에 지론학파의 사상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 문헌의 수집, 고찰과 정리 등은 매우 절박하면서도 어려운 임무”라면서 “돈황유서에 소장되었다가 일본 불학 전문가의 식독을 거쳐 <대장경> 제85책에 간행된 P.2141 V0의 <지론의기> 잔권은 사실 정영혜원의 <지지론의기> 권4 하(下)의 상당부분에 해당한다”고 정리했다. 그는 그 이유로 첫째 돈황본 <의기>와 혜원의 다른 저작의 문체가 매우 많이 일치하며, 둘째 돈황본 <의기>에는 혜원이 독자에게 자신의 <대승의장>의 관련 법의(法義)를 참고하라고 알려주는 제시어가 대량으로 사용되었고 게다가 두 책의 관련내용은 상호 호응과 보충 관계가 존재하고, 셋째 돈황본 <의기>에서 단어를 배치하고 글을 쓰는 방식이 혜원의 기타 저작과 마치 한 사람이 지은 것처럼 비슷하며, 넷째 돈황본 <의기>와 혜원의 전본 <지지론의기>는 텍스트의 구조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펑환쩐 교수는 “돈황본 혜원 <의기>의 고정(考定)은 혜원의 <지지론의기>의 가타 일문의 발견과 고정(考訂), <대승의장>의 교감 및 남북조 수당시기의 불교의 전개를 이해함에 있어 매우 귀중한 새로운 문헌이므로, 새롭게 녹문을 표교(標校)하여 지론학 연구에 공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카모도 잇페이 박사(일본 게이오 대학 강사)는 논문 ‘정영사 혜원의 초기 식론(識論)’에서 혜원의 유식사상에 대해 연구했다. 오카모도 잇페이 박사는 “혜원의 초기 식론을 해명함으로써 ‘팔식의(八識義)’ 뿐만 아니라 <대승의장> 전편의 식론을 해독하기 위한 시점을 획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이기는 하나 단계적으로 편찬되었다고 상정되는 <대승의장> 식론의 형성과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다도 다이치 박사(일본 와세다대학 이공학술원 비상근 강사)는 논문 ‘일본에서 <대승의장>의 수용과 전개’에서 혜원의 저술 가운데 <대승의장>이 일본에서 어떻게 연구되었고, 현재까지 일본에서 어떻게 전승되었는지를 밝혔다. 다도 다이치 박사는 먼저 일본에서의 <대승의장> 연구의 원류를 명시한 후, 그 흐름을 이어받으면서 후에 연구의 주요한 담당자가 되는 도난인의 가쿠쥬, 그 문하인 가쥬지법무 간신, 젠나인의 진카이 등의 학승들이 <대승의장>을 어떠한 의식을 가지고 수학하고, 그 교학을 계승하였는가를 검증했다. 다도 다이치 박사는 “<대승의장>이 일본에 수용된 후, 큰 역할을 담당한 것은 삼론과 밀교를 비롯한 제종(諸宗)을 겸학한 간교이고, 그 흐름이 쇼보를 거쳐 도다이지 도난인과 관련 사원에서의 수학으로 계승되었다”고 파악했다. 그는 또 “원정기(院政期)에서의 유마회 등의 여러 법회를 통한 교학진흥을 배경으로 <대승의장>도 가쿠쥬와 그 문하의 진력에 의해, 구사 등의 제학과 함께 주로 논의에 의한 연찬을 통해 수학되었으며, 그러한 활동의 최대 목적은 학승의 육성에 있었으며, 교학의 충족을 위해 대륙의 최신 학문도 수입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국제세미나가 시작되기에 앞서 금강대 한광수 총장은 환영사를 통해 “동아시아 대승불교의 원천이 되는 지론종의 역사와 문헌 그리고 사상을 검토하는 이번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세계적인 연구자와 신진학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대회를 준비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해준 금강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 인문한국연구센터의 연구인력들의 노고를 치하한다”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주관한 김성철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 순간이 한국불교학계 만이 아니라 세계불교학계의 지축을 뒤흔드는 역사적 걸음마가 아닐까 감히 예감해본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500년대 중국불교의 근간인 지론종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불교사상의 근원을 규명하고 궁극적으로는 중국불교사상사를 재구성하고자 하는 원대한 연구의 첫걸음”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