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폭동 금강대 아래 만폭교 아래의 너럭바위에는 ‘삼산국’ ‘바둑판’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이런 전설이 깃들어있다.
옛날에 삼신산의 ‘신선’들이 금강산 만폭동 입구인 너럭바위에 모여들어 이곳 절경에 매혹되어 떠날 생각을 잊고 바둑을 두며 놀았다. 때마침 이곳에 나무를 하러 온 노인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강생이었다. 강생은 아주 정직한 사람으로서 나쁜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건만 세상을 잘못 만나 지주 집에 나무를 해주고 겨우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처지였다. 바로 그 날도 지주 집에 나무를 해주려고 도낏자루를 새로 맞추어서 만폭동 골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런데 너럭바위 위에서 웬 사람들이 바둑을 두기에 넌지시 그 곁에 가서 구경하는데, 그 바둑 두는 솜씨는 실로 용과 범이 싸우는 형국이었다. 한 사람이 한 점을 놓으면 전체 판국이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가도 다음 사람이 한 점을 놓으면 위기가 급전하여 오히려 상대방이 전도가 암담하게 되는 것이었다.
<겸재정선화첩> 중 만폭동도. (사진 = 국외소재문화재단)
“이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로구나. 금강산에는 신선이 내린다더니 바로 이들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이렇게 바둑 솜씨에 거듭거듭 감탄하며 강생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얼마를 놀더니 다과를 내어놓고 먹으면서 구경하는 강생에게도 권하는 것이었다. 강생은 마다하고 굳이 가려고 하니까 한 신선이 말하기를 “이것은 술이 아니라 만세로라는 차용물이니 어서 잡수시오.” 하고 권하자 또 한 신선이 복숭아를 내놓으면서 “이것은 종류가 다른 천선도라는 복숭아로서 맛이 대단히 좋으니, 하나만이라도 들어보시오.”하고 서로들 권하는 것이었다.
강생은 그들의 성의를 고맙게 받아들여 우선 만세로를 한잔 마시니, 일시에 얼굴 주름살이 펴지며 청년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였다. 이어 천선도를 먹으니 백발이 검은 머리로 되고 기분도 전혀 새로워졌다.
“허허, 거참 이상하군. 이게 어찌 된 일인고.” 강생은 혼잣소리로 이 말을 몇 번이나 외우고 나서 슬그머니 자기 얼굴을 강물에 비춰보니 눈앞에 40년 전 청춘 시절의 자기 얼굴이 비치었다. 이때 하늘에서 풍악 소리와 함께 오색 무지개가 섰다. 신선들이 바삐 일어나 강생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무지개를 타고 떠나갔다.
혼자 남은 강생은 자기가 나무하러 온 생각이 나서 도끼를 찾아들려고 하였다. 그런데 아침에 새로 맞춘 물푸레 도낏자루가 썩어서 쥘 수 없게 되었다. “하, 내가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몰랐군.” 이렇게 말하며 부랴부랴 도낏자루를 새로 맞춘 강생은 나무를 해서 마을로 돌아왔다. 그런데 머슴살이하던 지주 집은 간 곳 없고 마을도 사람도 모두 눈에 익지 않은 새것뿐이었고, 마을 어귀에는 여라문살씩(열 살 정도 되는) 낯선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강생은 갈마드는 의아한 생각 끝에 아이들에게 이 마을에 있던 지주 집이 어데 갔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강생을 의심스레 쳐다보면서 “옛날에 이곳에서 살던 그 못된 지주 집이 망한 지가 이미 삼대 째나 된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강생은 “허 참, 내가 확실히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군.”하고 중얼거리면서 어디론가 떠나고 말았다 한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져 지금 금강대 아래의 너럭바위를 네 신선이 바둑을 두며 놀던 곳이라는 뜻에서 ‘사선기반암’이라고 하였고 ‘삼산국’이라는 글자도 새겨놓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조선 속담에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격언도 이 이야기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 회장 법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