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통의동(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소재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오는 10월 6일부터 18일까지 윤길중 사진전 ‘기억흔적’전이 열린다.
윤길중, 기억흔적 #206, 90 × 120 cm, Archival pigment print, 2014
기어오르기조차 힘든 언덕, 사람 사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을 우리는 달동네라고 불렀다. 윤길중은 그곳에서 소년시절을 보냈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죽어라 공부해서 이곳을 벗어나자. 죽어라 일해서 잘 살아보자.’ 당시, 윤길중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답이다.
중년이 되어 윤길중은 암이라는 죽음의 공포 앞에 다시 섰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그는 스스로에게 물으며 방황했다. 그 답을 풀기 위해 그는 사진기를 들고, 사람이 다 떠나버린 폐허의 북아현동에 섰다. 그곳은 부끄러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과거의 시간이자 꿈이 시작되었던 달동네, 자신을 키워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윤길중은 가난했던 시간과 조우한다. 버려진 낡은 공간은 그를, 처절하게 가난했던 과거로 회귀하게 한다. 가만히 앉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그는 셀프포트레이트로, 과거의 시간과 화해를 시작한다. 그 즈음 북아현동은 과거와 현재가 사투를 하며 공존하고 있었다. 지독하게 어둡고 그지없이 음울했다.
윤길중은 머물거나 도망가지 않고 사진기를 들고 그 스스로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과 사투를 벌였다. 그리고 예쁘게 수놓은 복주머니와 여자의 손가방, 책, 크레파스, 놋그릇, 수저, 전기스위치, 썩어 들어가는 벽지의 곰팡이 등…. 그를 40년 전으로 데려간 오래된 오브제들 속에서 사람의 체온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 즈음 그의 가슴 속에 남아 있던 무거움, 어두움, 괴로움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어 새 생명으로 탄생했다. 죽음에 맞닥뜨린 지금의 시간을 극복하는 힘을 깨달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재개발 지역을 찾아가 사진을 찍지만 윤길중에게 그 곳의 의미는 다르다. 속을 토해내고 풀어내고 스스로를 온전히 청소하고 치유하며 정화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스스로와 사투하는 시간이자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 <기억흔적>은 치열하게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삶의 드라마다. 그것이 곧 예술의 힘이기도 하다.
문 의: 02-720-2010 www.ryugaheon.com
*작가 윤길중(Yoon gil jung)은?
개인전
2015 개인전 <기억흔적> (류가헌 1, 2관) 10/6 ~ 10/18
2015 서울시 초대전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서울시청)
2014 개인전 <picturesque-詩畵> (갤러리 나우, 대구문화예술회관)
2013 개인전 <노란들판의 꿈> (혜화역전시관,이음책방,동숭동헌책방)
그룹전
2015 5인전 <기억된 풍경> (공간291)
2014 서울한지문화제 (서울시청)
2014 3인전 <한지 숨.결> 展 (아라아트센터)
2014 동강국제사진제 Growing Up (영월문화예술회관)
2013 중앙대사진아카데미 수료전 (공평갤러리)
2012 3인전 <나는 꼰대가 아니다> (정동갤러리)
작품소장 서울시청(2015)
출판 <기억흔적> (이안북스)
