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고, 달라이라마가 추구하고 있는 티베트 정책에 지지를 천명하는 한편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압박정책에 대해 우려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달라이 라마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큰 영광”이라고 인사했고, 두 사람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달라이 라마는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티베트 문제에 대해 “진심어린 우려”를 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날 면담에 대한 성명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티베트의 독특한 종교와 문화, 언어를 보존하고, 중국으로부터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강한 지지를 보낸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과 달라이 라마의 면담은 미국과 중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뤄졌다. 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 중국의 인터넷 검열, 위안화 절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 왔다. 중국은 또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면담이 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관계를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칼 랜츠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블룸버그에 “‘차이메리카’라는 말도 있듯이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맞닿아 있다”며 “두 나라 모두 경제적 관계를 끊고 싶지 않아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강력한 사전반대 표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면담을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징후는 벌써 포착되고 있다.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가 전일 홍콩 항구에 도착했지만, 중국은 이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중국은 지난 2007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을 당시 키티호크호의 홍콩 입항을 허락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지난 1990년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중 달라이 라마와 면담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