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스님들 가운데 유일한 ‘쓴소리’이자 불교정책 전문가이기도 한 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최근 조계종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계 의혹 사태와 관련하여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는 글을 <미디어붓다>에 보내왔다. ‘일면, 성월 스님 그만 불을 끄시지요’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법응 스님은 종단의 고위급 승려들이 자신들의 문제로 인해 스스로를 태우고, 종단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으며, 불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고 종단의 지도부 승려들을 비판했다. 그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일면, 성월 스님 그만 불을 끄시지요?

타들어간다. 뇌와 심장을 향해 불이 타들어간다. 타들어 가는 불길에 뿌릴 물은 고사하고  진화의 의지마저도 없어 보인다. 지도층 인사들을 둘러싼 추문과 범계 의혹이 끝내 사실여부를 가리는 세속 법정소송으로 비화되고 새로운 폭로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해결의 기미는커녕 점점 더 뜨겁게 타오르며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우리의 현 상황이 그러하다. 그런데 이 불은 누가 대신 꺼줄 수 있는 불이 아니다. 내부 즉, 문제의 중심에 서있는 당사자 스님들과 조직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종단이 꺼야 하는 불이다.

종단의 고위급으로 존경의 대상이어야 하는 스님들이 자신들의 문제로 인해, 그것이 설사 누군가가 주장하듯 “무분별 폭로”라 해도 스스로를 태우고, 교구본사를 태우고, 종립대학을 태우고, 나아가 종단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들며 전 불자들을 훨훨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불자들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다고 이구동성이다.

무고이며, 허위사실에 의한 폭로라면 일면 스님은 거론되고 있는 탱화문제에 대해 일시와 장소 그리고 대상을 가리지 말고 그야말로 요즈음 유행하는 즉문즉설로 시원하게 만 천하에 스스로의 무고함을 증명하면 된다. 용주사 주지스님도 정녕 모함을 받아 억울하다면 역시 스스로 대중 앞에서 그 무고함을 명쾌하게 증명해 내면 해결될 일이다. 

솔직히 두 분 스님이 무고하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으며 날벼락도 그런 큰 날벼락이 어디 있겠는가.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그런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나, 연관이 있다면 정작 억울하고 참담한 것은 전체 불자들이고 국민들이다. 한국불교 자체다.

작금의 논란은 일면 스님, 성월 스님이 언론매체 앞에서 당당하게 질문을 받고 제기되는 의혹이나 문제에 대해 진실 되고 거침없이 답변했다면 진즉에 종결됐을 일이다. 또 종단 고위층답게 종단의 사정 기관에 자신을 조사의뢰(재조사라 해도)하여 객관적으로 무고함을 증명해 내었다면, 이른바 “무분별한 폭로”를 자행한 측은 민형사상의 책임은 물론 교계와 사회에서 응분의 대가를 벌써 치르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두 분 스님의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종교지도자로서의 상식적 수준의 대응이라고 도무지 생각할 수가 없다.

세상 사람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해도 종단의 지도급이라면 자제하고 자제해야 할 일이다. 승려가 사회법에 의존하는 것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에 부칠 때 취해야 하는 최후의 길이다. 그런데 고소고발이 켜켜이 싸이고 특정언론을 상대로 취재거부의 소식마저 들리니 의식 있는 세상 사람들이 불교와 조계종단을 어떻게 보겠는가!

불교와 종단 고위급의 입장에서는 수사기관의 조사관이나 검사, 판사도 제도의 대상이다. 길을 일러줘야 할 주체가 되레 길을 묻고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하니 제불보살과 국민들께 부끄럽기 짝이 없다. 두 분 스님의 이력을 볼 때 종단의 고위급 중 고위급이다. 그렇다면 미적거리지 않아야 한다. 일부러라도 대중 앞에 나서서 명징하게 하는 것이 도리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선(禪)을 표방하는 조계종단의 고위급 구성원이라면 취해야 할 태도이고 불제자다운 일이다.

자비심이 충만 하다면 한 사람의 불자로서 그나마 탱화의 영험을 생각한다면, 또 거론되는 속가 사람들의 최소한의 인격과 장래를 생각한다면 이 불을 끄기 위해 나서야 하는 자가 누구인가는 분명하다.

종단은 안팎으로 할 일이 산적하고, 권위와 감동은 증장해 나가야 하는 절박한 시기다. 가뜩이나 바람 앞에 촛불 같은 종단의 기력이 더욱 더 쇠잔해져 감을 생각한다. 기울대로 기운 고려시대 말의 흐름이 그러하였다. “더는 ‘고려’라는 나라로는 안 된다!”고. 결국 그들이 새 나라를 세웠다. 누구보다도 오늘의 조계종단 지도부에게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아 반면교사로 삼기를 권한다.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