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으로 이끄는  대장경 속 한마디
김형중 지음, 허회태 그림, 운주사
248쪽, 1만5000원

우리나라에 있는 경전을 흔히 팔만대장경이라고 한다. 고려대장경의 판각 수가 8만여 개여서 그리 부른다는 설도 있고, 중생들의 8만4천 번뇌에 맞춰 설한 대기법문의 숫자에서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그 방대함에는 누구든 압도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대장경은 처음부터 어떤 체계나 단계를 염두에 두고 엮은 것이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면 그야말로 불법의 망망대해에서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 헤맬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학생들에게 불교를 가르쳐온 김형중 박사는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해결하기위한 열망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허회태 작가는 이 내용을 서예와 이모그래피(그림글씨)로 더 함축 표현해 독자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회화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필자는 스스로 부처님이 깨달으신 진리가 무엇인지, 불교의 핵심 가르침은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다. 이를 통해 보다 쉽게 예술적 감성을 더해 대중들과 소통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책에는 전체 47편의 어구가 소개돼 있다. 경전에서 발췌한 것들도 있지만, 많은 부분 선어록에서 가려 뽑아 엮었다. 짧은 한마디 어구로 깨달음의 세계를 전하기에는 선적 표현이 딱 맞아떨어졌다. 짧지만 그 한마디 한마디에는 불법의 정수가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장경의 바다 속에서 엄선한 어구와 알기 쉬운 해설은 불법의 핵심을 꿰뚫어 가르치는 저자만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이 어구들은 불법의 깊은 견처(見處)를 내보이는 가르침이다. 한 구절 한 구절 이모그래피 혹은 서예작품과 함께 음미하다 보면 부처님의 진리와 지혜가 어떤 것인지 두루 맛볼 수 있다.

또한 부처님의 말씀이건 선사들의 말씀이건, 그 속에는 제자와 대중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려는 노파심절이 절절하다. 중생들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불법의 시작이자 끝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각 구절마다 실려 있는 이모그래피의 주인공 허 작가는 서예로부터 시작해 한국화(서양화)와 전각을 섭렵했다. 이들을 융합한 새로운 예술영역을 창조해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주제를 압축한 이모그래피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면서, 또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한 의미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오늘날 각광받는 장르의 하나이다.

한편 책 출간을 기념해 13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3관에서 허회태 개인전이 열린다. 초대일시는 1월 13일 수요일 오후 2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