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서 속개한 조계종 중앙종회 제205회 임시회

사찰법 개정안 공방 끝 중창주의 권리 제한 1항 항목 삭제 후 가결, 오후 2시 속개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의 겸직을 가능하도록 하게 하는 종헌 개정안이 공방 끝에 차기 회의로 이월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성문 스님)는 16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80명의 의원 중 62명이 참석한 가운데 15일 휴회한 제205회 임시회를 속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앙종회의원이 총무원.교육원.포교원의 겸직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헌 개정안이 첫 안건으로 다뤄져 눈길을 끌었다.

이 개정안은 초격 스님이 대표발의한 안으로 종헌 제35조 1항의 중앙종회의원과 총무원.교육원.포교원의 종무원 겸직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총무원 호법부장의 겸직 금지를 신설하고 있다.  
 
초격 스님은 제안 설명을 통해 “입법 사법 행정이 독립돼야 하나, 현행 종단의 실정에 있어서 입법과 행정은 서로 협조하고 종단 발전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앙종회의원의 의견이 뒤따랐다. 주경 스님은 94년 개혁 정신과 관련한 지적과 바쁜 중 겸직 시 종회운영 방안 등을 물은 뒤 공청회 후 종도들의 여론을 모아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범해 스님도 “시대 변화와 필요에 따라 종헌이나 종법이 재개정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고, 종회의원 겸직을 찬성하나 이 안건은 종헌 개정이나 주위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면서 “시간을 갖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다음 회기에 이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림 스님은 입법과 행정과의 독립성을 언급하며 입법 취지 자체에 반하기에 폐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개정안 반대 입장에 의견에 대해 도견 스님은 “종회의원은 권력이 아닌 봉사를 위해 들어온 자리”라는 의견을 강조했다.

초격 스님은 “권력의 집중화를 분산화해 종단의 안정을 기하려는 94년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시간이 많이 변했고, 종단은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권력이 지방분권화시대를 맞아 각 본사에 행정 업무 이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고, 절차나 행정업무에 지식을 갖고 있는 부장 스님들이 종회의원으로 들어와 있는 경우가 있는데, 임명과 동시에 종단의 여러 부문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업무에 지체되는 시간이 있고, 종회의원 스님들의 입법과 행정이 맞아야 할 때가 된다는 생각에서 법안을 올린 것”이라면서 “심도 있게 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봉 스님은 “총무원 부실장 스님들은 경륜이 필요하고 대외적인 일도 많고 실수를 하면 안 되는 종단의 얼굴”이라면서 “인재풀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취지이므로 표결해 달라”고 제의했다.

계환 스님은 “종회의원이 아니라고 훌륭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찾아보면 훌륭한 인재가 많은데 이미 발탁된 분들을 굳이 겸직을 시켜야 된다면 여론을 형성시켜 종도들의 공감대 형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방이 이어지자 중앙종회 의장 성문 스님은 이 개정안을 거수 표결에 붙였고, 그 결과 독해를 통해 개정안을 살피자는 의견이 16명 뿐이어서 이 개정안은 차기 회의로 이월됐다.

조계종 종회의원의 겸직을 가능하게 하는 개정안에 대해 독해를 통해 살피자는 스님들이 손을 들고 있는 모습. 결국 이 안건은 차기 회의로 이월됐다.

이에 따라 종회의원 겸직을 가능하게 하는 종헌 개정안은 추후 공청회 등을 거쳐 여론을 수렴한 뒤 차기 종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종회는 이와 함께 정범 스님이 대표 발의한 해외특별교구법 개정안을 폐기하고, 조계종 대각회 특별교구법 제정안을 차기 회의로 이월했다.

이어 종단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수익사업 확대를 위해 사업부를 신설하며 세부사항을 정하기 위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발의한 총무원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또 총무원장이 제출한 사찰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사찰법 제23조 3항에 따라 중창주 권리는 창건주 권리의 포기와 상실 조항을 준용하고 있을 뿐, 구체화돼 있지 않기에 중창주 권리의 제한, 포기와 상실조항을 정비해 실효적으로 사찰관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로 제출됐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자, 중앙종회는 10분 간 정회 후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속개한 뒤 사찰법 제23조 제3항은 삭제하고, 사찰법 제23조의 2(중창주 권리 제한)를 수정안으로 가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제23조 2의 1항에 신설하려던 ‘중창주가 공권정지의 징계를 받은 경우, 중창주의 권리는 공권정지 집행기간 동안 제한된다’는 조항은 공방 끝에 삭제했다.

또 이에 따라 중창주는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1항으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중창주의 권리를 상실한다는 내용이 2항으로 변경됐으며, 개정안에 올린 부칙 제2조는 삭제했다.
 
이날 중앙종회는사찰법 개정안 가결 후 휴회됐으며 오후 2시 속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