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이 선학원과 조계종 간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가 깨진 것으로,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종헌9조와 법인관리법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사진 가운데)이 10월 28일 선학원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조계종과 선학원과의 가장 큰 문제는 신뢰가 깨진 것”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법등 스님이 분원장 스님을 찾아다니는 것 자체가 법리적‧도의적으로도 맞지 않는 처신”이라고 강조했다.
법진 스님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선학원과 조계종이 신뢰가 깨진 데 대해 “재단은 앞서 1996년 조계종과 합의문을 도출하고,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을 공표를 해도 시간이 지난 뒤 종회에서 부결을 시킨 바 있고, 1999년에도 이 같은 아픔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또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등 스님이 지난 9월 26일 선학원을 상대로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언급하며 “비불교적”이라고 비판했다.
법진 스님은 “대화하려고 했으면 끝장 토론을 하는 등으로 대화로 이해를 도모하거나, 소송을 했으면 기다려야지 대화를 하겠다고 찾아다니면서 소송을 걸고, 소송을 제기해놓고 분원을 찾아다니며 회유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종단에서 용주사 문제가 시끄러운데 제가 말사를 찾아다니는 것과 같은 꼴로, 이는 도의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법등 스님이 비구니 절을 찾아다니는 것에 대해 비구니 스님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면서 “종단과 불편한 관계인데 찾아다니는 것은 예의가 아니며, 양식 있는 스님이니 앞으로는 찾아다니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싸움에도 법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화쟁’을 앞세우는 종단이 불교적 방법으로 분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법진 스님은 선학원과 조계종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조계종단 집행부와 종회가 선학원을 바라보는 바뀌어야 한다”면서 “갑의 입장에서 을로 바라보는 종단의 시각이 바뀌어야 종단과 재단 간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진 스님이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선학원과 종단의 갈등의 이유는 종헌 제9조 3,4항과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법인관리법) 때문으로, 법인 관리법은 선학원을 언제든 해체시킬 수 있는 조항을 지니고 있어 재단 임원진은 조계종 승적을 포기하면서까지 선학원을 지키기 위해 법인관리법과 근거법인 종헌 9조를 거부해 왔다.
이에 따라 선학원은 종헌 9조 3,4항과 법인관리법의 폐지를 주장함에도 법등 스님은 마치 선학원이 이것저것 요구하고 있는 듯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법등 스님이 선학원이 탈종을 기도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선학원은 반박했다. 선학원은 이사장 스님을 포함한 4명의 이사가 멸빈징계를 받았고, 법인관리법에 의해 종단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징계가 가능하며, 도제의수계와 교육, 승적발급을 제안하는 등으로 모든 기능이 마비돼 부득이 수계산림과 승적 업무를 개시했다는 것이다.
선학원 임원진이 재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선학원에서는 불법으로 재산을 처분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으나 불법적으로 삼보정채를 처분한 일은 조계종단에서 비일비재했다”면서 “누가 재산 관리를 해야 마땅하느냐”고 반박했다.
법진 스님은 “종헌 9조와 법인 관리법 폐지가 유일한 해법”이라며 “법등 스님은 종단과 선학원이 원만한 관계로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선학원에 대한 내부 이간질과 분열책동을 당장 멈추라”고 주장했다.
한편 ‘선학원 정상화를 위한 추진위원회’ 위원장 법등 스님은 같은날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열린 조계종 제8차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 선학원의 이사진을 제외한 이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제외한 제약을 풀어달라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