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모은 재산을 동국대에 기증하고 생을 마감한 90대 할머니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국대학교(총장 보광 스님)는 2002년 당시 2억5천만 원 상당의 109.1㎡(33평) 아파트를 기부한 이명기 할머니가 구랍 25일 향년 93세로 별세했다고 7일 밝혔다.
동국대에 따르면, 평생 독신이었던 고 이명기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방직공장에서 비단을 짜며 근검절약을 일생의 신조로 삼아왔다. 독실한 불자였던 할머니는 매일 아침 절에 다니면서도 버스비를 아끼기 위해 약 1시간 20분 거리를 걸어 다녔고, 소식(小食) 하는 등 검소하게 지냈다.
할머니는 2002년 당시 동국대에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아파트를 기부하며 “죽기 전 불교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불교학 발전을 위해 아파트를 기증하면 그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금이 있으면 좋겠지만 가진 게 이것 밖에 없어 부끄럽다”고 말했다.
동국대는 이후에도 이 할머니가 일정 금액이 모이면 동국대에 꾸준히 기부하며 14년에 걸쳐 선행을 이어왔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노환으로 건강이 악화돼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통원하다 최근 성남 소재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왔다. 동국대 대외협력처(처장 이관제)는 이 할머니의 통원치료와 정서적 지원을 담당했으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까지 함께했다.
고인 측근은 고인에 대해 “늘 불교의 가르침대로 무소유를 실천하면서 돈이 조금씩 모일 때마다 학생들을 위해 계속 기부해왔다”며 “고액기부자에 대한 예우로 학교에서 장례 절차를 모두 지원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는데도 학교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본인의 수의와 영정 사진까지 손수 마련해놓으셨다”고 밝혔다.
동국대는 2002년 당시 대외협력처장으로 이명기 할머니와 인연을 맺은 총장 보광 스님이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이 할머니의 기부는 오랫동안 회자되며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것”이라며 “동국대는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애도했다고 밝혔다.
한편, 동국대는 보광 스님이 주지를 맡고 있는 성남 정토사에 이 할머니의 위패를 안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