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멀리서 찾지 마라
정운 지음, 조계종출판사
288쪽, 1만3800원
[“비구들이여! 너희들에게 마지막으로 말하노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변하게 되어 있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여 꼭 수행을 완성토록 하여라.”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대중에게 마지막으로 말씀하실 때도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당부하셨다.
이렇게 불교는 실천의 종교, 수행의 종교이다. 초기불교 경전의 대부분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고, 전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된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도 수행에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일 정도이다.] -217쪽
조계종 교수아사리 정운 스님은 부처님께서 몇 번이고 언급한 그 정진을 종도들이 실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고 제안한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를 보면 불교신자 10명 중 7명이 수행하지 않으며, 이웃 종교인보다도 수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와 있다. 정운 스님은 불자들이 수행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1차적인 책임은 스님들에게 있다고 본다. 부처님께서 입멸 전 말씀하신 진심을 잊은 것이요, 정법구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책은 곳곳에 경전과 선사들의 수행에 관한 일화를 담았다. 동국대학교와 중앙승가대학교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한 정운 스님은 우리네 삶과 수행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듯이 전한다.
[가끔 종단이 혼란스러울 때마다 소납은 종단에 공감 능력이 깊어진다. 젊을 때는 비판이 매우 강했는데, 이제는 소납이 몸담고 있는 절집 문중에 안쓰러움이 앞선다. 하지만 염려하지 않는다. 자장 율사, 보조 지눌 국사, 휴정 선사 등 명리보다는 수행자로서의 진실됨을 보여 준 이들이 있어 앞으로도 이 종단은 유유히 흘러갈 것이다. 두려워 말자.]-181쪽

정운 스님<사진>은 『불교신문』에 <정운 스님의 삶과 수행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년 간 연재해왔다. 글의 뼈대는 각종 경전과 선사들의 어록이다. 하지만 이를 풀어가기 위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몽고의 징기스칸,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샐리그먼 교수 등 동서양의 위인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그 중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글 68개를 가려 뽑아 다듬고 보완했다. 원고지 10매 정도의 짤막한 글들은 수행과 관련된 교리를 담고 있긴 하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다.
‘불법은 밥 먹고 차 마시는 데 있다’고 말한 지눌 국사, 정치적 상황 때문에 22년간 감옥 생활을 하였지만 그 시간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여긴 중국의 본환 선사, 불법을 구하러 찾아온 제자에게 ‘보물 창고를 집에 놔두고 왜 여기에서 찾느냐’고 말한 마조 선사 등에 관한 글들이 그 예이다.
저자 정운 스님은 “원고 연재를 끝냈을 때 허함보다 완결된 충만함이 가득했다. 허한 마음으로 원고를 시작했지만 실한 마음으로 회향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별 기대 없이 허한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가 책을 내려놓는 순간, 따스한 마음으로 충만하게 되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했다.
스님의 말처럼 이 책은 획기적인 ‘수행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삶과 수행이 결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독자들의 공감과 깨달음을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