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선에게 길을 묻다 =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윤양호는 독일 유학 중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현대 예술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예술적 지향점이 바로 동양적인 정신성, 그중에서도 불교와 선의 정신에 있었기 때문이다. 보물을 몸에 지니고서도 모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독일의 예술가들과 불교와 선에 대해서 토론하고, 그들과 함께 선방에서 선체험을 하면서 현대미술의 흐름과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확립해나갔다.
예술의 본령 중 하나는 창의성이다. 어떠한 경우도 모방은 예술이 아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창조해야 하는 것은 예술가들에게 숙명적인 고통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항상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가? 그들에게는 다시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했다. 고정된 인식의 틀에서는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부응한 것이 불교, 특히 선의 정신이었다. 나와 대상이 다르지 않다는 자타불이(自他不二)의 정신, 자신의 관점이나 이해에 따라 대상을 재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정신, 사물의 본질에 즉각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지혜, 어떤 권위도 우상도 인정하지 않은 절대적 자유로움, 어떤 것도 고정되어 불변하는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은 항상 변한다는 가르침은 그들에게 감로수와 같았다. 서양의 현대미술은 필연적으로 이렇게 선과 만나게 된 것이다. 독일의 작가 우도 클라센은 “이제는 선을 모르면 세계적인 작가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다소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말만큼 서양 현대미술의 특징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작가의 작품세계는 국내에서 생소하게 여겨졌다. 작가는 유학시절 유럽의 예술가들과 함께 만든 ‘선조형예술’이라는 새로운 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0년도에 국제선조형예술협회를 창설했다. 귀국 후 현재는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에 선조형예술학과를 설립해 주임교수로 있으면서 연구와 작품 활동을 병행해오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새로운 미학적 패러다임을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책에는 작가가 지난 20여 년 동안 천착하고 있는, 현대미술과 선의 융합이라는 화두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독일 유학 시절 접하고 느낀 서양 현대미술의 흐름과 특성, 그 역사적·미술사적 배경,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현대미술의 영역과 선사상이 만나는 지점, 현대미술의 주요 작가와 작품 등을 다루고 있다. 이런 주제들이 자칫 딱딱하고 관념적일 수 있지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결코 지루하지 않게, 경쾌하게 이 주제들을 소화해내고 있다.
운주사, 280쪽, 1만5000원
서울의 두타행자 = 계간 『불교문예』 발행인 혜관 스님의 시편이 수록된 책이다. 크게 4부로 나뉘어 있으며 ‘심우도’, ‘오대산 적멸보궁’, ‘여로’, ‘홀로 걷는 사문길’, ‘번뇌 그리고 꽃’, ‘장작을 지피며’, ‘불국화’ 등 주옥같은 작품 51편이 담겨있다.
저자 혜관 스님은 “습작할 때 속세를 못 잊어 몇 자 적은 것을 한 삼십 년 동안 묵혀놓았다가 정돈하여 내놓는다”며 겸손해 한다. 그러면서 “새로울 것은 없지만 내 문학에서는 책임감 있는 시집”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두타행자’는 유리걸식하며 수행하는 승려를 지칭한다. 이 시집의 해설을 맡은 안현심 시인(문학평론가)는 문학적, 철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승려를 넘어서서 인간의 삶 자체가 두타행"이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삶의 여로에 서 있는 두타행자라는 것이다.
이은봉 시인(광주대 문창과 교수)은 이 시집에 대해 수행자 특유의 선취(禪趣)가 담겨 있다고 평하고 있다.
“‘선문답’이나 ‘심우도’ 등 옛 형식을 취하고 있는 시들만이 아니라 월악산이나 오대산, 소요산이나 월출산에서 만난 사람들이나 사물들을 노래하고 있는 시들에도 그윽한 선취가 담겨 있어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이들 선취는 혜관 스님이 사문의 길에서 줄곧 깨달아온 수행자 특유의 진리향이나 선리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출가를 할 때 두고 온 고향의 물상들에 대한 진한 그리움, 아버지를 먼저 보내고 혼자되신 어머니에 대한 깊은 효심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시들에도 수행자 특유의 선취는 은은히 배어 있다.”
문태준 시인은 “수행자는 번뇌의 불을 스스로 끈 자리에 법열의 꽃을 피운다”면서 “혜관 스님의 시편들에는 깨달음을 향해가는 수행자의 외로운 고행과 도반 스님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곳곳에 잘 드러나 있다”고 말했다.
불교문예, 108쪽, 1만원
사진, 남한산성을 품다 = 남한산성의 성곽 유적은 끊임없이 이어진 외적의 침입에 맞서 이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호국의 상징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6월 25일 한국의 11번째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남한산성이 품고 있는 아픈 이야기는 역사의 뒤로 사라졌으나 역사 속에 존재하는 목적과 흥망성쇠가 엇갈리던 역사적 기록,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그 현실은 영원히 남게 됐다.
이 책은 한국디자인사진연구소(K.D.P 소장 최용백)에서 주관해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소망하는 마음에서 사진작업을 해 온 결과물로 2015년 세계문화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출판된 것이다. 한국디자인사진연구소는 가천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포토그라피를 전공하는 석사과정 이상의 연구원으로 구성돼 새로운 시각으로 사진예술을 연구하는 단체이다. 2007년 창립 이래 꾸준히 성남을 소재로 사진집을 발간하고 전시활동을 해왔다.
1부 하늘에서 본 남한산성(최용백, 최태종, 민주식), 2부 사찰의 미소(최용백), 3부 성곽의 숨결(최중욱), 4부 옛길의 흔적(조선운), 5부 역사와 소통하다(최태종), 6부 전통의 혼(민주식) 등으로 나뉘어 남한산성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푸른세상, 208쪽,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